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길을 놓쳤다

by 마음상담사 Uni

일요일 오전, 상담 약속에 혹여나 늦지 않도록 시간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아침을 맞았어요. 1분이라도 휴일을 누리고 싶은 마음과 늦지 않겠다는 다짐 사이의 보이지 않는 혈투 끝에 드디어 일어났어요.


왔다 갔다 움직이는데 왼쪽 엄지발가락이 찌릿찌릿하고, 불편한 기운에 겁이 덜컥 납니다. 괜찮겠지 했는데 아픈 통증이 사라질 생각이 없네요. 지하철 대신 운전을 택합니다. 돈은 더 들겠지만 다쳐서 일어나는 상황들에 고개를 저으며, 과감히 결심합니다. 예전이라면 몇 배 더 고민했을 텐데 재빠르게 저를 챙긴 선택에 기특하다며 스스로를 쓰다듬어 줍니다.

내비게이션에 도착지를 찍고, 시간에 늦지 않도록 약간의 긴장감도 장착합니다. 조금 지체하다가 막히면 하염없이 시간이 늘어나는 구간이라 정신 바짝 챙깁니다.


중간에 내비게이션이 교통상황을 고려해 경로를 바꾸었다며 다른 길을 알려줬어요. 따라가야죠. 시간이 3분이나 줄었거든요. 룰루랄라 하며 가고 있는데 아뿔싸, 순간의 착각으로 경로를 이탈했대요. 아... 속으로 자책하려는 저를 워 워 시키고.. 어쩌나요. 지금 내 앞에 펼쳐진 길을 수용하고 가야죠.

예전에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그 길대로 가겠다고 무리하다가 접촉사고를 낸 적도 있어요. 그 길이 아니면 삥 돌아갈 것 같고, 영영 목적지와 멀어지는 것만 같았거든요. 하지만 자꾸 길을 잘못 들 때마다 내비게이션을 보면 시간이 비슷한 다른 길이 있고, 오히려 더 빠른 길을 찾을 때도 있어요.

인생도 그런 듯해요. 이 길만이 답이라고 생각했는데, 실패하거나 실수해서 다른 길로 가도 되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배울 것들을 익히게 되고, 예상치 못한 삶의 항로에서 진짜 나를 찾게 되기도 하죠. 낯가리고, 사람들 앞에서 표현하기 어려워하던 제가 이제는 책을 내고, 강의를 하고, 팟캐스트를 하고 있으니까요.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 같은 길 말고, 그저 순간 내 마음에서 올라온 목소리에 따라가 보며, 어쩜 나의 영혼이 알려주는 길들로 가게 될 수도 있어요.


오늘도 처음 가는 길에서 잘못 들었는데, 시간도 그대로고 한강이 펼쳐지는 멋진 풍경에 기분도 업이었어요. 발이 아프니, 걷기 명상처럼 천천히 걸으며 느긋한 여유도 챙겼어요. 상담실 도착해서 보니, 약속 시간 잘못 알아서 1시간이나 일찍 온 건 비밀이에요~ 그 덕분에 이 글도 얼른 쓰게 되네요. 저의 인생은 참 알 수 없지만 늘 기대돼요. 또 어떤 순간들을 만나게 될지요~~^^

매거진의 이전글마음관리, 아직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