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둘째 딸이 잠이 모자랐는지, 일어나서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았어요. 저는 아이 기분 풀어준다고, 오늘 방학식이라 온라인 수업 일찍 끝나면 가고 싶어 했던 가차 샵에 가자고 했죠. 그랬더니, 딸 하는 말.
"엄마랑 가면 힘들어서 안 가고 싶어"
"네가 가자고 했었잖아. 엄마랑 가는 게 힘들다고?"
"엄마랑 가면 버스 타고 가야 되잖아. 안 갈래."
"그래, 알았어."
윽.. 어른인 엄마도 딸의 마음 그대로의 직진을 들으면 상처 받는답니다. 저도 딸의 말에 마음이 다치고, 닫혀서 방을 나왔어요. 속으로 '어쩜 저렇게 말을 할까. 맨날 자기가 가자고 하고서..' 하면서 당황하고 섭섭한 마음을 만납니다.
이 마음을 알아차렸으면, 얼른 약 발라줘야 해요. 요리하다가 칼에 살짝만 베어도 따갑고 아프잖아요. 피 날 때도 있고, 계속 쓰라리고 아프면 약 바르고, 밴드 붙여줘야 하잖아요. 바로 낫는 건 아니지만 밴드까지 붙이고 나면 훨씬 덜 아프고, 상처도 덜 느껴지는 것 같아요.
마음도 몸과 같아요. 다른 사람의 차가운 시선, 행동, 말투 하나하나에 베여요. 그러면 반사적으로 그 사람에게 또 상처를 주려하거나, 나 자신에게 비난을 퍼부으며 움츠러들죠. 이 과정 전에 꼭 중요한 것이 있어요. 먼저, 그 상처를 잘 보아주고, 괜찮은지 살펴주고, 필요하면 약을 발라주고, 밴드까지도 붙여줘야 해요. 이 일이 제일 먼저예요.
어떻게 마음의 상처를 돌봐줄까요? 상처를 제대로 봐야 하잖아요. 그 상황에서 느낀 감정들에 집중해서 말해 보세요. '아, 쪽팔려, 창피하다, 속상해, 서운해, 화가 나' 이 마음 알아주고, '그럴만하다'로 소독하고, 드레싱 해주세요.
입으로 호호 불어주듯이 '아팠겠다' 말해 주세요. 그러고 약을 발라주면서 '저 사람이 실수한 거야, 뭔가 기분이 상한 일이 있었는데 나한테 날렸나 봐. 일단은 기다려 보자.' 말해 주세요. 나와 상대를 비난하지 않으면서 이 상황을 풀어갈 수 있는 중요한 간격이 됩니다. 나의 상처와 감정을 돌보면서 지금, 이 순간 진짜를 볼 수 있어요.
상대방의 행동이 선을 넘었다 생각할 때는 그 행동에 대해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보다 합리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요. 또, 상대도 자기의 행동이 심했을 때 먼저 사과하기도 합니다. 마음에 에너지가 있어서 제가 마음을 보듬고 중심을 잡고 있으면 상대도 알더라고요.
저도 딸이 한 말에 제 마음을 달래고 있었더니, 딸이 수업 들어가기 전에 저한테 와서 말해줬어요.
"엄마, 버스 타는 게 힘들어서 그랬지만, 가고 싶어요. 아까 그렇게 말해서 죄송해요."
다행히, 딸도 잠결에 불쾌했던 마음들이 진정이 되니 자신의 행동을 알아차려 줬어요. '엄마한테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엄마가 너한테 어떻게 해 줬는데'라는 식으로 불꽃이 튀지 않고 평온하게 지나간 순간이 제겐 소중합니다.
저의 마음 상처를 돌보며, 사람들과도 평화롭게 풀어갈 수 있는 길이 있음에 자신감이 생깁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지키고, 두려움 없이 나아갈 수 있단 믿음이 커지니까요.
여러분도, 마음에 상처가 나면 방치하지 마세요. 너무 오래두면 꼭 덧나게 되어 있어요. 될 수 있는대로 빨리 소독하고, 호호 불어주고, 약을 발라주세요. 이 순간의 선택이 여러분을 지켜줄 거예요. 세상으로부터 안전하게요. 당신은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