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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May 15. 2020

눈이 말해요. 당신 마음을

약속한 상담 시간이 되고 상담을 신청하신 분과 마주 앉았어요. 상담을 받는 경험이 생애 처음이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하시네요. 도움받고 싶으셨던 것을 생각하고, 편하게 이야기 나누시면 된다고 안내해 드립니다. 그렇게, 상담이 시작되어요. 

 

 제가 상담시간에 가장 주의 깊게 보는 것이 있어요. 바로 '눈'이에요. 눈 맞춤이죠. 저도 평상시에는 눈을 자세히 보지 않지만 상담사 모드로 들어가면 상대방이 어색해하실 정도로 저의 모든 주의는 눈에 맞춰집니다. 


 처음 만난 사이지만, 저의 마음을 아시는 듯 점점 자연스럽게 눈이 맞춰집니다.  원래 사람들과 눈 맞추기가 어려운데, 저와는 아주 편하게 되셨다고 놀라워하셨던 분들도 계세요. 물론, 절대 아닌 경우도 있어요. 2년 가까이 상담을 받아도 저와 눈 맞춤이 안 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렇다 해도 저는 그분의 눈을 바라보며 마음을 만납니다. 저의 온 마음을 다해서 그분을 바라보고, 함께 있으려 합니다. 


 처음에는 무미건조하고, 날 서게 느껴지던 눈빛도 조금씩 말랑말랑해져요.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릴 때도 있고, 반짝 빛날 때도 있어요. 무엇보다 살짝 눈가가  촉촉해지면 그 순간은 절대 놓치지 않아요. 그분의 마음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때이기도 하죠.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아무 느낌 없다, 하품한 거다, 안구 건조증 등등의 대답이 나오기도 해요. 거기서는 저도 한 발 물러서서 다시 기회를 기다립니다.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면 또 눈가에 힘이 주어지고, 촉촉해지거나 빨개지거든요. 그때 다시 물어봐요.


"지금, 눈물이 맺히셨어요. 어떤 감정이 느껴지세요?"


 이제는 부인하지 않으시고, 감정을 알아차려 봅니다. 슬프고, 서럽고, 억울하고, 속상하고, 그립고, 외롭고, 힘들었던 마음 이야기들이 나와요.  이 순간, 이 감정들에 잠시 머무릅니다. 최대한 그 감정을 가슴이 느끼고, 놓아 보내고, 흘러가도록요. 다시 마음에 남아 무겁게 하지 않도록요. 혼자라면 묻어두고, 외면하고, 모른 척했겠지만 저와 함께하며 마주 볼 수 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지만, 당신의 눈이 마음을 말해줘요. 세수하고 난 후, 화장을 마치고 난 후, 거울 보면서 내 눈이 어떤 말을 하는지 바라봐 보세요. 옆사람과 이야기하면서도 눈을 더 그윽이 보아주세요. 마음이 보일 거예요. 마음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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