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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라비카 카페인 Apr 26. 2018

시소

2018.04.26

사람과 사람 사이를 생각하면 시소가 떠오른다. 어린아이 허벅지 둘레만 한 빨간색 원통형 쇠파이프를 3개 정도 평평하게 엮어서 만든 손잡이 없는 시소. 시소의 양 끝에 한 명씩 앉는다. 몸무게가 달라서 더 무거운 사람이 살짝 앞으로 당겨 앉아 균형을 맞춘다. 이제 땅을 힘껏 박차며 시소를 즐겁게 타면 될 텐데 사람 욕심이 그렇지 않다. 


 두 사람의 마음이 맞아 동시에 다가가고 동시에 멀어진다면 시소를 계속 탈 수 있겠지만 한 사람만 다가가면 시소가 기울어진다. 이런 변화를 무시하고 무조건 가까이만 다가간다면 더 이상 시소 더더욱 기울어질 뿐이다. 타지도 못하는 시소에 누가 앉아 있을까? 오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다가와서 시소를 못 타게 만드는 상대방을 피해 도망갈 뿐이다.


사람을 사귀면서 재미있게 시소 탈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참 어렵다. 사람마다 타고 있는 시소가 다르고 어떤 사람은 멀리 앉는 걸 선호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얼굴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앉아야 직성이 풀린다.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에는 어떻게든 상대방에 맞춰줘야 시소를 계속 탈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떠나보내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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