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라비카 카페인 Jul 08. 2015

제주도 고기국수 식당 비교

시간 날 때마다  업데이트합니다.

#삼대전통고기국수...2016/05/31

#국시트멍...2016/02/02

#국수회관...2015/08/15

#국수만찬 ...2015/08/05

#예소담 #옛날장터 ...2015/07/27

#국수마당 #올래국수 #자매국수 #골막국수 ...2015/07/08



제주도에서 국수 먹자고 하면 보통 두 가지를 떠올린다. 고기국수와 밀면. 짜장면은 보통 중국집 가자고 한다. 서울에서도 국수 먹자고 하면 일반적으로 짜장면이 아닌 잔치국수 등을 떠올리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고기국수의 유래는 사람마다 말이 다르다. 일반적인 고기국수 집 벽면에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선비스러운 참고문헌(?)에는 돼지고기를 즐겨먹는 제주도에서는 당연히 돼지고기 국물요리도 자주 먹었는데 20세기 초 일제강점기에 건면 공장이 섬 내에 세워지면서 돼지고기 국물에 국수를 풀어먹는 조리법이 나타났다고 한다. 간단한 조리법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방에서 고기국수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로는 제주도 돼지고기에서 돼지 특유의 노린내가 안 나는 덕분이라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을 써보자면, 국수면에 대한 부분은 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다. 밀가루라는 음식이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귀한 식재료였고 그걸로 국수를 만든다는 것은 당연히 평민의 음식이 아니었기에 대중화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반면에 돼지고기 국물의 경우에 제주도 돼지고기가 맛있기 때문에 온전히 돼지고기만 넣어서 육수를 만들어 바로 국수를 풀어먹을 수 있다는 설명은 과장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제주도의 돼지고기가 질이 좋기에 아주 틀린 설명 같지는 않지만 화산섬이라는 토양의 특성으로 인해 식용작물을 키우기 어려운 제주도에서 돼지고기 국물에 넣을 향신채 내지는 부재료를 구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순수한 돼지고기 육수를 먹었다는 설명이 더 설득력 있지 않나 싶다. 실제로 18세기 이후 한국인의 향신료가 된 고춧가루-정확한 시기에 대한 논란 존재-를 대중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때는 육지에 비해서 한참 늦은 해방 후부터라고 한다. 그리고 많은 고기국수 집은 멸치육수와 돼지육수를 조합시켜서 맛을 낸다. 조합배율에 따라서 맛이 상당히 달라진다.


향신료가 부족해서 만들게 됐든, 돼지고기가 우수해서 만들게 됐든 제주도의 고기국수는 맛이 좋다. 특히 전 날 술 마신 주말 아침에 느지막이 눈 비비고 일어나서 대충 차려입고 나가 진득하고 고소한 국물을 한 모금 삼키면 돼지고기향이 입과 코에 가득 퍼지면서 활력이 보충되는 기분이다. 나만 이 기분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고기국수 맛집을 찾아 다닌다. 시내에 유명한 국숫집 들은 언제 어느 때 가더라도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나도 그 사람들 틈에 끼어서 한 젓가락씩 먹고 다니고 있는데 먹어본 국수집에 대한 기록도 남기고 제주도에 한 번 씩 놀러 오면서 어느 고기국수 집을 가야 하는지 찾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간단한 도움을 주려고 한다. 비빔국수는 일반적인 비빔국수에 고명으로 돼지고기 수육이 올라간 음식이라 이 글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자매국수


사진이 없다. 조만간 재방문 예정. 구제주 권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고기국수 집. 테이블 수가 적어서(6~7개 수준) 줄이 길어지는 경향도 있다. 치자를 이용해서 면을 만들었다고 하여 면이 노란색을 띤다. 멸치 육수와 고기국수 비중이 반반이 아닌가 싶은 느낌. 고명으로 나오는 도톰한 돼지고기 수육은 촉촉하며 부드럽고 돼지고기 특유의 향이 은은하게 난다.


