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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마음은 나를 위해 있어요

Mind Zero 프로젝트 4주 차

by 마음상담사 Uni

조물주가 저를 만들었을 때 눈썹 하나까지도 이유가 있더라고요. 땀이나 물, 먼지가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속눈썹까지 섬세하게 만들어 놓고, 땀구멍까지 만들어서 체온을 잘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잖아요. 그런데, 왜 마음은 나를 힘들게만 하는 것 같을까요? 명상을 하거나 책을 읽을 때도 마음이 하는 소리에 귀 기울지 말고 고요히 바라보라고 하세요. 마음은 자꾸 나를 흔들고 고통스럽게 하는 존재라는 말을 들으니까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토끼가 간을 떼어놓고 왔다고 한 것처럼 떼었다 붙였다 하는 존재였음 좋겠다 싶을 때도 있었어요.


길을 걷다가 이 질문이 떠올랐어요. 저는 순간순간 올라오는 질문들과 생각이 예술가들의 영감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요.


'눈썹도 나를 위해 있다는데 중요한 마음을 괜히 만들어 놓았을 리가 있을까? 마음도 나를 위해 있는 것 아닐까?'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바로 '그렇지!!!'였어요. 마음이 결코 나를 힘들게 하려고 있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 있는 건데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었던 걸 거라 결론이 났어요. 컵라면 하나 먹으려고 해도 사용 설명서를 잘 읽고 물 맞추고, 시간 지켜서 먹어야 맛있잖아요. 학교 다닐 때 과학 시간에도 질소, 산소, 이산화탄소, 물, 기름, 각종 광물 특징들 다 배워야 했잖아요. 각 물질들이 갖고 있는 특징을 몰랐다가는 위험해질 수도 있고,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것처럼 마음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았어야 하는데, 아무도.. 아무도 알려주질 않았어요. 왜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할까 하며 비난하고, 무시하고, 모른 척하기 바빴죠.

마음은 저를 걱정하고, 잘 지내길 원했을 거예요. 삶의 방향이 되는 욕구랑 방향이 안 맞을 때 감정들 동원해서 그 길은 아니니까 돌아가라고 알려주고, 지쳤으니까 쉬라고, 이대로 지내면 안 된다고 알려주고 있었을 것 같아요. 해결되지 않은 상처들이 잔뜩 쌓여있으니 꼭 치유하고 가라고 끈기와 인내로 보아줄 때까지 기다려 줬고요. 마음도 저도 서로 애썼는데 이제야 제대로 만나게 된 것 같아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커요.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는 저의 인생 영화로 손꼽는 작품이에요. 감독이자 주인공인 로베르토 베니니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과 포로수용소에 끌려가게 되죠. 아들의 환상을 지키기 위해서 포로의 어둡고 좌절스런 모습이 아니라 마치 놀이와 게임을 하고 있다며 이 스토리를 지켜 줘요. 끝내 자신은 죽음을 맞지만, 살아남은 아들은 마지막에 엄마를 만나서도 활짝 웃을 수 있었습니다. 게임에서 이겼다며 두 팔을 위로 뻗으며 엄마에게 안기며 우리가 게임에서 이겼고, 1등을 해서 탱크를 탔다고 기뻐해요. 이어지는 내레이션을 가슴에 간직하고 있어요.


"이건 내 이야기이며, 날 위해 희생한 내 아버지의 이야기다. 이것이 아버지가 내게 남긴 선물이다."


나의 스토리도 내가 선택해 갈 수 있어요. 우리에게 다가오는 삶은 때론 가혹한 모습일 때도 있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버거울 때도 있겠죠.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갖고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찾아가 보는 거예요. 이제 마음이 걸림돌이 되지 않고 디딤돌로 나와 동행해 줄 거예요. 아무리 힘들고 막막해도 내 마음이 길을 알려줄 거고, 필요한 것을 알려줄 거예요. 지금껏 그래 왔으니까요. 원하는 결과가 아니더라도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한 순간들이 모여 후회는 없을 것 같아요. 그로써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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