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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Jan 06. 2022

부모의 두려움 에너지가 문제였다

사춘기가 두려운 부모에게 18

 앞의 글 '마음속 거대한 통 비우기'에서 감정단어로 마음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드렸어요. 이번에는 어린 시절부터 쌓여 있다가 현재에도 불쑥불쑥 올라와 꼼짝 못 하게 만드는 미해결 과제들을 풀어가 볼게요.




 세상에는 수천수만의 것들이 존재해요. 전 세계 79억 명의 사람들, 거대한 고층 빌딩, 자동차, 집, 가구, 옷, 신발 등등 돈으로 사고,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죠. 또, 눈에 보이지 않는데도 와이파이와 데이터만 있으면 인터넷으로 연결된 전 세계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찾고, 보고, 만나고, 들을 수 있어요. 또 다른 우주라고 불리는 메타버스의 시대에 이미 탑승했을 만큼 세상은 거대해지고 있어요. 그럼,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일까요? 심지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라면요. <자존감과 효능감을 만드는 버츄프로젝트 수업> 책의 저자인 권영애 선생님은 심리학 공부를 통해 무의식에 대한 정의를 찾았어요.

의식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1퍼센트(작은 나)라고 한다면 28만 배의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는 무의식은 99퍼센트(큰 나)다. 나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동력, 99퍼센트의 무의식은 내가 말한 것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호흡까지 다 저장하고 있다. 또 내가 경험하는 오감의 느낌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다 저장하고 있다. 내가 아는 의식이 다 잊어버린 순간의 느낌, 기억을 다 저장하고 있다.
(출처: 자존감과 효능감을 만드는 버츄프로젝트 수업', 권영애 저, 아름다운 사람들, 137p)


 여러분은 이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우리는 서로의 얼굴, 모습, 행동 등 겉모습만을 보고 생각하고, 판단하지만, 그 이면에 이 모든 것을 움직이게 하는 무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을요. 1:10의 비율도 아니고, 1:99로 거대한 세계가 있어요. 한 사람 안에는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기질, 성격 유형, 내면의 힘이 있고,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경험한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 그때 느낀 감각과 감정들이 어우러져 있는 신비로운 존재예요. 그래서, 한 사람을 소우주라고 볼 만하죠.


 그런데, 우리는 모르기도 하고, 바쁘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무의식, 내면까지 생각해 주지 못했어요. 당장에 전교 등수가 몇 등인지, 전국 몇 % 인지, 영어 토익이 몇 점인지, 어느 대학을 나왔고, 직장은 어디인지, 결혼은 했는지, 아이는 몇 명인지, 집은 몇 평인지만 보려 해요.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얻은 결과들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에요. 사회는 특권층이 정한 기준들로 사람의 존재를 단순히 좋다, 나쁘다, 성공했다, 실패했다로 평가해요. 해야만 된다는 압박으로 승자와 패자를 갈라놓고 결과적으로 모두가 두려움, 불안을 갖게 만든다는 것에 주목해야 해요. 승자도 언제 패자가 될지 모르니까요.  

  권영애 선생님은 무의식 속의 두려움 에너지와 사랑 에너지가 있다고 해요. 두려움 시스템 속에서 살 때 내 에너지의 99퍼센트를 살아 있기 위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두려움을 해소하는 데 쓸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나머지 1퍼센트를 가지고 나도 돌보고, 관계도 맺고, 가정생활도 해야 하니 당연히 지치고 힘들겠죠. 왜 힘든지도 모르면서 온 힘을 다해 하루하루 살아온 거예요. 또, 일상에서 갑자기 감정적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우리 뇌는 본능적으로 두려움 에너지가 작동하면서 무의식에 저장된 과거의 경험에서 가장 비슷한 것을 선택해요. 나의 무의식에 두려움과 사랑 중에 어떤 쪽이 힘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


여러분의 무의식은 어떤 쪽 에너지를 선택하고 있었나요?


 저는 첫째를 임신했을 때, 저처럼 불행하면 어떡하지 걱정이 됐어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데 저는 우울하고, 자신감도 낮고, 눈치 보며 사는 사람이었거든요. 막상 아이가 태어나니 욕심이 생겼어요. 아이는 이제 내 손에 달렸으니 책도 많이 읽히고, 영어도 원어민처럼 잘하고, 똑똑하게 잘 키워서 훌륭해질 것 같았나 봐요. 마치 제게 온 인생역전의 기회처럼 아이가 온 세상의 전부가 됐어요. 아이가 함박웃음을 지어줄 때는 세상 근심 다 사라지는 것 같지만, 그것도 잠시, 이럴 때가 아니라며 뭐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 했죠. 책을 읽어줄 때도 글자를 짚어주며 한글 노출해 준다 하고, 노는 시간에도 놀며 배우라고 장난감 한 개, 두 개, 세 개 수 개념을 넣어주고, 영어로 말하며 자연스럽게 2개 국어로 늘길 바랬어요. 조금이라도 늘지 않고, 더 잘하는 아이들 보면 불안해지고, 따라주지 않는 아이에게 분노와 원망의 화살이 날아갔어요.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들이라 내 뜻대로 안 되는구나를 알고 일찌감치 포기했으니 다행이라 할까요.