총평: 8점. 맛은 있지만 40분 간 대기해서 먹을 수준은 아님




올래국수

가장 돼지고기 냄새가 안 나는 고기국수. 누군가는 이를 잡내라고 하지만 돼지고기 요리에서 돼지고기향을 장점으로 활용하지 않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깔끔한 국물 맛이 인상적이나 고소하기만 하고 돼지향이 전혀 나지 않아 거세된 고기국수라고도 칭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비위가 약한 사람이거나 고기국수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에게는 추천할만한 집. 향이 약하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국물 밸런스가 좋으며 고명으로 일반적인 고기국수집들이 삼겹살만을 사용하는데 반해 특이하게 앞다릿살 수육도 준다. 역시 자매국수와 마찬가지로 테이블이 적어 대기시간이 매우 길다.


총평: 7점. 고명으로 주는 돼지고기 양이 푸짐하나 국수에 간이 안 배어 있다.




국수마당

외지인들에게는 '자매국수 옆 집'으로 유명한 집. 자매국수의 긴 대기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옆 집인 국수마당으로 유입된 사람들이 꽤 된다. 국수마당은 상당히 넓은 공간에 평상/테이블이 섞여있어 가족/단체 손님이 가기에 좋다. 국수는 자매국수나 올래국수보다 돼지향이 많이 나며 면과 국물의 균형도 앞의 두 집보다 다소 나아 보인다. 다만 고명으로 나오는 돼지고기 수육의 양이 푸짐하다고 할 수 없으며 미리 삶아 꺼내 두었는지 건조하는 느낌이 들며 조금 얇다.


총평: 10점. '자매국수 옆 집'으로 불리기에는 아쉬운 집. 맛과 서비스를 고려했을 때 자매국수가 '국수마당 옆 집'으로 불려야 할 것 같다




골막국수

소문에 따르면 고기국수를 처음 만든 곳은 파도식당, 고기국수를  대중화시킨 곳은 골막국수라는 말이 있던데 확인은 못해봤다. 먹어본 고기국수 집들 중에 가장 멸치육수의 비중이 적은 것으로 보이며 게다가 돼지뼈의 핏물도 다른 집에 비해서 덜 뺀 것으로 추측되며 덕분에 더 강한 돼지고기향을 느낄 수 있다. 면 역시 가장 국물과 함께 어우러진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짭짤하게 간이 되어 있는 돼지고기 수육은 상당히 좋았다.


총평: 7점. 전반적으로 맛이 강하다. 짠 맛도 강하고 국물과 고기의 돼지향도 세다. 초기 고기국수는 이런 맛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예소담

제주 동부경찰서 건너편 골목에 위치한다. 이 골목에 있는 고기국수집-골막국수는 모두 수육을 상당한 수준으로 만든다. 삶은 고기만 따졌을 때는 국수마당보다 낫지 않나 싶다. 고춧가루를 넉넉히 뿌려주는 것이 인상적이며 멸치국물의 비율이 높은 맛이 난다. 전반적으로 자매국수랑 모양이나 맛이 비슷하지 않나 싶다.



총평: 7점. 바로 옆인 골막국수가 돼지 맛을 강하게 살렸다면 예소담은 멸치맛을 강하게 살렸다. 국수의 퀄리티를 고려해봤을 때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될 것이라고 보인다.




옛날장터

앞다리살로 추정되는 고기를 넣어주기는 하지만 고기국수 전문점이 아니라 고기를 썬 형태가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국수집들은 고기를 수육 썰듯이 큼지막하게 써는데 옛날장터는 마치 김치찌개에 넣을 고기처럼 오돌토돌하게 찢어놓은 모양새이다. 마침 대표 메뉴 중에 김치찌개도 있으니 아마 고기는 같이 쓰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애호박을 넣고 멸치육수의 맛이 진하여 고기국수라기 보다는 돼지고기가 고명으로 올라간 잔치국수의 느낌이었다. 짠맛이 조금 강했지만 골막국수만큼은 아니었다. 중면보다는 조금 얇은 면을 사용하고 익힘 정도가 상당히 괜찮고 보면 양념도 잘 배어있었다.


총평: 5점. 시청 본관 바로 앞에 있기에 점심시간에 시청에서 볼 일 보고 집에 가기 전에 가볍게 먹기에 좋다. 하지만 시청 근처에는 다른 고기국수 집들도 많기에 굳이 여기를 가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잔치국수를 좋아한다면 저렴한 가격과 적당한 위치로 먹을 만 함. 같이 팔고 있는 김치찌개를 더 추천한다.




