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지만 마음은 무거워 한창 뒤척이다 일어났다. 이불을 반쯤 개다 말고 힘이 빠져 잠깐 쪼그려 앉았다. 몸을 웅크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한참 있을 때, 어둠 속에서 선명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 버리지 마, 나도 사랑해줘'
잠깐 그대로 있었다. 내가 한 말이지만 내가 아닌, 내 안에서 들려온 목소리. 그렇지.. 이런 마음으로 살아왔지. 사진으로 남는 어린 시절 모습이 몇 컷 지나가고, 순간, 엄마의 차가운 눈빛이 떠올랐다. 나를 사랑하심을 이제는 알지만 어릴 적 엄마에 대한 기억은 가까이 다가오지 마였다. 고만고만한 세 딸과 가사, 부업에 늘 바쁜 엄마였으니 지금으로선 200% 이해하지만 첫째 아이는 자기를 미워하는 줄만 알았다.
눈물이 꼭 감은 두 눈에 차오른다. 콧물이 나오고, 두 손으로 전해지는 따듯한 눈물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휴지를 찾았다. 눈물을 닦고 코를 풀고, 일어서 보지만 이내 다시 주저앉아 개어놓은 이불에 기대었다.
몸이 흐느끼고,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올라온다. 아직 둘째가 옆에서 자고 있어 소리도 못 내지만 입을 닫고 몸으로 울음을 토했다.
'그래, 언제든 내가 나를 버리려 했었구나. 그렇게 맘먹고 있었구나. 사랑한다고 해 놓고도 마지막 보루처럼 언제든 버릴 수 있다고 협박했어..'
울다 멈추고 멍하니 있다가 또 흐느끼다 눈물을 닦는다. 알람이 울린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어나야 할 시간이다.
'내가 너를 어찌 버리니.. 그 긴, 긴 시간 동안 늘 떨게 했구나. 미안해. 빨리 알려주지 못해서 미안해. 진실을 말이야. 너는 버려질 사람도, 버림받을 사람도 아니야. 그곳이 너의 자리야. 당당한 너의 자리. 누구도 너를 평가할 수 없어. 함부로 할 수 없어. 너도, 나도 서로에게 전해주지 못했구나. 이제야 나도 해 줄 수 있어. 안심해. 편히 숨 쉬어. 용기 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