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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Dec 15. 2021

담임선생님은 언제까지 '로또'여야 하나요

 우리는 12년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매년 새로운 담임선생님을 만나요. 학생일 때도 매년 담임선생님 발표날은 왠지 설렘과 불안이 함께 공존했던 기억이 스칩니다. 한 분으로 인해 일 년간 제 삶의 질이 달라지니까요. 편하게 웃으며 보낼 수 있냐, 긴장하며 폭격 같은 소리를 들으며 지내야 하느냐.. 누군가의 인생이 학교에서 정해 준 선생님에 의해 달라진다는 것, 그때는 왜 그런 부당함도 모르고 살았을까요.


 학부모가 되면서 엄마들 사이에 한 문장을 가슴에 새기게 됐어요. 좋은 담임 선생님을 만나는 건 로또 맞는 거래요. 그렇게 매년 이 문장으로 기뻐하고, 한숨을 내쉬어야 했었네요.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4학년 두 딸의 학부모로 살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의 심각성을 이제야 깨달았으니, 소위 말해 자괴감이 듭니다.


 중학교 2학년인 첫째는 지금까지 여덟 분의 담임선생님 모두가 '좋으'셨어요. 좋다의 기준이 참 애매하지만 저의 기준은 아이가 학교생활과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느낀 만족도로 정해봤어요. 첫째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는 기질의 아이인 것도 있지만, 학습적인 면에서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급식할 때 매운 반찬은 못 먹었고, 수학과 영어는 지금도 미안한 부분인데, 어렸을 때 저의 강압적인 방식으로 인해 어려워하고 거부가 심해서 걱정이었어요. 그럼에도 학교에서 학습 속도가 느리다고 선생님께 혼이 났거나 친구들에게 위축되지 않았어요. 매년 선생님들을 만나서 상담을 하면 아이들에 대해서 따듯한 시각으로 말씀해 주시고, 제가 걱정을 하면 오히려 아이 입장에서 따끔하게 말씀해 주실 정도였어요.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께서는 첫 시험을 본 후, 따로 전화를 주셨어요. 시험 성적 때문에 아이의 자존감이 낮아지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다며 저에게 알려 주셨죠. 정작 아이는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더니, 2학기가 되면서 갑자기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어요. 수학부터 도전하겠다며 과외를 해 달라고 하고, 매일 할당되는 수학 숙제를 해 내고 있답니다. 요즘 기말고사 기간이었는데 혼자 공부하면서도 페이스를 조절하며 해 나가더라고요. 스스로 마음을 움직이며 방법을 찾아가는 아이에게 감사하고 있어요.


 반면,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는 지금까지 네 분의 담임선생님들은 엄격하고 무서우신 편이었어요. 난독증이 있고 감각이 섬세하고 예민한 편으로 또래 학생과는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랐어요. 그렇다 보니 학교에서 수업을 받을 때 어려움이 컸었고, 선생님들께도 이 부분을 먼저 말씀드리면 세심하게 신경쓰고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선생님들께 혼이 많이 났어요. 준비가 안 되어서, 잘 못해서, 까먹어서, 몰라서요. 저의 아이만 혼이 났다고 하면 분명 아이의 문제겠지만, 다른 아이들도 실수하거나 잘못을 하면 선생님께 반 학생들 앞에서 큰 소리로 비난의 말과 무시, 창피를 당했어요. 작년부터 시행된 온라인 수업을 거실에서 들을 때 가끔 옆에 있게 되면 제가 다 마음이 무거워져요. 심지어 한 학생이 다른 교과 시간에 자신만의 노하우를 발표하는데, 선생님께 혼나지 않는 방법이래요. 자기처럼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요.


'이대로 아이들 괜찮은 걸까...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에게도 이 상황을 그냥 참고 버티라고 해야 하는 걸까... 이렇게 무시를 받아도 선생님이니까 당연한 거라고 해야 할까.. 내가 이 아이 마음 알아주고 보듬어 주는 걸로 해결이 될까... 이런 상황도 이겨내야 더 성장하는 거라고 할 수 있을까..'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에 대해 가르치면서 신체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말 한마디로도 정서적인 폭력이 된다고 알려줘요. 학교에서 잘못하고, 실수하면 학생들 앞에서 혼이 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왜 그대로일까요? 아이들이 '그래, 내가 잘못해서 그런 거니까, 당연한 거야.'라고 하면서 그 기억을 흘려보낼까요? '아, 나는 또 역시 쓸모없는 사람인가 보네. 친구들이,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무시할까...'라고 생각하며 무의식 안에 자신에 대한 안 좋은 기억들을 안고 살아가지 않을까요?


 선생님들도 힘드시죠. 저희도 알아요. 각기 다른 개성의 20명이 넘는 아이들, 가정에서 제대로 케어해 주지 못하는 것까지 떠안으셔야 할 때도 있고요. 하지만,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왜 우린 담임 선생님을 로또처럼 운에 맡겨야 할까요? 기본 공교육이라면 누구나 적정한 기대를 갖고 공통된 교육을 받아야 하는 거죠.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임하는 선생님들의 자세까지도요. 한 사람의 12년 경험 속에는 국, 영, 수를 배우는 것보다 무의식 속에 심어지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인식이 더 강력해요. 무엇이 중요한지 부모도, 선생님도, 교육부도 우리, 꼭 짚고 갔음 하는 아침이었습니다.


 오늘도 둘째는 어두운 얼굴로 현관문을 나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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