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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프라인 Dec 02. 2023

한 교사의 12월 소회


 교사에게 가장 마음이 무거운 12월이 되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학생들을 한 학년 위로 보낼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유급이란 제도가 유명무실하기에 내년에 모두 한 학년 올라가게 됩니다. 성적처리와 분반을 앞두고 올 한 해를 같이 보낸 학생들의 성장을 살펴봅니다.


 자녀가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이들은 어느새 훌쩍 큽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별로 성장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교사의 12월은 바로 그런 시기입니다.


 학생들을 3월에 만났을 때와 비교해 지금 많이 컸는지 살펴보면 별로 나아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여전히 천방지축. 준비는 잘 못하고 누가 챙겨줘야 하며 큰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해도 아직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듭니다.


 - 네가 못 해서 그런 거 아냐?


 자문을 해 봅니다.


 다행히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 최선을 다 했어?


 또 그런 것은 아닙니다. 죽을힘을 다해 이를 악물고 학생들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부은 것은 확실히 아닙니다.


 - 하지만 후회는 없어.


 저는 그에게 대답합니다. 시간을 돌려도 더 잘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학생들에게 지금까지 만난 선생님 중 최고의 선생님으로 꼽히지는 않을지라도 반을 이끌기에 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자평합니다.


 그럼에도 저의 노력은 눈에 띄지 않고 학생들의 성장 모습은 다른 사람 앞에 보이기에 민망합니다. 내년에 만날 새로운 담임 선생님께 칭찬을 받는 학생들이었으면 좋겠는데


 "선생님, 작년에 ㅇㅇㅇ 어땠어요?"


 물어올 것 같은 대상의 학생들이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

 1년의 담임교사가 한 학생을 드라마틱하게 성장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정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희열 느낍니다.


 반대의 경우 아픈 손가락으로 남습니다. 1년이란 시간 동안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장이 없는(눈에 보이지 않는) 안타까운 여러 경우를 봅니다.


 '애초에 내 손 밖의 일이야. 부모도, 지금까지 많은 교사도 못 했는걸.'


 마음을 잡아보지만 그래도 한쪽 구석의 불편함은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 새로운 혼란에 빠질 때까지 계속 자리 잡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선생님을 제일 존경한데요."


 부족해서 많이 들어본 적은 없지만 가끔 저를 따르는 희귀한(?) 학생들의 부모님께 마지막날 학생들의 말을 전해 듣습니다. 이유를 알고 싶지만 묻지는 않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한 일이 아닌데, 의도한 상황이 아닌데 학생 혼자 착각(?)해서 그 일로 존경하면 어쩔까 싶어서요.


 올해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다 보면 언젠가는 또 그런 말을 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시간이 지나 조금 희미해졌지만 올해 교직 사 있었던 많은 사건, 사고 떠올립니다. 그런 일은 마치 교통사고와 같아서 언제 저를 바롯한 교사 누구에게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모두가 월급을 받고 하는 똑같이 가르치는 일을 하지만 그런 사건, 사고에서 다행히 올해 비껴가 가끔 보람 있는 말도 전해 들으며 이렇게 글수 있행복하다 생각마지막으로 니다.


 여러분한 해는 어떠하셨나요. 올 한 해가 모두 만족스러운 한 해로 기억되기진심으로 랍니다. 그리고 저처럼 만족스럽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더라도 마음에서 흘려보낼 수 있는 12월로 보내시기를 두 손 모아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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