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 없는 것은 아닐까
제목이 마음에 들면서도 내 마음을 후벼 판다. '재능'이라는 단어는 인간이 세상에 태어날 때 신이라는 존재에게서 받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선물 같은 느낌인데 '재능이 없다'는 말은 그 반대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다시 단어를 하나씩 곰곰이 씹어봐도 다른 사람들은 하나씩 다 받는 신의 축복이 나에게는 없는 것 같아 마치 저주를 받은 기분이다...
새해가 되어 목표를 세우려 펜을 잡았다. 무언가를 쓰고 다시 휴대폰 바탕화면에 위젯으로 띄우며 '올해 이 정도는 해야지.' 다짐하는 매년 반복되는 루틴이다. 독서, 운동 그리고 글쓰기. 매년 1월 이 세 가지를 목표로 세우지만 지나 보면 단 한 가지도 충족시키기 쉽지 않다.
올해 3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목표를 적지 못하고 있다. 막연한 단어로 두루뭉술 적는 것보다 구체적인 숫자가 더 선명하게 각인되고 달성에 도움이 되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손이 쓰기를 거부하고 있다. 아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내가 설정한 목표의 의미에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일 테다.
작년에 새로 알게 된 나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은 직업 외 다른 분야에서 그들의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었다. 돈 버는 능력이 탁월하여 손을 대는 재테크마다 수익을 내는 사람,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 인정받는 유투버가 되어 다른 곳에 초대받는 사람, 나로서는 결정하기 어려운 일들을 손쉽게 결정하며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 나가는 사람... 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노력으로써 닿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닌 '저건 타고난 재능이다!'라는 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제갈공명을 시기했다는 삼국지의 주유나 모차르트에 가린 살리에르 같은 세계적인 이인자는 고사하고 뛰어난 일반인을 부러워하는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인 나에게도 갈고닦아 빛을 낼 재능이 있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새해 목표를 정하려는 순간, 지금까지 해왔던 목표와 노력으로는 그들 같은 재능에 도달할 수 없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 본능적인 예감은 내가 세우려는 목표는 마치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가고 좋은 직장을 다니려는 청소년들이 세우는 목표처럼 보였고 그들의 모습은 '자신이 받은 기프트, 재능을 키우고 발전시켜나가고 있구나!'라는 느낌표였다.
그들이 발휘하는 전문성의 영역은 내가 노력해서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들의 노력을 폄하하고 싶지도 않다. 그들의 말과 생활 모습 등을 듣고 보면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재치 있게 구사되는 분야별 전문 용어와 확신을 갖고 내리는 빠른 판단력 등 그들의 재능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작년부터 나는 즐겁게 누리고 있다.
(본인들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은 자신의 재능을 찾은 것 같은데 정작 나는 내가 가진 재능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현재 문제다. 책을 빨리 읽는 것은 재능일까, 노력일까. 한 번 보아도 척척 외우고 이해하는 위인들과 달리 읽어도 머리에 남는 것이 없어 모임에서 보충하머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책을 잘 고르는 안목 역시 내 취향의 책을 잘 고르는 것일 뿐 다른 사람들의 기준을 알지 못하고 무엇보다 주변에서 책을 즐겨 읽는 사람조차 쉽게 찾기 어렵다.
나에게 재능이라는 게 있기는 한 것일까.
다른 사람에게 나를 어필해야 의미가 있는 세상에서 나는 어필하고 싶지도 않고 남이 나를 알아봐 주기를 바라지도 않으며 스스로 자신에게 만족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답을 알면서 동시에 내 현재 모습이 불만족스럽기 때문에 정신적 방황을 하고 있다.
내게 주어진 신의 기프트는 있을까 없을까. 있다면 나는 찾을 수 있을까 없을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을 알지 못하고 살아가다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이 한 줌의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나 자신의 재능을 모르는 답답함은 나를 좌절로 이끌고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게 만든다.
태어나면서 불가항력적으로 마주한 환경에 어릴 때 죽을 수밖에 없는 빈민가의 아이들을 떠올리면 배부른 이야기겠지만 인간은 항상 자신보다 위를 보는 동물 아니던가. 살만하니 그런 생각도 한다, 다른 사람은 현실을 살아가기도 버겁다, 배부른 고민이다,라고 누군가 말하겠지만 나는 제2의 사춘기 소년처럼 지금 내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도전해야 답을 찾는다는 아주 명확한 해답지가 있는데도 어느 것도 흥미가 나지 않고 하기 귀찮아하는 현재의 태도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젊을 때도 그리 크지 않았던 열정이 현실에 안주해 버려 혹여 새로운 무언가를 접해 재능 같아 보이는 것을 알게 될 때도 다시 타오를 자신이 없다. 가정이라는 핑계, 직장이라는 핑계 등으로 도전 기회조차 외면하려는 것이 인정해야 할 나의 현재 모습이다.
새해 목표를 세우려다 망글이 되어버린 이 글을 한 문장으로 줄이자면 '재능'이라는 기프트를 뒤늦게 발휘하는 사람을 보며 나도 찾아보려 하지만 지금까지도 찾지 못했고 어디에 흥미를 가지려는 태도조차 소극적이어서 내가 받은 재능이 있는지 불명확하다는 내용이다.
재능을 알기는 어렵다. 나는 새해 목표 세우기조차 어렵다. 그리고 자신의 재능을 아는 사람들이 세우는 단순한 새해 목표가 솔직히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