 기대와 욕심은 내려놓았어도 아이가 커가면서 불안이 늘 따라다니더라고요. 방바닥에 쓰레기가 굴러다니고, 돼지우리가 따로 없다는 장면을 목격하면 이렇게 살다 간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민폐만 끼치는 거 아닐까 걱정되고요. 야채는 물론이고 매운 것도 못 먹고 고기만 먹을 때는 영양 불균형으로 키가 안 자라고 건강이 안 좋아질까 불안해져요. 수학, 영어도 남들만큼 못 따라가면 나중에 커서 돈은 벌고 살 수 있을까 땅이 꺼지게 한숨이 나오고, 하루 종일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을 땐 생각이 없는 것 같고, 한심해 보이고, 저러다 폐인 되지 싶어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올라요.


 잠시, 멈추고 알아차려 보아요. 저희 아이가 심각한 문제 상황에 봉착한 걸까요? 마음에 안 들 때도 있지만, 아이들은 자기 몫의 삶들을 감당하고, 잘 자라고 있어요. 고군분투하며 기특하게 생활하는 때도 많은데 저의 저의 무의식은 이런 순간은 쏙쏙 스킵하고, 두려움이 올라올 때만 돋보기를 들이대고 있어요. 제 무의식이 두려움 에너지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아이에게뿐만 아니라, 저 자신에게도 요.


* 이하 엔칸토 영화 스포일러 주의



영화 '엔칸토: 마법의 세계' 영화에는 마법을 가진 마드리갈 가족의 이야기가 나와요. 아부 엘라 알마 할머니부터 3대째 마법이 이어져 온 가족은 각자의 빼어난 능력으로 마을 사람들을 돕고, 완벽한 듯이 보여요. 하지만, 화려하고 축복이 넘치는 가족의 이면에는 서로 절대 꺼내지 못하는 말이 있어요.


 '나의 마법이 사라지면 어떡하지? 나는 쓸모없어질 거야.'

 '나는 완벽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어. 내가 원하는 건 표현할 수 없어.'

 

 마음속 통이 꽉 차면 더 이상 버틸 수 없듯이, 가족 중 유일하게 마법을 갖지 못한 미라벨이 할머니에게 가족의 판도라 상자 같은 말을 발산해 버렸어요.  


"끝까지 제가 못마땅하신 거죠?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할머니 눈에 루이사는 힘이 모자라고 이사벨라는 늘 완벽하지 않겠죠. 저도 그렇고 우린 이 가족을 사랑해요. 가족을 생각하지 않는 건 할머니라고요!!!"


 아슬아슬했던 신뢰처럼 집까지 무너지면서 할머니도 그제야 자신을 돌아보고 속마음을 꺼내 놓아요.


"여길 돌아올 자신이 없었다. 이 강은 우리가 기적을 받은 곳이지. 난 기적을 받았다. 두 번째 기회란 기적. 그걸 잃을까 봐 너무 두려워서 누굴 위한 기적이었는지 잊어버리고 말았지."

  남편과 세 아이들, 그리고 자신까지도 위험했던 순간에서 남편을 잃었지만 기적처럼 받았던 마법을 다시 잃게 될까 두려웠던 할머니.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서 꿋꿋이 가족을 지키고, 마을을 살려내며 완벽하고 강인해야 한다는 부담을 지고 살아왔어요. 다시 모두가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두려움 역시 늘 함께 해 왔죠. 그러느라 가족들과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진정으로 보살펴 주지 못했어요. 누구보다 외롭고 불안했던 할머니도 자신의 솔직한 마음 그대로 인정하고, 보여줬을 때 미라벨에게 위로와 공감을 받게 돼요. 이제 할머니만의 마드리갈이 아닌, 가족 모두 진심으로 서로를 위하면서도 자신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두려울 땐 그 마음을 나누며 풀고, 사랑 에너지를 택해서 희망으로 어려움을 해결해 갈 수 있어요.  


 여러분도 인생에서 두려워하는 것이 있나요? 삶의 순간들에서 두려움 에너지로 선택하게 될 때가 있나요? 오히려 그 선택이 나와 옆사람, 특히 아이들과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진 않나요? 삶이란 온통 개인적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며, 아직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이에요. 과거와 지금, 내가 달라졌듯이 결과는 아무도 몰라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우리는 자유로워질 거예요.

 여러분이 진정 원하는 삶은 어떤 모습인가요? 그 방향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 내 마음속 미해결 과제를 풀어가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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