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이프라인 Sep 28. 2023

심각한 뉴스, 불안한 미래

혼자 하는 쓸데없는 걱정

 몇 달간 들려온 교육 관련 뉴스들은 쓰려던 글감보다 훨씬 심각해서 글을 쓰려다 새로운 기사만 읽고 휴대폰을 멀리 놓아두게 됩니다. 거실에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매체에서 쏟아내는 소식들은 완전히 다른 세상 이야기 같습니다.


 저는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까운 시선으로 보았던 학부모 더러 있었지만 학급 운영에 있어 힘들게  분은 없었습니다. 내색을 아예 안 한 학부모 있어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있지만 시시각각 드러나는 경악스러운 뉴스들을 접하며,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무소식은 전부 희소식 맞니다.




 "선생님, 우리 반이 제일 시끄럽대요."


 "그래서?"


 "..."


 "선생님은 지금까지 만난 선생님 중에서 제일 잘 참으세요."


 10살도 안 된 어린 학생에게 칭찬 아닌 칭찬을 들었습니다.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발표와 이야기를 많이 할 기회를 주라고 하면서 떠드는 것을 강압적으로 자제시키는 우리나라 교육은 참 이상합니다. 친구들과 편하게 이야기하듯 발표도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도 발표를 꺼리는 학생들은 여전히 있습니다. 개인적인 성향으로 인해 한계 있지만 교사가 최대한 환경은 조성해 보자는 것이 교육에 대한 짧은 식견입니다.


 이런 교실 분위기다 보니 수업 중에도 떠드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발표할 때는 친구가 교사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에게 말하는 것이니 바르게 앉아 친구 말을 들으라고 말하면 태도가 조금 고쳐집니다. 학생들이 매번 바르게 앉아 있을 수는 없지요. 어른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전체에게 말하는 강의나 세미나에서 관심 없는 분야를 곧은 자세로 내내 집중하여 듣는 것은 성인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도 하기 힘든 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사실 앞엣말은 핑계고 저는 교실 상황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진행에 주의를 기울이고 쉬는 시간은 다음 수업 준비나 업무처리하면서 잠자리 눈으로 아이들을 살피며 시간을 보냅니다. 사고 상황이 학생들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갈등 상황이 아니면 관심을 갖지 않고 거리를 유지합니다. 교사의 눈길은 가도 손길 없어야 학생들이 편하다고 스스로 합리화합니다.


 다행히도 학부모 상담 때 전해주시는 이야기들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학급 구전 이야기들은 제가 알려하지 않아도 금방 저의 귀까지 들려옵니다. 서당개로 십 년을 훌쩍 넘어 이십 년을 바라보는 경력이다 보니 상황에 맞게 학생들을 대하어느 정도 요령 쌓였습니다. 학부모와 주고받는 대화에 자질구레한 일들을 덧붙이면 남자교사가 세심하다고 칭찬도 받습니다. 뉴스에 오르내리는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으 지금까지 무탈하게 지내온 것은 운이 좋았다는 말 외에는 설명이 어렵습니다.




 커서가 빙글빙글 돕니다. 꼭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뉴스보다 연하고 식어버린 커피 같은 이야기를 쓰는 것이 내키지 않습니다. 성냥불로 어둠을 밝히려는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저는 성냥불을 '소재' 들이 들어있는 작은 소각통에 버리고 대형화재현장을 망연자실 바라봅니다.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정책을 주장하고 그에 따른 대책들이 줄을 잇습니다.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부작용은 없을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이러한 분위기에도 희망찬가를 부르기에는 이르고 분위기는 여전히 무겁습니다.


 교실에서 교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전체 학생이 아니고 뉴스에 나오는 학부모들의 행태를 대다수는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전에 관리자들의 주먹구구, 임기응변식의 대응을 비꼬는 글을 썼을 때 '안 그런 사람이 더 많다.', '우리 관리자는 다르다.', '분위기 안 좋게 이런 글 쓰지 말자.'는 의견들을 받을 때처럼 현 상황에 대해 다르게 보는 시각으로 글쓰기는 부담이 됩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시점에서 오히려 학부모 및 전문가와 직접적인 대면대화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우리의 교육 현실은 40-50년 전, 아니 10년 전과도 확연히 다르고 미래는 예측하기 더욱 어렵습니다. 교사건 부모건 한 사람의 시야는 좁을 수밖에 없고 갖고 있는 정보 역시 빈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 명 한 명의 아이가 귀하고 그 아이들의 어깨에 나라의 명운이 달려있습니다. 이제  사람이 가진 소질과 능력을 면밀히 파악하여 계발하는데 도움을 주는 현미경식 맞춤형 교육이 필요한 때입니다. 인적자원만이 전부인 나라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근시안적이고 전체 효율성을 우선시했던 교육으로는 앞으로의 미래를 버텨나갈 수 없습니다. 이러한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교육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자본과 노력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지금 제시되는 현장의 방향은 이러한 교육이 이루어지는데 꽤 멀리 돌아가게 만들지 모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학생, 학부모와 교사가 야기를 나누어야 하지만 서로에게 느껴지는 거리감은 방해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제안할 수도, 현재 제기되는 방책들을 수정 및 반대할 수없는 지금 분위기에 휩쓸려 우리의 교육과 미래가 후퇴하지는 않을지 홀로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분명 착각하고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