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상담사 Uni Nov 04. 2020

나, 엄마처럼 살게!!!

 올해 남편과는 14년 차 부부입니다. 둘이 부부의 인연으로 산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겠죠. 저는 상처가 생기면 말을 안 하는 편이고, 혼자 참고 감내하는 편이에요. 남편은 일이 있을 때 감정이 올라오면 바로바로 풀어야 하는 편이고, 순간 감정의 폭이 큰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서로의 다른 생활양식, 사고방식, 문제 해결에서 부딪치면 격정의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듯 제게는 후폭풍이 거세요. 남편도 시원한 건 아니겠지만, 제 안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어요. 서로가 원하는 사람으로 살 수 없는 건 너무도 당연한데, 14년이 지나도 그 단순한 진리를 깨닫고 실천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같습니다. 그러다, 올해 코로나까지 겹치니 아이들 문제, 경제적 문제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쌓여있던 찌꺼기들까지 들춰올라오네요. 지금은 휴전같은 안정기에 접어들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도 지겹게 싸우며 보내왔어요.


 저는 세 딸의 장녀예요. 엄마에게 살가운 딸도 아니고, 기쁨을 드리지도 못하지만 어려움도 드리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았어요. 그 덕분에 혼자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나 봐요. 지금까지의 결혼생활도 분위기는 아셨겠지만, 구체적인 일들까지는 말씀을 안 드렸어요. 알면 속상하실 테니까요. 그리고, 아셔도 확실히 제 편에 서 주지 않으실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부모님도 표현이 많지 않으셔서 리액션이 별로 없으세요. 부모님과 저의 상호과정에는 어정쩡함이 늘 존재했습니다.


 올해는 제가 정말 견디기 어려웠나 봐요. 엄마에게 그동안의 일을 이야기했어요. 어떤 일까지 있었고, 지금의 제가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엄마에게 응석 아닌 응석을 부렸어요. 엄마가 받아주시지 않더라도 저도 말해야 살겠었나 봐요. 그랬더니 엄마가 이번에는 제 편이 되어 주시더라고요. 그렇게 힘들면 어떻게 사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남편이 이 글을 본다면 서운하겠지만, 엄마는 제 마음 풀어주시려고 그런 거니까요. 그래도, 저는 그 말을 듣는데, 엄마가 진짜 제 편인 것 같더라고요.

엄마 생신에 처음으로 드시고 싶다했던 오뎅꼬치~ 온 가족이 마당에 둘러앉아 따끈히 먹었어요.

 그리고, 며칠 뒤에 막내 동생이랑 통화를 했어요. 동생이 그러더라고요.

 "엄마가 언니 얘기 듣고, 나랑 말하면서 울었어. 딸 중에 한 명은 엄마 팔자 닮는다던데, 그게 언니 같다고. 나처럼 산 거 같아서 마음 아프시다고.."

 말 끝을 흐리는 동생 이야기 들으면서, 저도 억장이 무너지더라고요. 엄마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눈물까지 흘리게 만들고 말았구나. 엄마도 엄마로 살아오느라, 툭하면 화내고, 욱하는 아빠에게 참아내고, 상처를 견뎌 오셨는데, 저 때문에 또 들춰낸 것 같아 죄송했어요. 제가 엄마의 삶을 누구보다 옆에서 봐 왔잖아요. 20대에 곁을 떠났지만, 엄마의 30, 40대를 제일 열심히 보아 온 저니까요.

 

 참고, 아무 말 못 하고 살아왔던 엄마. 그래서, 우울하고, 웃음이 없었던 엄마. 이 길만이 정답이 아니었을 거예요. 어쩌면 다른 선택이 우리 모두에게 좋았을지도 모르죠. 엄마의 선택은 힘들어도, 생기가 죽어도 이 가정에 남는 것이었어요. 지금도 아빠에게 살갑지 않고, 병처럼 욱하시고, 살얼음 위처럼 아슬한 관계지만, 아빠가 얼마 전부터 아프시고 난 후에도 가장 극진히 돌봐주시는 이가 또 엄마고요. 3남 4녀의 중간에 끼인 딸이라 맨날 형제들에게도 치인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가장 주도적으로 중심을 잡는 딸이세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시골을 지키며, 외가의 뿌리를 돌보고 계세요.


 문득 이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엄마처럼 살기 싫었거든요. 아무 말도 못 하고, 약한 사람처럼 당하기만 하는 엄마라고 생각했거든요. 엄마의 삶이 답답해 보였어요. 왜 그렇게 말도 못하고 살아야 하나... 제가 그랬더라구요.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엄마는 외유내강으로 그 시간들 감내하며 인내하고 헌신해 오셨어요. 엄마의 삶에 제가 감히 그렇게 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걸어온 시간이 모두 행복하지많은 않았다 하더라도 엄마의 선택에 묵묵히 견디고, 결국은 엄마의 힘을 발휘하고 계세요.

 "엄마, 나 엄마처럼 살게요. 드러내지 않아도, 강하게 발휘하지 않아도 내면의 힘을 키우며, 좋은 사람으로 살게요. 거기에다 말해야 할 때는 더 용기내고, 힘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해서 돈도 모으고, 나를 지키며 살아갈게요. 지금의 엄마처럼요. 엄마 팔자가 뭐 어때서. 엄마 팔자 닮은 이 딸, 잘 살게요. 똑 부러지게 살게요. 엄마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작가 6개월의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