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8
어제 오전은 남북 화합의 시간이었다. 9시 30분경부터 시작된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생중계가 사무실 모니터마다 켜져 있었고 아직 컴퓨터를 못 켠 사람들은 방송이 나오는 모니터에 삼삼오오 모여 역사의 현장을 함께 보았다. 저 멀리에서 김정은이 나와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문재인과 악수를 하는 순간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이뤄진 느낌을 받았다.
김정은은 악수를 마치고 군사분계선이라는 진지한 이름이 무색한 낮은 턱을 넘어 우리나라로 넘어왔다. 북한 최고 권력자가 남한을 방문한 건 처음이라고 한다. 3초 전에 머물렀던 북한 땅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처음 밟는 남한 땅이 감명 깊었는지 두 정상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둘이서 인사말을 나누는 것 같더니 이번에는 김정은이 문재인을 이끌고 북한 땅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이 장면이 어제 정상회담에서 나온 화면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한편으로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판문점 중간에 만난 저 두 아저씨가 손잡고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넘나들었던 발목 높이의 돌담이 그렇게 하찮게 보였다. 마치 판문점 조경을 담당하던 미장이가 실수로 벽돌 몇 장을 놔둔 것처럼 군사분계선은 남한과 북한을 나누던 역할이 잊혔다. 겨우 이런 게 지난 몇십 년 간 평양과 서울 사이를 막고 있었던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꼭 할머니를 모시고 할머니 고향인 함흥에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