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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Aug 23. 2020

화내는 부모님에게, "언제 화가 나세요?"

"언제 화가 나세요?"


저는 강의 시작할 때, 부모님들께 이 질문을 드려요.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여러 번 말했는데도 듣지 않을 때'

입니다.


한두 번 좋게 얘기했는데도

아이가 행동을 바꾸지 않고 따라주지 않으면

화가 나신 대요.


여러 번 말했는데도 듣지 않으면

화내고 소리 질러도 될까요?


누구나 사람이라면 이럴 때 화나죠.

무시받는 느낌도 들고,

아이의 습관을 고쳐줘야 할 것 같고, 힘도 들어요.


요즘, 코로나로 올초부터 아이들이

자동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몇 배 많아졌어요.

올해 들어서 온라인 강의에서 이 질문을 드리면

'매일요, 매 순간요,

참아야지 했다가도 또 얼굴 보면 화가 나요.'

라고 하세요.

부모님들도 서서히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데

다시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희망을 다시 져버려야 하죠...

이 희망이란 게 큰 것도 아니에요.

'아이도 소중하지만 나도 나만의 시간이 필요해.

자유로울 몇 시간만이라도..'

입니다.


아이가 나의 말을 듣지 않고,

내가 원하는 시간들을 갖지 못하고,

계속해서 참고만 지낸다면

화가 나고, 매사 짜증이 올라와요.


이 순간, 특히 아이들에게 우리는

화 내고 소리 지르는 방법을 택해요.

그런데요.

화가 난 순간에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어요.


아무리 누르려고 해도
분노는 어떻게든 자신을 표출할 방법을 찾게 마련이다.
쌓인 화는 반드시 풀어야 한다.
우리는 화내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사실 무언가를 파괴하지 않고 단순히
"나는 이래서  화가 났어."라고 말하기만 하면 화는 사라진다.
하지만 회사의 상관에게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신 침대를 두드리거나 차 안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테니스를 칠 수는 있다.
이렇게 하면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분노를 없앨 수 있다.
<치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라> 루이스 L. 헤이 저, 중에서


화가 나쁜 게 아니에요.

그 화 속에 나의 욕구불만된 이유들이 들어있죠.

화라는 감정은 인정해 주되,

내 안에 쌓인 화는 반드시 풀어야 합니다.

쌓아두고 쌓아두다가 엄한 데서 빵 터지죠.


아이에게 바로 비난하는 대신

"엄마는 네가 온라인 수업을 잘 안 해서 화가 났어."

이야기할 수 있어요.

너무 화가 나면 잠시 자리를 옮겨서

화를 식힐 수도 있어요.

'사이코지만 괜찮아' 드라마에서처럼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어보기도 하고요.

저는 스마트폰 음악 플레이리스트에

화가 났을 때 듣는 음악을 모아뒀어요.

이어폰을 꽂고 그 음악을 크게 들으면서

제 마음을 달래 주어요.

아이가 한창 사춘기였을 때는

베란다에 가서 혼자 아이 욕을 하며 풀기도 했어요.


여러분 각자마다 화가 났을 때

내 마음도 알아주고, 화도 발산하면서

아이에게 퍼붓지 않고 상처 주지 않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우리는 화가 난 순간에도 좋은 방법을 선택할 수 있어요.


화가 지나가고 난 후에,

아이에게 가르쳐 줘야 할 것들을 알려주어도

충분합니다.

오히려, 화내면서 소리 지르면

아이는 그 행동을 고쳐야 하는 의미는 모른 채

마음에 상처만 받고, 분노로 쌓아둘 수 있습니다.


아직도 화가 많이 난다면?

아이의 행동에 화가 났을 때도 분명 있어요.

하지만,

회사 상관에게, 부모님에게, 선생님에게, 친구에게,

코로나로 인해 바뀐 상황들에

화내지 못했던 것들이 팍팍 쌓여 있다가

사랑하지만 가장 만만한 아이에게

다 쏟아내고 있지는 않으세요?


아이를 낳고 저의 밑바닥이 바로 보였어요.

밑바닥에 꾹꾹 눌러놓았던 분노의 화산이 부글부글 올라왔어요.

아이가 저를 악마로 보는 순간들이 생기고,

그런 저 때문에 눈치를 살피는 아이가 보였지요.

제가 받았다고 생각한 상처대로

아이에게 풀어버리면

아이도 그 상처를 갖고 살아갈 수 있어요.

제가 그랬듯이 말이죠.


부모님이 저에게 했던 말과 행동으로

저를 평생 비난하며 살았듯이요.


상처, 트라우마를 객체화시켜서

'나는 상처 받았어. 트라우마가 생겼어.'라고

보면 얘는 해결이 어려워요.

중요한 건 '자기 이해'와 '자기 수용'이에요.

그때 받은 상처로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어떤 삶을 살게 됐는지 이해하고,

그런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예요.

'어떻게 변해야 돼, 어떠해야 해' 대신에

'그래, 나는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일게'

수용해 주세요.


'변화의 역설적 이론'이 있어요.

우리는 변하려고 발버둥 치지만

역효과가 날 때가 있어요.

오히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거기에서 변화가 자연스레 시작된다는 말이죠.

아이에게 너무 화낸다고 고민하시는 부모님들 계시다면

잠시 멈춰서 나와 대화를 해 보세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생생하게 작용하고 있는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무엇 때문에 화가 나는지 들어보세요.

아이의 행동에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요.


어떤 분은 아이가 수업에 집중을 안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실례가 되는 행동을 하면

자기가 아이를 잘못 키웠다고 욕을 먹을까 봐 견딜 수가 없으시대요.


예전에 상처 받았던 일들과 관련이 있다면,

상처로 아팠던 나 자신을 이해해 주세요.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해 주고, 보듬어 주세요.


무엇보다도 우리 부모님들,

코로나로 너무 힘들고, 지치셨죠.

온라인 학습 챙기랴, 열심히 밥 챙겨주시랴,

싸우는 형제자매 뜯어말리느라,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 아이들 보며

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르느라,

그럼에도,

어디라도 데려가서 좋은 거 보여주시려고,

맛있는 거 먹여 주시려고,

뭐라도 배우게 해 주시려고 애쓰셨어요.

 

올초부터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 애쓴

부모님들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수고한 나 자신을 토닥토닥해 주세요.


우리 앞으로는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

화가 나는 순간에,

화난 마음은 인정하고, 달래 주되,

화는 좋은 방법을 선택해서 풀 수 있어요.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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