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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Jan 13. 2022

'아이야, 나는 널 몰라'에서 시작해요

사춘기가 두려운 부모에게 23

누군가를 깊이 안다는 것, 

누군가를 깊이 알아가는 일은
바닷물을 뚫고 달의 소리를 듣는 것과 같다.

 마크 네포 시인의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 책의 '누군가를 깊이 안다는 것' 한 문장이에요. 이 문장을 읽고, 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했어요. 바닷물을 뚫고 저 달의 소리를 듣는 것과 같다는 말이 실감이 안 나면서도 피부에 와닿는 느낌으로요.


'그렇지. 내가 나도 모르는데, 다른 사람은 얼마나 더 모를까, 그리고 아이를 내가 다 알고 있다고, 더 많이 안다고 오만하고 있었던 건지...'

  

 사람은 너무너무 달라요. 아무리 붕어빵 가족, 쌍둥이라 해도 생김새의 미세한 차이가 있어요. 외모는 물론이고, 음식, 취향, 색깔, 최애 아이돌 등등 달라도 너무 다르죠. 저희 4 식구도 얼음만 먹거나, 찬물만 먹고, 미지근한 물만 먹는 사람 다 정해져 있어서 얼음 겸용 정수기가 필수예요. 내내 일치하지 않다가 드디어 딸들이 아이돌 한 그룹을 좋아하게 됐는데, 최애 아이돌은 역시 비껴가더라고요. 좋아하는 것의 차이쯤은 귀엽게 넘어가 줄 수 있죠. 


 주말이 되면 밖에라도 나가서 바람 쐬자 하면 아이들은 귀찮고 피곤하다며 나가지 않겠대요. 저는 온라인 게임이 하나도 재미없고, 어떻게 하는지도 입력이 안 되는데 둘째는 이 게임을 못하게 하면 안달이 나요. 방에 물건 하나라도 흐트러짐 없이 똑같이 유지하는가 하면 며칠 만에 정리해도 언제 그랬냐는 듯 책상 위가 수북해져요. 정성 들여서 식사시간 준비했더니 음식이 맛이 없다고 바로 팩폭을 날리고, 또 어떨 때는 자기 마음도 모르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서운함에 눈물을 보여요. 숙제는 바로 해 놓고 놀면 될 텐데 늘 까먹고 있다가 자기 전에, 아침에 현관문 앞에서 생각날 때도 있어요. 일상에서 수없이 부딪치는 상황들로 마음속에서는 이  목소리만 쌓여가요.

'쟤는 도대체 왜 저러지. 이해하려야 할 수가 없어!!'


 비단 아이들만 그런가요. 남편, 부모님, 형제, 자매, 친구, 직장 동료 등등 딱 부처님 손바닥처럼 이해되고, 훤히 그 마음을 알겠는 사람, 어디 있나요. 저의 입장에서 틀린 것 같고, 고쳐야 할 것 같고, 저러면 안 되는 것인데 그건 어디까지나 제 마음일 뿐이고, 상대는 자기만의 세상이 있더라고요.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마음속에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달라요. 이런 것을 기질, 성격유형 등이라 할 수 있죠.


 광물이라 하더라고 광물마다 성질이 제각각이잖아요. 저는 과학 시간을 좋아하지 않았어도 현무암, 화강암, 사암, 석회암 등은 기억이 나요. 시험 보기 전날 광물마다의 생김새, 분포, 배경 등등 외웠던 덕분인가 봐요. 그런데, 어디서도 사람마다 다르고, 어떤 성질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서로 갈등이 될 수 있고, 풀어가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어요. 물과 기름만 섞여도 섞이지를 않고, 뜨거운 기름에 물이 들어가면 튈 수 있으니 위험하고, 주방세제를 넣으면 섞일 수 있다는 정보만 삶에 필요한 것이 아니죠. 한 명, 한 명이 어떤 기질을 갖고 있고, 틀린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해결해 갈 수 있다는 것도 알았어야 해요.


