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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이끄는 것은 마음의 방향이다

마음을 챙기는 오늘의 방법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기분이 몇점이세요?




사람들을 만나면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대부분은 처음 들었다는 표정을 짓고 이내 골똘히 생각한다. 지금까지 들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 0점이지 않을까?”

“그냥 편안한데,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



이렇게 사람들에게 아침 기분을 묻기 시작한 것은 내 하루가 다른 사람들과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내 기분은 -80점 정도에 도달한다. 

때로는 밤에 잠드는 것이 두렵다. 저녁에 올려둔 기분이 자고 일어나서 다시 바닥을 칠까 두렵기 때문이다.

 아침이 오면 나는 망하는 상상을 하면서 깼다. 하루의 시작, 아침은 내게 ‘언제든 망할 수 있는 하루’ 였다. 지금까지는 괜찮았을지 몰라도 오늘 내 소중한 사람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거나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많은 이들을 어렵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때가 바로 아침이었다.



 일상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최대한 0점에 가깝게 기분을 올려야  다른 사람들처럼 시작하는 게 가능했다. 그러기 위해 눈을 뜨자마자 양말과 운동화를 신고 뒷산에 올라 등산을 했다. 30분정도 걷다보면 불안한 마음과 긴장도가 조금 내려갔다. 집으로 돌아와 짐을 챙기고 학교에 가기 전 카페에 들렀다. 일기를 쓰고 그날의 일정을 정리하고나서야 마음이 조금 진정 되었다.



나는 이렇게 하루를 시작할 용기를 채워야 했다.

그러다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증상들이 하루 아침에 찾아왔다. 도저히 침대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침대 주위에는 점점 쓰레기들이 들어차고 집에 키우던 화초들이 말라갔다. 함께 사는 고양이 마리도 나를 따라 축 늘어져 잠을 자는 시간이 늘었다.



모든 어려운 마음을 잊어내기 위해 핸드폰 속으로 끊임 없이 들어갔다. 밤과 낮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깨닫기 어려웠다. 이 기간이 2주가 넘어서자 점점 내 사회생활에 구멍이 커지기 시작했다.

 당장은 코로나 밀접촉자라 자가격리를 해야한다는 핑계를 들었지만 더이상 집 밖에 나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 즈음, 나는 처음으로 정신과를 찾았다.

받은 진단은 양극성장애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말로는 조울증.

진단을 받자, 사실 마음에 안도감이 들었다.


내가 게으르거나 의지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호르몬의 불균형 때문에 생활이 어려웠다는 것이 위로가 되었다.

이후 내 아침은 점점 점수를 되찾아 갔다. 하루가 이렇게 쉬운지 몰랐다.


아침에 눈을 떠서 침대 밖으로 나오는 일이 이렇게 가뿐해질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약을 복용하고 그동안 가지고 있던 습관을 병행하자, 긴장도가 놀랍게 내려갔다. 불안한 마음이 나를 옥죄는 시간이 줄었다.






지금도 나는 약을 복용하며서 하루를 돌보기 위한 습관들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록이다. 글로 적는 것은  현재 자신의 위치와 나아가야할 방향을 확인 시켜주고 나를 안심하게 한다.


평소에 마음에 평안이 부족하고 긴장감이 높다면, 기록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당신의 마음 안에 떠돌고 있던 소망과 이야기들을 하나씩 펜이 적어내려가며 당신에게 증명해줄 것이다.


당신이 하루를 얼마나 잘 살고 싶어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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