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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프라인 Aug 08. 2023

공무원이 자살하는 3가지 이유

24살 신규 교사에게 요구되는 것

2년 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 김은지(왼쪽)씨와 이영승(오른쪽)씨.

유가족들은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두 초임 교사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해 달라고 매체에 요청했다고 한다. 출처 MBC.

https://n.news.naver.com/article/057/0001761207?sid=102

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4877341?sid=102


 공무원의 자살 소식을 보고


 "왜 자살하냐, 그만 두면 되지."


 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답변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1. 극한의 성실성


 우리나라 공무원은 성실함을 갖추고 있다. 몇몇 부정 부패한 공무원을 떠올리며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욕먹는 공무원 수와 전체 공무원 수를 비교했을 때 그들은 지극히 일부다. 외국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을 통해 해당 국가 공공기관이 일을 처리하는 사례를 비교해 보면 업무 처리 속도, 방식 등에서 우리나라 공공기관에서의 고객대응도는 훌륭한 수준을 넘어서 이보다 잘할 순 없다 수준이다.


 다른 동료들이 과도하게 성실히 업무를 하여 최대한 미뤄 기간 안에만 맞추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렇게 하면 놓친다며 다들 칼같이 처리하는 모습을 본다. 가장 늦는 게 마감 기한 날 끝내는 것이다. 업무가 많을 때는 초과근무를 하고 일을 싸들고 집에 가서 하는 경우도 본다. 공무원 중 우울증이나 자살하는 사람들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다. 이런 사람 별로 없다고, 공무원들 탱자탱자 노는 것 보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자살할 것 같은가를 되묻고 싶다.


 자살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공포 영화 클리셰 중 하나다.


 "너 먼저 가. 나 누구 기다렸다가 같이 갈게."


 영화를 보다가 이러한 대사를 하는 등장인물을 보면 탄식하게 된다.


 '여기서 쟤 죽겠구나.'


  이를 공무원 입장으로 바꾸어 보았다.


 "먼저 들어가세요. 저 이 업무 마무리하고 퇴근할게요."


 이런 사람이 한계에 도달하면 대개 안 좋은 결과가 생긴다.




 2. 끝없는 업무


 안타깝게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다. 위에서 이야기한 성실하게 일을 하는 것을 넘어서 요구 이상의 업무 결과를 만들어 낸다.


 "대충 해서 내."


 "해서 옆으로 넘겨."


 이런 사람이 있는 반면,


 "이렇게 해야 다른 사람이 편하죠."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서요."


 업무에서 요구되는 일정량을 넘어 그 이상을 해내려고 한다. 공무원의 업무나 교사의 학습 준비, 생활 지도 등은 하면 할수록 끝이 없는데 본인이 할 수 있다고, 해결하겠다고 이야기하며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을 미안해한다. 그것이 본인에게 주어진 업무에 대한 마땅한 책임이라 생각한다.


 이상하게도(?)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일이 몰린다. 새로운 업무, 힘든 업무가 갑자기 생겨났을 때 그 일에 대한 적임자로, 또는 총책임자가 같이 팀원으로 뽑히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부터 주어진 업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업무가 추가된다. 새로운 업무, 힘든 업무라 이 업무를 알려줄 사람도 별로 없다. 말 그대로 독박이다.


 초등 교사에게 연가는 거의 없다. 방학이 있다는 명목과 교실에 담당하는 학생들을 볼모로 학기 중에 쉴 수가 없다. 병가 등의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빠졌을 때 옆 반 교사가 한순간도 쉬지 않고 빠진 사람의 수업과 업무를 대신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만한(?) 일로 쉬기에는 너무 미안하다.


 젊으면서 일 잘하고 아프지 않은 철강왕(강철만큼 몸이 튼튼하다는 뜻)의 일은 끝이 없다.




 3. 삶의 목표, 가치 상실


 이들의 끝은 어디일까?


 빠른 승진?


 연봉협상을 통한 고연봉?


 안타깝게도 이런 일은 공무원에게 일어나지 않는다. 이미 이러한 직업적 특성은 어느 정도 알고 공무원의 세계에 들어왔다. 그렇다고 이들이라 해서 지치지 않을 리 없다.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이러한 보상이 아니라 주위의 평가다. 열심히 해도 결과에 따라 욕을 먹기도 하고, 결과가 좋아도 다른 사람이 그 공적을 가로채는 결과를 보기도 한다. 악성 민원인을 열심히 도와도 고맙다는 말은커녕 더 못 도와준 것에 대해 악담만 듣는다. 결과가 좋으면 기관장의 평가가 올라간다. 열심히 일한 그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수고했다는 말과 운이 좋았을 때 받는 종이쪼가리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왜 하나 싶다. 성깔(?)이 있어 악에 받치기라도 하면 상대방에게 욕이라도 하고 냉소적이면 '내가 받는 월급이 얼만데. 이거 왜 열심히 해야 해?' 하며 의욕 없이 주어진 일만 할 텐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위에서 언급했듯 성실함과 책임감이 강하다.


 기사에 난 초등 교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책임감이 강하고 본인의 학습, 생활 지도를 통해 학생들의 변화를 기대하였지만 결과는 불평, 불만의 민원뿐이었다.


 할 수 있는 것과 책임을 질 수 있는 부분이 분명함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개인에게 지워진 잘못된 부담과 안 좋은 결과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겨버리는 실제 책임자들로 인해 마음에 치명적인 암세포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암세포는 이들의 육체와 정신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암세포가 몸 전체로 전이되면 이들은 생명력을 잃고 생을 마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끝은 고작 '단순 추락사'로 가려진다.




 며칠 전 우리 집에 입양한 로봇청소기도 충전시간에는 건드리지 않고 에너지가 부족할 때는 그에 맞게 사용하고 충전시켜 줍니다. 그리고 로봇청소기에게 '왜 여기 청소 안 했어!', '했던데 또 하냐!' 불평하지도 않아요. 그런데 왜 사람은 그렇게 대우하지 않는 걸까요. 사람보다 기계를 더 배려(?)하는 세상이 이상합니다.




 늦었지만 의정부 호원초등학교의 두 초등 교사 이영승, 김은지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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