 코로나 이후, 가장 핫했던 검색어 중 하나가 MBTI였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서로의 MBTI 검사 결과로 이야기를 하는 장면 이후, 너도 나도 해 보자가 되었죠. MBTI(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자기 보고식 성격유형 검사 도구예요. 검사 방법이 쉽고, 만 10세 이상이면 누구나 자신의 성격유형 결과를 바로 알 수 있어서 널리 쓰이고 있어요. 이 검사에서는 에너지의 방향(E-I), 인식 기능(S-N), 판단 기능(T-F), 생활양식(J-P)의 4가지 분류기준에 따라 16가지의 성격유형으로 분류됩니다. ENFP, ISTJ, INFP, ESTJ 등등 자기 소개할 때 덧붙이는 말들 들어보셨을 거예요. 


 요즘 부모님이나 성인 분들께서 가장 관심을 두는 검사는 TCI(Temperant and Character Inventory) 에요. 선천적인 심리 선호 경향성인 기질을 측정하고, 더불어 기질이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어떻게 성숙되어 있는지 성격적인 측면도 알 수 있어요. 자극 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인내력 등 4가지의 기질 척도, 자율성, 연대감, 자기 초월로 3가지의 성격 척도가 있습니다. 이 검사에서 기질을 인내력을 제외한 3가지로 조합을 하면 27개의 기질별 특성이 나옵니다. 


 대표적인 검사들의 결과만 보더라도 16가지, 27가지 분류할 정도로 사람들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죠. 여기서 더 나아가 같은 성격유형, 기질 안에서도 수치, 환경, 경험에 따라 각자의 고유한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같은 사람이 없고, 바닷물을 뚫고, 달의 소리를 듣는 것처럼 한 사람의 마음을 알기란 참 어려운 일 같아요. 더군다나 자기도 자기가 누구인지를 한창 찾고 있느라 멘붕 상태인 아이들은 오죽할까요. 사춘기 아이들은 찾고 있다지만 여태껏 나를 모르고 살아왔던, 돌아볼 새도 없이 달려왔던 우리들은요. 어쩌면 우리가 더 시급할지 몰라요.   

 

 학교 다닐 때 열심히 기초 상식과 공식 암기했던 것처럼 우리 사람에 대해서도 공부해 봐요. 나와 우리 가족이 잘 살기 위한 일이잖아요. 앞에서 알려드렸던 따듯한 시선을 장착하려고 해도 마음에서 이해가 안 되면 스트레스만 더 쌓여요. 역시 나는 안 된다며 나를 비난하게 될 수도 있어요. 안 되는 이유가 있어서 그래요. 나와 너무 다른 사람들과 있으니 이해가 안 되죠. 모르니까요. 이것을 인정하는 순간, 터닝포인트가 돼요. 


'나는 널 몰라. 너의 마음을 알고 싶어.'      


 호기심의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면 만날 수 있어요. 어떤 검사든지 결과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분석하면 수박 겉핥기 식일 뿐이에요. '넌 이런 유형이니까, 이런 기질이니까'로 평가하는 식이면 또 상처만 주게 될 수 있어요. 전문가에게 검사 해석을 제대로 받고, 기질, 성격유형 등과 관련된 책, 모임, 강의 등으로 배워보세요. 명심하세요. 한 사람을 제대로 아는 건 달의 소리를 듣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요. 어쩌면 죽을 때까지도 내가 누군지 모를 수도 있을 만큼요.

 서로가 모르는 상태에서 함께 살아가야 할 때, 우리 이 세 가지를 기억해봐요. 먼저 첫 번째질문해 보세요. 


“너는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하길 원해?” 


 두 번째확인해 보세요. 아이의 대답을 들은 후에, 부모님이 이해한 것이 맞는지 다시 들려주며 확인합니다. 


“아이돌 공연에 친구들과 가고 싶은데, 엄마가 비용을 어느 정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거지? 엄마가 이해한 것이 맞니?"


 세 번째조율해 보세요. 한 사람만의 의견이 아니라 구성원들 모두를 잘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정도로 조율을 하세요. 


“엄마는 이 정도 금액까지 가능해. 이렇게 하면 어때?”     


 아이의 마음이 궁금하다면 엄마가 잘 모르지만 궁금하고, 그 마음에 함께 가고 싶다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그러면 철옹성 같던 아이의 마음이 열립니다. 마음을 있는 그대로 존중받은 아이는 자기 스스로 좋은 길을 선택해 갑니다.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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