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5
우연히 유튜브에서 Phum Viphurit의 Long Gone이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봤다. 90년 대 자료화면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인지 뮤직비디오 화면의 양 옆이 잘려있었다. 옛날 영화관 전면에 붙어있던 물감으로 그린 영화포스터와 같은 채색으로 가수이름이 나오는 순간부터 홀린 듯이 모니터에서 눈과 귀를 뗄 수 없었다.
뮤직비디오를 보다 보면 한 여자가 나와서 처음부터 끝까지 춤을 춘다. 썩 잘 추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으나 너무나도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라 절정의 고수가 '서투름'을 표현하기 위해 실력을 감추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서투름'은 이 노래가 나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로 느껴졌다. 노래 가사를 듣고 있으면 이미 사랑하고 있는 사이인지 막 사랑을 시작하는 사이인지 혹은 아직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인지 알 수 없는 관계의 상대방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 혼란스러움을 공포가 아니라 아름다움으로 표현한 노래 덕분인지 노래를 듣고 있으면 고등학교 교실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자정 무렵에 이 뮤직비디오를 보게 된 것 같은데 네댓 번을 반복재생하고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 노래파일을 다운로드하려고 하니 국내 음악서비스에서는 취급하지 않고 있더라. 덕분에 아이튠즈에서 무려 달러로 앨범을 구매했다. 이제는 회사에서 일하는 내내 반복재생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TBPPSNGYi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