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Zero 프로젝트 2주 차
지금, 내 마음은 어떤가요? 지금 마음속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려 보세요. Mind Zero 프로젝트 2주 차는 성장 과정에서의 20년을 돌아보고 있어요. 나란 사람의 기질과 성격은 어떤지, 핏줄로도 연결되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진 가족 안에서, 12년간 평일 아침이면 꼬박꼬박 들어서야 했던 교문 안 학교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만나봤어요. 속속들이 기억나지는 않겠지만, 지금이라도 마음에 떠오른 일들이 있다면 관심 있게 보아주세요. 좋았던 기억들은 저장하고, 아프고 힘들었던 장면은 그때 느꼈던 감정을 알아차리고 돌봐줘야 해요. 다시 방치해 버리면 미해결 과제로 남아서 언제고 기회를 엿보다가 올라와서 영문도 모른 채 힘들어지게 할 테니까요. 이번 시간에는 20대 성인이 되어 만난 사회에서의 시간들이에요. 찬찬히 그 시기의 내게 남은 경험들, 감정들을 알아차려 보세요. 너무 힘들고, 보고 싶지 않을 때는 접으셔도 되세요. 이런 기억은 나 혼자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요. 정신건강 전문의나 심리상담사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바라보셔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요. 내가 나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정도까지만 우리 같이 가 보아요.
얼마 전, 남편이 DP 봤냐고 물으면서 진짜 군대에서 겪는 일들이 나와서 대박이라며 한 편을 보여눴어요. 군대 드라마라면 뻔하지 했어요. 군대를 다룬 영화에서 나오는 폭력적인 모습들 예상했지만, 최근까지도 군대에서 벌어지는 실상이라는 것에 뻔하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저는 한 편만 보고 더 보지는 않았어요. 누군가를 때리고, 여러 명이 갑이라는 위치로 한 사람을 을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제 영혼에도 상처를 주는 느낌이라서요. 부대 안에서 핸드폰을 소지하는 등 군대 내의 생활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해도 몇십 년 전부터 이어져 온 문화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임을 알기예요.
며칠 뒤 신문기사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디피'의 인기를 실감하듯 군대 내 폭력 이후의 피해에 대한 내용이 실렸어요. 제목부터 '예비역 김 병장은 오늘도 군대 꿈을 꾼다.(출처: 한겨레신문, 2021년 9월 25일 토요일 1면, 이정용 선임기자)'에요.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딸만 셋인 집이라 군대와는 거의 인연이 없는 터라 무관심을 넘어 내 일이 아니라며 멀리했던 제가 부끄러워졌어요. 군대에 다녀온 이들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회자되는 말이 "PTSD 온다"래요. 아파도, 다쳐도 군 생활을 해야만 하는 압력에 무기력과 우울증을 겪고, 따돌림과 폭행이 이어져 신고해도 가해자들과 다시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분들도 있어요. 제대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군 내무반에서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억눌린 모습의 꿈을 꾸고 분노와 억울한 감정이 들어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해요. 군대에서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전역 뒤까지 이어져, 수십 년씩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상흔으로 남은 사례들이 있음에도 현실은 군 트라우마에 대한 개념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는 상황입니다. 미국 등은 1989년부터 제대군인의 정신적 상처 치유를 위해 전담인력만 2만여 명이 투입되는 국립 PTSD센터를 설립한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 대신 비영리 민간단체인 군인권센터가 지난해부터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군 트라우마 센터 하나 없는 징병 국가... 이런 체계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인권과 몸, 마음이 짓밟힌 것일까요...
사회에서는 또 어떤가요? 갑과 을이라 나누고, 직장 상사를 비롯해 고객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폭력을 휘둘러도 보호받을 체계도 없고,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없으니 더러워도 참고 지내는 것이 익숙한 풍경 맞을까요? 오랫동안 꿈꾸었던 일이고, 부푼 기대를 안고 시작한 직장이었는데 과중한 업무와 기계 부속품처럼 다뤄지는 환경들 속에서 점점 시들어가요. 일로도 버거운데 인간관계까지 만만치 않으면 숨도 쉴 수가 없어요.
학교에서도 학생을 존중하고, 친절하게 대해 주는 담임 선생님을 만나면 부모님들끼리 그래요. 로또 맞았다고요. 우리는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고, 보호받아야 함에도 이런 상황이 감사하고, 행운이라 여기며 가고 있어요.
몇 년 전에 취업을 하지 못하고 은둔형으로 지내는 30대 청년의 상담을 한 적이 있어요. 상담을 진행하던 중에 알고 보니 군대에서 의가사 제대를 하게 된 일로 자신을 중도 탈락자로 여기고 있었어요. 남들은 다 참아내고 제대를 하는데 너무 힘들고 극단적인 선택을 결심한 후에 극적으로 부모님께 알리고 상담을 통해 군대를 나오게 됐어요. 앞으로 이력서에 쓸 때마다 따라다닐 꼬리표, 주홍글씨처럼 자신을 낙오자로 낙인찍고 있었더라고요. 아무 말 못 하고 참고만 있었다면, 지금도 그 청년이 우리 곁에 있었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요? 내가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을 정도로 힘들고, 괴롭고, 고통스러울 때 못하겠다고, 다른 방법을 찾겠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참으라고만 해야 하나요? 그 사람이 죽어가는대요. 상담하면서 그분이 찾아낸 것은 용기였어요. 자신을 위해 말하는 것이 두렵고 무서웠지만 용기를 냈고, 환경을 바꿀 수 있도록 나로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는 것이었어요.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면서 점점 표정이 밝아졌고, 사회를 향한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을'일 거예요. 갑이 더 나은 사람도 아니고, 을이 못한 사람도 아니에요. 갑과 을이라 구분 지었을 뿐이고, 갑에게 권리가 있다면, 을에게도 당연히 권리를 설명하고 지켜줘야죠. 우리는 존재하고 있던 권리조차도 모르고 있었기에 발휘할 생각도 못하고 살았을지 몰라요. 이제부터 을의 권리 조항을 찾아봐요. 없으면 만들어 가야죠.
군대, 사회에서의 나는 어떠했나요? 그 속에서 어떤 경험을 했고, 감정과 미해결 과제는 무엇들이 떠올랐나요? 또, 그 기간을 겪어내 오면서 어떤 힘을 발휘해 왔나요? 알아차려 보세요.
*상담 사례는 허구의 인물임을 알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