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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Jan 07. 2022

나는 마음 상처를 리뉴얼 중입니다

사춘기가 두려운 부모에게 19

 연애할 때는 나만 보고, 한없이 좋았던 사람이 결혼하고, 부모가 되면서는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싶어요. 요즘 관심 있게 봤던 예능 프로그램 '돌싱글즈'가 있어요. 참가자 분들은 일반인으로 이혼을 경험하고, 다시 사랑을 찾기 위해 용기를 내셨어요. 이혼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할 때, 결혼 후에 달라진 서로의 모습과 극복하기 어려운 성격 차이로 매일을 싸우고, 지옥 같은 생활을 보냈었다는 분도 계셨어요. 함께 있는 자체로 행복했기에 결심했던 결혼이었는데 어느새 그 자체로 고통이 되었기에 이별을 선택하게 됩니다. 사랑을 하고, 내 편이라 믿게 되면 그 사람에게 나의 민낯을 보여주게 돼요. 다른 곳에서는 꽁꽁 숨겨왔던 모습들이에요. 단순히 기질, 성격 차이를 넘어 삶 속의 깊숙한 상처들까지 보여주게 됩니다.


 마음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지 않은 감정과 욕구, 아픔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다가 적당한 때가 되면 튀어 올라와요. 나 좀 봐달라고요. 여기가 아프니까 '호' 해달라고, 마음 이해해 주길 부탁하면 되는데, 자기의 상처인 줄 모르고 있으면 서로 스치기만 해도 괴로워져요. 점점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고 실망, 미움, 원망만 남네요. 사랑했던 만큼 기대도 컸으니까요.

 비단 부부 관계에서 뿐인가요? 자녀와도 비슷해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사랑스러운 존재였는데 마음을 콕콕 찌르는 가시처럼 눈에 거슬리는 행동들이 보여요. 어느 지점에서는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치밀어 올라요. 한바탕 분풀이를 하고 나면 그제야 제정신이 돌아오고, 잠든 아이 보며 눈물범벅으로 반성과 후회를 하지만, 아침이 되면 도돌이표예요. 이젠 아이도 참고만 있지 않네요. 그동안의 앙갚음이라도 하듯이 말 한마디에도 비수를 날려요.


 도대체 뭐가 얼마나 힘들었다고 이럴까 싶어요. 육아서, 심리서적을 봐도 상처받은 내면 아이라고 하면서 어린 시절의 그 아이가 울고 있대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마음에는 어떤 상처들이 남아 있었던 걸까요?

 

 잠시, 여러분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볼까요? 어릴 때 살았던 집 중에 한 곳을 떠올려 보고, 그때 우리 가족과 내가 어떻게 살았었는지 생각해 보세요.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들도 있고, 속상하고, 무섭고, 슬펐던 장면들도 있을 거예요. 그중에, 부모, 형제, 자매, 친척들과의 관계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무시받거나 창피하고, 억울하고, 화가 났던 상황들이 있어요.


 갖고 싶어서 표현해도 떼쓰지 말라고 무시받거나, 나보다 남들을 챙길 때만 착하다고 인정받고,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가는 고집불통에 버릇없는 아이로 찍혔어요. 부모님이 바쁘셔서 친척집에 맡겨지면 서러운 눈칫밥을 먹기도 하고, 무섭고 속상해서 울면 어디서 눈물을 보이냐며 맘껏 울지도 못했어요. 친구들에게 외모로 놀림받고, 따돌림당하고, 억울한 일이 생겨도 바쁜 부모님 더 힘드실까 혼자 꾹꾹 담아왔어요. 경제적으로 여유 있었지만,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어요. 부모님 뜻에만 맞추고, 힘들다는 투정조차 입 밖에 낼 수 없었어요. 부모님의 폭력에도 어디 가서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었어요. 결국 내 얼굴에 침 뱉기 같아서요.

 저는 딸 셋의 첫째였기에 부모님은 장녀로서의 헌신을 원하셨겠지만, 내향형이면서 제 감정이 우선이었던 아이였어요. 제 마음에 어긋나는 상황이면 크게 대들지는 않아도 입이 '대빨' 나오고,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죠. 부모님은 그런 저를 이기적이고 자기만 아는 못된 아이라 보셨어요. 동생들과는 달리, 신뢰하지 않고 지겹게 생각하는 차가운 눈빛으로 저를 대하셨죠. 그래서 어린 시절 생각하면 소외감을 느끼며 혼자라고 생각했어요. 의식적으로는 부모님께서 세 자매를 위해 희생해 주셨고, 본인들도 사랑받지 못하고 자랐기에 사랑을 표현할 수 없으셨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아요. 그런데 제 몸은 어디서든 주눅이 들고, 사람들의 눈빛만 살피고, 제 의사를 표현할 수가 없었어요. 이기적이라고 못됐다고 싫어할까 봐요. 다시 혼자 남겨질까 봐요.


 여러분은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떠오른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그때를 떠올리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 감정단어 목록에서 지금 느껴지는 마음에 동그라미를  쳐보세요.

출처: 아라차림 감정단어 목록

 동그라미 친 감정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저는 눈물이 고이고, 속상하고, 안타깝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아직도 그 차가움이 면도날에 스치듯 쓰라린 느낌이 들어요. 이 마음을 내가 알아주고 공감해 줄 수 있어요. 어렸을 때는 아무도 몰라줬지만 이제 어른이 된 내가, 그 마음 제일 잘 아는 내가 보듬어 갈 수 있어요. 혹시 그때의 상처가 너무 깊거나 두려움, 공포심이 들 정도로 생각만으로도 힘든 분들 계시다면, 꼭 믿을 수 있는 상담사, 심리 전문가와의 시간으로 도움을 받으시길 추천드려요. 소중한 나를 안전하게 돌보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마지막 뒷심 작업이에요. 그때의 나는 어떤 힘들을 발휘 하며 버텨낼 수 있었을까요? 아이에게는 역경이라 할 수 있는 시간들도 어떻게 이겨 나올 수 있었을까요? 어린아이라고 약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에요.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적응하기 위해 애를 쓰고 선택한 방법들이 있어요. 부모님의 힘든 상황을 이해하며 지냈고, 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어요. 부모님이 무서워도 꼭 참고 인내하고 용기를 냈어요. 이곳에서 더 이상 지낼 수 없다고 생각해서 다른 곳으로 가거나 거리를 두기 위해 도전하고,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죠. 지쳐있는 엄마를 위해 친절과 상냥함을 발휘했고, 친구들과의 우정으로 외로움을 이겨내기도 했어요.  저도 외로웠던 대신에 사람들의 아픔을 공감하면서 상담사가 되어 사람들을 돕겠다는 이상품기와 목적의식으로 무너지지 않고, 버텨 올 수 있었어요.

 상처만 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낼 수 있는 힘을 빛내며, 그 상처를 기억하고 있다가 회복하려는 아이예요. 여러분은 어떤 힘을 발휘하고 빛냈는지 찾아보고, 동그라미 쳐 보세요. 그리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리뉴얼로 새롭게 알게 된 모습을 저장해요.


"나는 어릴 적 사람들의 소외와 무관심에 외로웠었고, 슬펐었어. 그리고, 공감, 이상품기로 인생을 지켜내 왔어. 나에게는 나를 지켜낸 힘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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