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a Aug 09. 2015

제주 라이프, 안녕

아이폰으로 담았던 제주의 사계절

집을 쫓아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오는 마지막 비행기를 탔다. 언제부턴가 제주를 오가는 비행기는 무조건 복도석 앞자리였는데 오늘은 일부러 창가를 택했다. 뭔가 하나라도 더 담아두고 싶은 듯이. 해가 지며 주황빛으로 물드는 제주 땅을 보자니 왠지 콧등이 시큰했다.


참 이상하게 비행기를 타면 탈수록 점점 무서워졌었다. 기류에 조금 흔들하기만 해도 이러다 떨어지면 어쩌지, 바다에 떨어지는 게 생존율이 높을까 아닐까, 이런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하곤 했는데 아이고- 이제 이것도 끝이겠구나 싶어 웃음이 났다. 오십여분의 비행 내내 재잘재잘, 여행의 설렘에 들뜬 여자아이들의 수다를 들으니 한편 짜증이 나면서도 다음에 제주에 올 땐 나도 저런 기분이겠지 싶어 곧 누그러지더라.


여러모로 묘한 오후였다. 비행기에서 내려 택시 타고 돌아오는 길에서도 스치는 풍경 하나하나가 얼마나 아쉽고 짠하던지, 참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구나 싶었다. 갑자기 실감이 났달까.


제주에 오고 결혼을 하면서 인생 2막을 연다고 표현했던 예전 포스팅을 다시 읽었다. 그럼 이제 3막인가? 뭐, 생활의 터전이 바뀌는 것 외에도 큰 변화가 생기긴 하니까 그렇게 말해도 상관은 없겠지만.


정말이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즐겁고 유쾌하게 보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다가올 도전이 두렵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지만, 지금껏 그래 왔듯 또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말하게 될 거라 믿는다. 며칠 후 정말 떠나게 될 땐 또 얼마나 감상에 젖으려나.

제주의 하늘은 한참동안 그리울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감독 장선우의 물고기 카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