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8
2018년 대한민국에서 누군가 '저 남자 눈이 참 백인 같네'라는 말을 하면 말하는 이는 보통 상대방 눈의 생김새를 높이 평가하는 의도였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에게 방금 네가 한 말은 인종차별적이라고 알려준다면 그 사람은 단지 칭찬하려는 의도였을 뿐이며 어떤 인종도 결코 차별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우리는 '눈이 백인처럼 아름답다'말이 특정 인종에 대한 편견에 기반한 주관적인 평가이며 이를 인종차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인종을 차별한 적 없다는 그 사람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로 모순되는 명제를 둘 다 옳다고 하니 다소 정신이 없지만 '인종차별'이라는 단어가 영어 단어 racism의 번역이며 이를 '인종을 차별하다'가 아닌 '인종차별'이라는 고유어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대화에서 쉽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인종차별 혹은 racism은 어떤 인종이 다른 인종에 비해 우수하다는 선입견에 기반한 편견이나 혐오를 의미한다. 따라서 백인이 1시간 일했을 3만 원 주던 사장님이 황인이 1시간 일하면 2만 원원 주는 차별대우뿐만 아니라 인종에 대한 주관적인 가정에 의해 일어나는 호감까지도 인종차별에 포함된다.
여성혐오도 이를 하나의 고유어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여성을 혐오하는 마음이나 행동'이라고 이해하는 사람이 사람이 서로 여성혐오에 대해 이야기하면 끝없는 평행선을 달린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요즘에 단어에 대한 정의 차이로 소모적인 논쟁이 계속 일어나는 점이 안타깝지만 이 또한 세상이 나아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이해해본다. 한편으로는 싸움으 결국 관점의 차이에서 발생하는구나라고 다시 한 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