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좋을 리가...
12월을 바라보는 11월의 어느 날, 쉬는 시간에 한 학생이 교사에게 와서 하는 말입니다.
"선생님, 친구가 없어요."
초등학교 1학년도, 2학년도 아닙니다. 혼자서 어디든 다닐 수 있고 부모님의 간섭도 벗어나 친구들과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할 나이인데 저에게 이런 말을 건넵니다. 저는 그냥 빤히 쳐다봅니다. 학생은 공허하지만 조금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서로를 보고 있지만 말은 더 이상 주고받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얘랑 놀아줄 사람?"
만약 제가 이런 말을 교실에서 한다면 아마 이 애는 그 애가 없는 곳에서 놀림을 받을 겁니다.
다른 학생들에게 슬쩍 다가가 'ㅇㅇ과 이야기 해보는 건 어때? 할 말이 있나 봐.' 등으로 말을 붙여 혹여 어떤 선한 사마리아사람 같은 마음으로 누군가 놀아주려고 해도 곧 끝나고 말 겁니다. 왜냐하면 서로 같이 놀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반이 30명도 안 되는 현재 교실에서는 혼자 있는 학생들이 제법 있습니다. 혼자서 책을 보고 있는 것도, 그림을 그리는 것도,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마냥 다른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보고 있거나 무언가 하고 있는 친구들 곁에 가서 은근슬쩍 한 마디씩 거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가 봐도 말의 온도가 섞여있지 않고 만화에서 다른 컷에 있는 말풍선처럼 동떨어져 존재합니다. 친구들은 그의, 또는 그녀의 말을 듣고 가끔 대꾸도 해주지만 그들을 받아주지도, 그들이 끼어들지도 않습니다.
학기 초에는 친구 관계 때문에 속상해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자신을 무시한다고, 서로 안 맞는다고, 나보다 다른 친구들 이야기를 더 듣는다고 하소연하던 학생들은 이제는 다른 학생들 스타일에 맞추어 변화하거나 혹은 자신과 맞는 다른 친구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완전한 절친은 아니어도 학급 안의 몇 명과 섞여서 여러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내년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요.
현재는 학기 초에 혼자 있는 것을 택했던 학생들이 이야기를 걸어옵니다. 예전 같으면 저보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저에게는 오히려 몰라도 된다면 자기들끼리 수군대는 나이일 텐데 저에게 할 일이 없다고 심심하다(?)고 자주 이야기를 하러 저의 자리까지 옵니다.
이 학생들은 공부를 못하지도, 운동을 못하지도 않습니다. 성격이 까칠하거나 예민하지도 않고, 남들이 보기에 더럽거나 부족한 행동을 하는 학생도 아닙니다. 다만 자기가 관심 있거나 좋아하는 분야 외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그리고 먼저 다가가지 않을 뿐입니다. 다가가야 한다고 말을 해주지만 용기가 없는 것인지 의욕이 없는 것인지 그들은 매번 제자리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있는 것을 편안해하지도 않고요.
아마 이들은 벌써 내년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반에서 새로운 학생들을 만나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교사에게 심심하다는 친구들도 내년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학생들이 친구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보다 고독함(?)을 느끼는 장면을 더 자주 보게 됩니다.
그들은 매번 새로운 한 해를 기다립니다. 심심하고 지루한 올해가 얼른 지나가 새로운 클래스메이트를 만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아이들에게 단짝 친구가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거라고 말해줍니다. 오랫동안 만날 친구이기에 아직 만나지 못했더라도 지금까지 네가 심심하게 지내온 기간보다 더 오랜 기간을 보낼 거라고 위로해 줍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우려가 됩니다. 교사로 오랫동안 지켜본 저는 지금 어린 학생들은 다가가지 않으면 다가오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압니다. 지금보다 학생 수가 많았던 때는 다양한 성격의 학생들이 있었고 형제자매가 있는 학생들도 많아서 못 어울리는 친구들을 데려와 서로 맞춰가는 법을 알려주는 친구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학기 초부터 여럿보다는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하고 편안하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늘어났고 그러면서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러한 성향이 갈수록 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다가가지 않으면 외톨이가 되어 버립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누군가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어느 누가 먼저 다가갈까요? 학창 시절이 가장 친구 사귀기에 편한 시절이라는 것을 아는 저는 그저 답답할 뿐입니다. 그리고 친구가 없어 낚싯대만 드리우고 세월을 보내는 그들이 다가올 친구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줘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