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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강인성 Nov 04. 2020

행복을 만나는 시간, Oneiric three dayz

흔한 아이돌덕후의 컴백 전 3일간의 기록


6월 12일 아이즈원 컴백 D-3 
 
 시간이 다가오자 초조해졌다. 여섯시엔 출발해야 영화 시간에 늦지 않게 갈수 있는데.  퇴근시간에 영화관까지는 한 시간 반이 걸린다. 영화는 7시 반 영화. 6시 10분 겨우겨우 하던 일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눈치 볼 것도 없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가보겠다는 인사와 함께 회사를 나갔다. 차에 타자마자 네비게이션을 검색하고 아이즈원 트랙리스트를 틀었다.  아이즈원의 두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비올레타’와 함께 영화관으로 길을 향했다.
퇴근시간의 도로는 어딜 가나 정체였다. 뚫릴 듯 하면 막혔고 좀 가나 싶으면 멈췄다. 머릿속엔 늦어서 한 장면이라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 뿐 이였다. 그때 다음 노래로 첫 번째 미니앨범 첫 번째 곡 ‘아름다운 색’이 나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Have you ever seen this color?" 12가지 아름다운 색을 보러가기 위한 길. 꽉 막힌 도로가 그 색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시간은 정확히 맞춰 도착했다. 덕분에 저녁을 때울 시간도 없었어서 대충 핫도그 하나를 사  영화관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영화관에는 여닐곱명의 관객이 전부였지만, 왠지 모르게 드는 동료애가 허전함을 채웠다. 다행히 앉자마자 화면에 아이즈원이 나타났다. 거대한 스크린을 가득 채운 아이들의 모습. 그 크기만큼 커지는 나의 행복. 어느새 광대뼈는 내려올 줄을 몰랐다. 핫도그는 잊은 채 멍하니 아이들을 바라봤다. 
 영화는 2019년 6월에 했던 아이즈원 단독콘서트 실황 영상으로 가득 채웠다. 그때 내가 저 자리의 함성소리에 한 몫을 했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우린 세상 누구보다 큰 함성을 질렀고, 아이즈원은 그런 우리에게 여기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주었다. 스크린 속에서 그런 고마움을 전해주는 아이들. 내가 훨씬 더 고마운데. 그 날의 감정이 떠올라 괜히 마음이 찡긋했다. 
 


6월 13일 아이즈원 컴백 D-2 
 
 토요일 저녁엔 시간을 좀 내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밀린 숙제가 남아있었다. 수요일에 방송했던 아이즈원 리얼리티 쇼 ‘아이즈원츄3’를 오늘 봐야 한다. 아이즈원의 첫 번째 정규앨범 타이틀곡 ‘피에스타’를 흥얼거리며 ‘아이즈원츄3’를 틀었다.  
 이렇게 시간을 내어 아이들을 볼 생각을 하면 언제나 두근거렸다. 모니터로 모습을 드러내는 아이즈원츄3. 이날을 위해 저번 주에 구매한 32인치 QHD 모니터는 돈 값을 했다. 아이들을 큰 화면으로 보니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이 완성 되었다. 
 리얼리티 쇼의 구성은 그저 그랬다. 아이들이 나온다는 데에 의의가 있는 수준 이였다. 하지만 입가의 미소는 끊이지 않았다. 마치 뛰어가는 아이를 보는 부모처럼, 밥을 먹고 있는 연인을 보는 것처럼. 어디서 뭘 하던 바라보는 것만으로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몰랐다.  
 리럴리티 쇼의 마지막은 자동차 극장에서 서프라이즈로 위즈원과 만나는 장면 이였다.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아이즈원을 만날 날이 있을까? 방송이 끝나고 잠시나마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언젠가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면 있는 힘껏 기뻐해야지. 그리고 꼭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지. 
 