국수만찬

@홍승표 님의 추천으로 가게 된 제주도청 근처의 고기국수 집.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디자이너를 분노하게 만드는 PPT와 비슷한 느낌의 조잡한 가게 입구의 모습을 보면 내일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가게이다. 하지만 일단 가장 놀라운 점은 말도 안 되게 빠른 음식 서빙 속도. 마치 미리 준비해놓았다가 국물을 붓고 고명을 올려서 바로 내놓는 속도 같았다. 두 번째로 놀라운 점은 미리 준비해놓은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면과 국물의 밸런스가 아주 잘 맞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고기국수 집은 2가지만 잘하면 중간 이상은 간다. 첫째, 고명으로 올리는 고기의 양이 넉넉할 것. 둘째, 국물과 국수가 따로 놀지 않을 것. 1번 사항은 여유로운 마음가짐만 있다면 비교적 이루기 쉬운 전제이지만 2번인 국물과 국수의 조화 혹은 밸런스는 진정한 실력이 있지 않는 한 이루기 어려운 경지이다. 국물에 국수를 말아먹는 음식을 파는 집이 국물과 국수를 조화롭게 조리한다는 것은 국숫집의 기본사항 같지만 대부분의 제주도 고기국수 집들은 국물과 국수가 따로 논다. 그리고 따로 노는 그 맛은 아주 안 좋다. 국수만찬은 이 밸런스를 맞췄다는 것만으로도 제주도의 대표 고기국수 집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총평: 10점.고기, 국물, 국수의 조화가 아주 좋다. 치자를 넣은 면을 사용해서 면이 약간 노란 빛이다. 고기가 덜 흐물거렸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이 리뷰에 있는 국수들 중에 가장 조리가 잘 된 국수라고 생각한다.   




삼대국수회관


전반적인 느낌은 국수마당과 비슷하다. 진한 사골국물에 조화로운 면발. 전형적인 구제구 국수거리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 가지 특이점은 기본으로 주는 양념장이 상당히 맵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매운 음식을 싫어하기에 나에게는 감점요소였으나 취향에 따라서는 플러스 요인일 수도 있겠다. 테이블마다 양념장이 마련되어 있으니 주문할 때 양념장을 빼달라고 말하고 각자 취향에 맞춰서 추가하자.


총평: 9점. 맵지만 않으면 10점이 될 수도 있을 맛.




장수물식당

SBS의 '백종원 3대 천왕'에 방영된 집. 이 집의 고기국수를 먹은 후에 3대천왕에 나오는 식당은 가지 않아도 되겠다라고 다짐하였다. 장점이라고 하면 고기국수를 시키면 앞다리 수육을 서비스로 한 접시 준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뻑뻑하기에 굳이 줄 필요없이 고기국수에 고명으로 넣는 것을 추천한다. 6천원의 가격을 고려했을 때 직장이 근처에 있다면 점심식사로 먹을만하다. 그러나 도청 근처에는 이미 고기국수 맛집이 많기에 지갑에 딱 6천원밖에 없는데 반드시 고기국수를 먹고 싶을 때 마지막으로 한번 더 고민하고 먹겠다. 


총평: 4점. 비교적 저렴하고 수육을 서비스로 준다는 점을 고려해서 1점 추가하였다.




국시트멍

핏물을 빼지 않고 진하게 우려낸 육수와 양념하여 삶은 수육이 맛있다. 국수는 소면에 가까운 중면을 사용하였다. 전반적으로 맛이 진하고 알맞게 간이 되어 있지만 이 음식을 과연 '고기국수'라고 부를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라멘에 가까운 모습과 맛이다. 2천원에 고기사리를 추가할 수 있지만 사리의 양이 많지 않아 추천하지 않는다.


총평: 8점. 맛은 있지만 라멘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점수가 무의미한 것 같다. 




삼대전통고기국수

배추를 고명으로 사용하여 시원한 맛이 있다. 후추가 제법 들어가 제주도 식당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고기는 다릿고기를 이용한 것으로 생각되며 국물과 면의 밸런스도 평균 이상이었다. 고기가 더 두툼했으면 좋았을 것 같지만 이 부분은 취향 차이로 보인다.

총평: 7점. 전반적으로 빠지는 부분은 없지만 이렇다 할 특이점도 없다. 모든 걸 다 평균 이상으로 하는 느낌. 도청 근처에 볼 일이 있다가 가면 좋을 듯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