하다 보니 살아지는 기적 같은 명상시간
'아! 살 것 같다.'
첫 명상이 끝난 후 들었던 생각이었다.
마음공부를 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예전엔 명상이라고 하면 왠지 종교적인 색채가 강하게 느껴져 거북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공부를 시작하고 보니 이 분야의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명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또 하나 그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지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편견을 내려놓는 태도의 중요성이었다. 마음공부를 하기로 생각한 이상 이두가지 중요지점에 대해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상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니,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건지 난감했다. 명상센터를 찾아가 볼까 생각도 했지만 왠지 그런 곳은 종교적 색깔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아 선뜻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정보를 가진 유튜브에 '명상'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았다. 예상대로 엄청나게 많은 콘텐츠들이 나왔다. 몇 가지를 둘러보다가 편안한 남자 목소리로 명상을 지도해 주는 콘텐츠를 찾았다. 10분 남짓의 호흡명상을 선택했다. 여전히 약간 거북한 마음을 가지고 눈을 감았지만, 우려와 달리 10분은 금방 지나가 버렸다. 처음 해 본 명상은 전혀 거북하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숨을 쉬지 않으면 1분도 버티기 힘들고, 5분이 넘어가면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그토록 중요한 호흡을 지금까지 단 10분도 의식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처음 호흡을 관찰했을 때 목에 뭔가가 걸린듯한 갑갑함이 느껴졌다. 처음으로 내 호흡의 부자연스러움을 관찰한 것이다. 5분쯤 지나자 목구멍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이 점점 옅어졌다. 명상을 마칠 때쯤엔 코부터 폐까지 막히는 것이 전혀 없이 개운하게 숨이 쉬어졌다. 첫 명상을 끝내고 눈을 떴을 때, 앞으로 명상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될 것임을 예감할 수 있었다.
요즘은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명상을 한다. 매일 목표는 6시에 기상해서 1시간 정도 명상을 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지만 아침에는 도통 눈이 떠지지 않아서 매번 실패한다. 남편과 아이들을 챙겨 보내고, 뜨거운 한낮의 볕을 피해 텃밭일을 하고 나면 10시쯤이 된다.
일단 자리에 앉으면 숨이 지나가는 길을 관찰한다. 공기가 콧구멍을 지나 기도를 타고 내려가 폐를 한껏 부풀렸다가 다시 반대로 기도를 지나 콧구멍 또는 입으로 나오는 흐름에 집중한다.
처음엔 단전까지 호흡을 가지고 내려가는 일이 잘 되지 않았다. 횡격막이 굳어있는 탓이었다. 어느 책에선가 사람이 스트레스 상황을 만나면 횡격막의 근육이 가장 먼저 긴장한다고 했다. 내가 처음 명상을 시작했을 때 목에 뭔가 갑갑한 게 가로막고 있다고 느꼈던 것도 횡격막의 긴장 때문이었다. 호흡에 가만히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횡격막은 금세 부드러워지고, 편안한 숨을 쉴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명상을 하며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때, 비로소 해무 속에 가려진 다리를 건너는 것 같은 만성적인 횡격막의 긴장을 알아차릴 수 있다.
명상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단전까지 숨을 내리는 일은 이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명상 시간도 많이 늘어나서 하루에 한 시간 정도 명상을 한다. 하지만 평안한 마음의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명린이-명상어린이-에게 어려운 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명상을 마치고 나면 숨이 시원하게 쉬어지고, 마음에 편안함이 생기지만 그 상태가 계속 지속되지는 않는다. 일상 속에 일어나는 일들로 화를 버럭 내어 마음이 무너지기도 한다. 부지런히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을 보면 마음공부는 집어치우고 빨리 돈을 벌러 나가야 되는 게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어떤 날은 명상을 하러 앉았다가 티브이를 켜게 되기도 하고, 명상 콘텐츠를 재생하려고 유튜브를 켰다가 몇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기도 한다. 그렇게 명상을 하지 못하고 하루를 보내면 다음날은 자리에 앉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렇게 되면 마음에는 금세 불안이 찾아오고 횡격막은 다시 긴장된다. 그럴 땐 속상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매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면, 설거지를 미뤄둔 채로 산책을 나간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길에는 하루살이가 많아진다.
'톡. 토독. 톡톡.'
피해 걸으려 애를 써도 하루살이는 온몸 여기저기에 부딪힌다.
"에페페페! 엄마 나 입에 벌레 들어갔어!"
한두 마리쯤 눈, 코, 입 어디론가 들어가는 일은 대수롭지 않다. 그래도 크게 개의치 않고 계속 걷는다. 걷다 보면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하고, 그럼 그 길을 돌아 다시 집으로 온다.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이 길을 걷는다. 마음이 많이 힘든 시기를 지날 때, 산책은 내게 또 하루를 살아갈 연료를 채우는 일이었다. 이 길에 나는 ‘걷다 보니 살아지는 기적 같은 산책길’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고작 한 달여 동안 명상을 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를 벌써 여러 번 했다.
그래도 크게 개의치 않고 계속하고 있다. 하루살이가 부딪히는 일이 다시 걷지 못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반복해서 하는 이 시간이 '하다 보니 살아지는 기적 같은 명상시간'이 되어 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