6월 14일 아이즈원 컴백 D-1 
 
 낮 시간은 참 안가더니 저녁이 되자 시간은 금방 흘렀다. 긴듯 짧은 하루. 눈 깜짝할 사이에 아홉시 오십분이 되었고 부랴부랴 컴퓨터를 켰다. 열시에 하는 라이브 방송을 1초라도 놓칠 수는 없었다. 약 9개월 만에 하는, 참 오래 기다린 라이브였다. 2019년 10월 이후로 처음 하는 라이브. 참 반가운 소식 이였지만 행여나 아이들이 악플에 상처 받아 위축될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10시가 되자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다. 걱정이 무색하게 댓글 창은 위즈원들의 무수한 응원으로 가득 찼다. 아이즈원 또한 그런 위즈원을 향해 걱정 말라는 듯 행복한 표정으로 웃어주었다.  9개월간의 기다림. 그 사이 쌓인 걱정이 눈 놓듯 사라졌다. 이제야 안심이 되었다. 
라이브가 진행 될수록 아이들은 더욱 밝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 아이들을 따라 위즈원도 바쁘게 댓글을 적고 하트를 눌렀다. 나 또한 눈은 화면에, 입 꼬리는 광대에 고정한 채 손가락으론 ‘하트’를 눌렀다. 하트는 순식간에 2억을 돌파했다.  
 아이들은 참 행복한 모습으로 방송을 마쳤다. 라이브 방송으로 살아있는 아이즈원을 보니 함께 숨 쉬며 살아가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내일부턴 늘 이렇게 행복한 모습으로 서로 만날 수 있기를.  
 
6월 15일 아이즈원 컴백 D-DAY 
 
 눈을 뜨자마자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보았다. 특별한 새 소식은 없었다. 그렇다면 정해진 대로 오늘 여섯시에 신곡의 뮤직비디오가 공개 되고 여덟시에 컴백쇼가 시작될 것이다. 어제 했던 라이브 방송의 캡쳐 사진을 몇 장 보고 미소 지으며 일어났다. 오늘 저녁 여섯시까지 시간이 금방 날아가길. 
 대리님과 함께 잠시 외근을 나갔다 오니 다섯 시가 조금 넘었다. 오늘은 대리님과 같이 퇴근해야 되는 날이다. 사무실에 앉으며 스윽 눈치를 보았다. 뭔가 다른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리님. 여섯시 전에 퇴근할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나와 같은 위즈원인 후배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뿐이었다. 컴퓨터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그 녀석. 후배로부터 소식이 들어 왔다. 뮤직비디오 공개를 내일로 미루고 무대영상부터 공개한다는 공지.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후배는 아쉬워했지만 나는 내심 다행이라 생각했다. 팬질 하는데 있어 시간을 맞추는 건 중요한 문제니까.  
 여섯시. 회사에서 볼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꾹 참았다. 아이들의 새로운 첫 시작은 32인치 QHD 울트라 모니터로 마음껏 소리 지르면서 보고 싶었다. 하지만 여섯시에 공개 되는 것은 무대영상 뿐이 아니었다. 드디어 공개된 3번째 미니앨범 ‘Oneiric Diary'의 음원. 이어폰과 핸드폰을 챙겨 화장실로 향했다.  
 몽환적인 느낌으로 앨범의 컨셉을 분명히 잡고 가는 첫 곡 'welcome'. 화려한 안무가 예상되는 타이틀곡 '환상동화'. 멤버 중 한명인 히토미가 작사작곡한 타이틀곡 이상으로 좋은 곡 '회전목마' 등등. 멋진 새 시작을 하기에 충분한 곡들이었다. 아니, 사실 그저 아이즈원의 새 곡을 들을 수 있다는 게 기뻤다. 아이즈원이 뭘 하던 우리 위즈원에겐 언제나 최고 일테니깐. 
 무난히 7시쯤 퇴근할 수 있었다. 급하게 씻고 밥 먹은 뒤 방으로 들어갔다. 컴퓨터가 켜지길 기다리며 방을 살펴보았다. 방 한 쪽을 장식하고 있는 앨범과 포스터, 수많은 굿즈들. 이제 새 앨범이 오면 저 곳이 더 꽉 차게 될 것이다. 여덟시가 됐다. 이제 내 마음을 채우러 가기로 한다. 아이즈원의 네 번째 활동. 행복을 채울 시간이다.  





[본 글은 7월에 쓰여진 글 입니다. 얼마 전이었던 10월 29일 아이즈원 데뷔 2주년을 기념하며 글을 올립니다. IZ*ONE PERMAN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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