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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Jan 05. 2022

마음속 거대한 통 비우기

 사춘기가 두려운 부모에게 17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아 알레르기 학자 도리스 랩 박사는 <이 아이가 당신 아이인가요?(Is This Your Child?> 저서에서 "통 효과"에 대해 이야기해요. 인생에서 받는 모든 스트레스는 하나의 거대한 내부 통으로 간주할 수 있고, 이 통이 가득 채워지지 않는 이상 우리 신체는 새로운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 내부의 통이 가득 차고 나면 아주 사소하고 작은 지푸라기 하나만 더 보태져도 궁지에 몰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부모님 마음 안의 거대한 내부 통에는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가 채워져 있나요?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해 보세요. 지금 내 마음의 통 안에는 스트레스가 절반 정도일 수도 있고, 아주 적을 수도 있고, 거의 가득 차서 흘러넘치기 일보 직전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 그 속에 채워져 있는 스트레스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아이의 사춘기 반항적인 행동, 성적 고민, 진로 고민, 부부간의 불화, 대인관계 고민, 경제적 불안, 가족의 건강 등등이 들어가 있을 것 같아요. 살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일상들이기도 하죠. 이 상황 자체가 스트레스로 이어진다기보다는, 거기에서 느꼈던 나의 감정과 해소되지 않았던 욕구들, 어릴 적부터 형성된 나에 대한 믿음들로 인한 생각들이 섞여 있어요. 마음의 원리에서 알려드린 것처럼, 인생의 미해결 과제들이 쌓여 있습니다. 아이의 기말고사 성적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 성적으로 좋은 대학도 갈 수 없고, 내가 좋은 엄마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하고, 우울해지고, 좌절감까지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옆집과 비교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고 보이면 똑 부러지게 잘 해내는 것도 없고, 미래가 두렵게만 생각될 수도 있어요. 각자가 상황마다 느끼고 인지하는 것이 천차만별이라 할 정도로 다릅니다. 


 이 통에 공간이 있을 때는 새로운 스트레스도 해결할 수 있지만 가득 차 있을 때는 작은 것 하나에서도 감당할 수 없게끔 느껴져요. 힘들다고 그 대상에게 바로 표현할 수도 없죠. 참고 참다가 그나마 만만하다고 여겨지는 대상에게 그 버틸 수 없는 끈을 놓아버리게 될 수도 있어요. 아이들에게 화를 참을 수 없을 때가 그렇죠. 아이들이 잘못을 해서라기보다 그때의 마음속 통의 상태가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그래서, 통에 차 있는 나의 마음 이야기들을 관리해 주는 것이 필요해요. 특히, 사춘기 자녀가 "어쩌라고?" "지도 못하면서" 등의 다듬어지지 않은 말들과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행동들을 보일 때에 어느 한쪽이라도 정신줄을 잡고 있어야 해요. 부딪쳐 봤자 이제 아이도 더 이상 뒤로 물러서지 않다 보니 서로를 할퀴는 상처로만 남을 수 있으니까요.


 그럼, 어떻게 통을 관리해 주고 비울 수 있을까요? 가장 좋은 것은 믿을 수 있고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수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에요. 상담을 처음 신청하신 분들과 만날 때는 마음이 무거운 만큼 얼굴도 어둡고 표정이 굳어 있으세요. 단 1회기 일지라도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어 보고, 그때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공감받고 자신을 이해하게 되면 한결같이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하세요. 평생을 마음에 꼭꼭 묻어두고, 꽁꽁 감춰뒀던 이야기를 흘려보낼 수 있게 되면서 가벼워지는 거죠. 참 마음이란 것이 신기하죠. 


 하지만, 사실 상담을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담될 때가 훨씬 더 많죠. 셀프로도 마음을 제대로 보듬어 줄 수 있는 방법도 알려 드릴게요. 우선, 나를 위한 시간을 10분이라도 확보해 보세요. 피부관리, 손톱 관리할 때처럼 내 마음도 관리해 준다고 선택하고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랍니다. 준비물은 아래의 감정단어 목록, 노트나 메모지, 필기구예요. 자, 그럼 마음관리 시작해 보아요.



  먼저, 요즘 어떤 감정들을 느꼈었는지 찾고, 단어들에 동그라미를 쳐 보세요. 그중에서도 강하게 느꼈던 감정들은 별표도 쳐 주세요. 마음에 어떤 이야기들이 쌓여 있는지 확인할 때 감정단어로 선명하게 찾을 수 있어요. 다음에는 별표가 쳐진 감정들을 어떤 상황에서 느꼈었는지 노트에 적어주세요. 적은 후에는 소리 내어서 말해도 좋아요.  내가 나에게 들려주는 공감의 표현이니까요.


 "어제 딸이 신경질 내고 방으로 휙 들어가 버렸을 때, 내 마음이 야속하고, 원망스러웠네. 서글프고, 막막하고, 울고 싶은 마음이었어. 나도 딸한테 잘한다고 신경 썼는데 또 그렇게 끝나버리니까 허무하고 기운이 빠졌었어."


"오늘 아침에 준비한 아침을 딸이 먹고 가서 화해는 못 했지만 다행이었고, 마음이 놓였어. 안 먹고 가면 서운했을 텐데도 준비하고, 수고했어!!!"


 한 가지, 팁이 있어요. 나의 감정을 찾고 공감해 줄 때, 욕구 불만족의 감정을 먼저 찾고, 욕구 만족의 감정으로 마무리를 해 주세요. 우리의 뇌는 실수나 실패, 부정적인 감정을 3~4배 더 강력하게 기억해요. 생존 본능이라고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의도적으로 본능을 바꿔 보는 거예요. 우리에게 중요한 건 내가 잘하고 있고, 서로 좋은 관계에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잖아요. 이런 순간을 포착하고, 잘 저장해 주어야 합니다. 욕구 만족의 감정들로 마무리를 하면서 힘들 때도 있지만, 나로서 만족하고, 잘 해낼 대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마침표 찍어 주세요.  



 감정들만 먼저 알아주고, 공감해줘도 금세 마음의 무게가 달라짐을 느끼실 거예요. 이제,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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