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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Jan 10. 2022

부모라면, 돌봄 리스트 먼저

사춘기가 두려운 부모에게 20

 부모가 되어, 당장 두 팔에 안겨있는 아기를 보면 그저 신기하고 예쁘면서도 또 마냥 웃을 수많은 없어요. 이 작은 생명이 나의 손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부담감과 책임감이 양쪽 어깨에 장착됩니다. 조금만 힘줘도 어떻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울음소리만 들려도 무슨 일이지 가슴 철렁하며 24시간 돌봄 체제에 돌입하죠.


  학창 시절에도 누가 시키지 않으면 못했을 공부를 시작해요. 2~3시간 간격으로 일어나서 수유를 하고, 밤잠도 푹 못 자지만 온라인 맘 카페의 선후배들 고급 정보를 꼼꼼히 챙겨두고, 신체발달, 감정코칭, 조기교육 등등의 육아서를 섭렵해요. '금쪽같은 내 새끼' 같은 육아 관련 영상도 대사를 외울 때까지 돌려보죠. 육아에 관한 정보와 지식은 전문가가 무슨 말 하는지 다 알고 있다는 정도까지 박사님이 됩니다.  


 아이의 미래에 꽃길만 있을 줄 알았고, 함께 그 길을 걷게 될 줄 믿었는데 십여 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요? 아이의 해맑은 웃음을 비타민 삼고, 잠든 얼굴에 눈물로 반성하면서도 책이면 책, 공부면 공부, 예체능이면 예체능 내가 이끄는 대로 따라주는 모습에 잘하고 있다고 여겨왔는데 왜 자꾸 화가 날까요?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거슬리고, 잔소리로만 접수될 거 뻔히 알면서도 쏟아내고, 뒤늦은 후회 속에 아이와 나는 더 멀어져 있어요. 벌써 갱년기가 왔다며 핑계 삼아도 매일이 그날 같고, 나의 얼굴엔 어딘가 그늘이 져 버렸어요.


 혹시 요즘 이런 마음으로 살고 있었다면, 내가 지쳤다는 신호예요. 아이 돌봄 체제로 너무 레이더를 켜고 왔다가 과부하 걸렸다는 뜻이에요. 아이도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이제는 스스로를 챙길 수 있을 정도로 컸잖아요. 부모가 되면서 뒷전으로 밀려놨었던 '나'를 챙겨주고, 돌봐 주세요. 죽기 전에 해 보고 싶은 일들을 적는 버킷리스트처럼 나의 돌봄 리스트가 필요해요. 돌봄 리스트라고 해도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아요. 이미 해 오셨던 일들도 많을 거예요. 좋은 사람들 만나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멋진 곳으로 여행도 가고, 피부 관리도 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며 삶을 챙기셨을 거예요.

 돌봄 리스트의 핵심은 나를 중심에 두고 그 순간 필요한 것을 알아차리고, 제대로 챙겨주시는 거예요. 아이들에게 화나는 순간, 잠시만 내 마음을 포착하고 돌봐주세요.


 '지금 내가 뭐 때문에 화가 나지? 몸 컨디션이 안 좋은가? 당 충전이 필요한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걱정되는 건가? 다른 일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올라오는 건가? 자기 마음대로 하는 아이에게 화가 나는 건가?'     


 화는 2차 감정이라 그 안에 여러 감정들이 섞여 있어요. 화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면 그 순간 내 마음을 먼저 알아차리고 필요한 것을 주셔야 해요. 몸이 지쳤다는 뜻이면 비타민을 먹고, 잠깐 쉼을 주세요. 당 충전이 필요하면, 미리 챙겨놓았던 초콜릿을 한 조각 먹거나, 따듯한 라떼 한잔, 아니면 시원한 아아 한잔을 마셔도 좋죠. 저는 믹스커피 한 잔이 최고랍니다. 다른 일로 쌓인 스트레스이거나 아이 때문에 화가 올라왔다면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이때, 화가 난 마음을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생각해 놓으셔야 해요. 응급 상황에서는 긴장 상태라서 좋은 방법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평상시에 대비 훈련을 하잖아요. 그것처럼 내가 화가 났을 때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정해 놓으세요. 저는 스마트폰에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 놨어요. 화가 난 마음을 발산하거나 달래줄 수 있는 음악을 모아놓고 얼른 베란다나 저의 공간으로 가서 크게 틀어놓고 들어요. 저는 이하이 님의 '한숨'을 애청하고 있답니다. 그 노래만 들으면 눈물이 나서 울고 나면 시원해지거든요. 


 또, 아이만 집에 있어도 된다면 얼른 밖에 나가서 무작정 걷고 온다든지 산책 겸 환기를 시킬 수도 있어요. 집 주변에 나만의 아지트를 한 군데 정해 놓으세요. 부모님은 집 안에 나만의 공간이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아쉬운 현실이지만 나름으로 가까운 곳에 힐링 스폿, 아지트를 정해놓고 그곳에 가서 마음을 보듬어 주고 오는 거죠. 저는 근처 커피숍 중에 벽에 걸려있는 사진과 장식들이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곳이 있어서 애용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부모로 살면서 포기하고, 내려놓아야 했던 일들이 있으셨나요? 육아를 전담하면서 일을 못하고, 경력이 단절되었던 분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나를 챙길 여유조차 없이 바쁘게 살아왔던 분들, 가정 경제를 책임져야 했기에 늘 마음 한 편이 무거웠던 분들.. 부모로 산다는 것이 축복이면서도 나를 내려놓아야 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모로 살며 발휘하고 빛낸 힘들이 많이 있어요. 인내, 끈기, 책임감, 기지, 탁월함, 수용, 내려놓음, 받아들임 까지도요. 이 힘들로 다시 내가 하고 싶었던 욕구들을 돌봐 주세요.


 원했던 대로는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고 싶었는지 알아차려 보세요. 그리고, 지금의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만족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세요. 사소하고 작은 일들부터 찾고, 실행하며 물꼬가 트이면 점점 물길이 나게 되고, 내 삶의 방향이 될 수 있답니다. 저는 글쓰기는 좋아했지만 작가는 꿈도 못 꾸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글쓰기 모임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더라고요. 4명이 모인 동네 도서관의 글쓰기 모임으로 시작해서, 작가님 초청 글쓰기 4회 차 강의도 듣고, 블로그 검색에서 우연히 발견한 글쓰기 강의에도 참석했었어요. 그 강의가 책 쓰기로 이어졌고, 아이가 유치원에 간 시간 동안 도서관으로 직행해서 틈틈이 써낸 글이 저의 첫 책 <화내는 엄마에게>였답니다. 제 가슴의 설렘에 귀 기울이고, 좋아하는 마음으로 도전하지 않았다면 여러분들께 이 글을 전할 수 없었겠죠. 


 몸의 이야기를 듣고 건강을 챙겨주는 시간들, 내 마음에 올라온 감정을 돌봐줄 수 있는 방법들, 가슴이 뛰게 만드는 욕구들에 귀 기울여 주고 용기를 내어 보는 시간들이 돌봄 리스트예요. 우리 아이들도 소중하지만, 이 세상 누구보다 내가 제일이고, 먼저예요. 몸과 마음을 챙기며 돌봐주고, 나로서 빛나는 온전한 힘을 관리하는 것이 이제는 사춘기 아이들을 위한 돌봄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겐 여러분이 인생의 첫 번째 롤모델이 될 테니까요.


 여러분의 돌봄 리스트에는 어떤 것들을 넣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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