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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May 12. 2020

마음 필터를 셀카 앱으로 교체했어


사진 찍기는 어릴 때부터 내게 공포였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얼음이 되었고,

표정도 굳고 자연스럽지 않은 몸짓은 마음에 안 들고,

그러니 또 사진 찍기는 멀리하고만 싶었다.

나의 못난 모습을 눈으로 또 굳이 확인하기 싫었던 듯하다.


요즘은 어딜 가든 사진 찍기가 필수다.

모임에 가도 찰칵, 강의를 들으러, 하러 가도 찰칵

심지어 이제 나도 홍보를 하고 기록을 하기 위해

사진을 남겨야 한다.


그러더니, 셀카를 스스로 찍는다는 건 생각도 못했는데

작년 가을부터 셀카 찍기에 도전을 했다.

블로그에 셀카를 올리면 점점 자연스러워진다고

응원해 주시는 이웃님들도 생겼다. 

나의 긴장한 마음을 풀어주시고, 예쁘다고 피드백을 주셨다. 


참 어색했는데 셀카도 연습인지 자꾸 찍다 보니 재밌다.


다른 사람 보여주지 않아도 되니까

맘껏 내 사진 찍고, 지우고,

자세도 달리 해 보고, 또 찍고

...

나의 모습을 만난다. 

그토록 대면하기 힘들었던 나를 셀카로 만난다.


셀카 앱이 실제보다 다르게 나오는 것을 안다. 

처음에는 인공적이고 인위적인 듯 보여서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 필터로 찍혀 나오는 내 모습이 점점 좋아진다. 

실제의 나도 괜찮고, 더 예쁘게 나오는 이 모습도 좋다. 


셀카 앱 덕분에 나의 마음 필터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뭘 해도 부족한 부분만 보이고,

실수한 것만 눈에 띄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란 사람이 참 싫었다.

마음 필터가 비판적 관찰자로 있으니

못마땅하고, 우울하고, 모자란 것만 확대해 놓고,

분명히 자리 잡고 있는 나의 좋은 면들은 보이질 않았다. 


마음의 성장이 일등공신이겠지만, 셀카 앱 덕분에도

나를 더 예뻐하고 있다. 

세수 안 했어도, 화장 안 했어도

예쁘게 나오고, 뽀얗게 나오고, 화사하게 나오니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분명 지금도 실수하고, 부족하고, 덜렁대고, 우울할 때 있지만

오늘보다 내일 더 좋아질 거라 다독인다.

호기심 어린 관찰자로 나를 보고 있다. 

나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분명, 마음 필터가 달라졌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각이 따듯해졌다.

지금, 이대로 충분히 예쁘다고

내가 나에게 말해준다. 


당신의 마음 필터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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