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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Jan 11. 2022

아이에게 표정과 눈빛까지 들키지 마세요

사춘기가 두려운 부모에게 21

 사춘기라는 두 번째 기회를 잡기 위해서 부모님의 마음 돌보기를 먼저 했어요. 특히나 갈등이 폭발하는 위기의 순간이 중요해요.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대처할 수 있도록 마음 튼튼히 돌봐주셨을 거예요. 그럼, 이제 자녀와의 관계에서 현명한 줄다리기를 할 수 있는 방법 알려드릴게요. 


 여러분,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육아서뿐만 아니라 마음치유, 자존감 등의 책에서도 중요하게 하는 말이에요.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는 것은 잘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취약한 부분, 실수, 실패 등도 허용하고, 기다려 준다는 뜻일 거예요. 그런데, 이 말이 말처럼 쉽지가 않아요. 적어도 남들에게는 목까지 올라와도 꾹 참고 속으로 '워~워~'하며 그 순간을 넘어갈 수 있어요. 이해가 안 되고, 더 이상은 나의 정신건강을 해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관계를 끊을 수도 있죠. 하지만, 아이들은 그럴 수 없죠. 내가 죽이 되되든, 밥이 되든 아이와 함께 인생을 살아가야 하고, 서로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받는 사이잖아요. 부모의 반응이 아이들의 자존감 형성에 있어 중요 지분을 차지한다는 것도 우린, 이제 알아버렸어요.


 아이에게 좋은 말만 해 주고, 잘한다 지지만 해 주고 싶지만, 눈엣가시처럼 보여요. 기다리는 마음으로 수행하듯이 방을 깨끗이 정리해 줘도 하루도 못 가 발 디딜 틈조차 없어지는 방이요. 몇 번을 어금니 꽉 물어가며 빨래통에 빨래 넣으라고 이야기했어도 방바닥에 뒹굴고 있는 옷들이요. 손과 자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한 시도 떨어지지 않는 스마트폰이요. 거실에서는 부모님이랑 눈도 안 마주치고, 표정도 어둡더니 방에서 들리는 격양되고 열정에 찬 목소리로 게임하는 모습이요. 쓸데도 없는 것 같은데 그분의 사진들과 굿즈는 왜 이렇게 모으려고 기를 쓰는지, 자꾸만 사달라고 졸라대는 모습이요. 

 

  아이를 혼내려는 것도 아니고, 답답한 마음에 열 번 참았던 말, 한 번 했다가는 역시나 잔소리란 오명을 쓰고, 1초도 안 되어 열한 번 참아야 했다며 후회만 합니다. 이렇게 살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말이죠. 부모님 속병이 먼저 나겠어요. 이 지점에서 심각한 부모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한 사람을 온전히 바라보고 긍정의 언어를 전하기 위해서는 따듯한 시선 이 필요해요. 말뿐만이 아니라 마음에서부터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하니까요. 'AI에게 딱 마는 자녀교육을 세팅하라'의 저자인 한국과학창의재단 조향숙 박사님은 미래의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자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으로 이것을 꼽았어요. 부모는 아이가 자기 자신으로 살도록 이끌어줘야 한다고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지지와 격려가 너무도 중요한데, 그중에서도 부모의 표정 언어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말로는 좋게 해 준다고 하지만 눈빛과 표정까지도 격려할 수 있어야 해요. 사리가 나오도록 도를 닦아야 한다고 할 정도로 가장 힘든 일이지만, 우리는 따듯한 시선을 장착하면 쉬어집니다. 


 따듯한 시선을 위해서는 사람을 판단, 평가하는 대신에 사람을 그 사람의 빛나는 모습과 필요한 모습으로 나눠서 찾아보세요.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보고 게으르다, 이기적이다, 공부도 못한다, 덤벙댄다는 식의 평가, 판단을 쉽게 내려요. 뇌는 효율적으로 일하기 좋아하고, 생략의 기능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람이 행동을 하는 순간은 기질, 성격유형, 살아온 환경, 경험 등의 그 상황에서의 이유가 있어요. 이때 그 사람이 잘하거나 노력한 것과 필요한 것에 초점을 맞춰서 바라보세요. 


 첫째 딸이 6학년 때였어요. 3월 개학을 앞두고, 새벽 6시에 일어나 보겠다고 선언을 했어요. 아침에 그대로 학교 가는 것이 아깝다며, 일찍 일어나서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가겠다고 했죠. 어떻게 그런 기특한 생각을 했냐며 말을 했지만, 속으로는 '우리 딸이 과연...'이라는 마음이었어요. 3월이 되었고, 개학 날 새벽 6시에 드디어 알람이 울렸어요. 계속 울려요. 한참이 지났는데도 알람이 꺼지질 않아요. 아파트라서 이 고요한 새벽에 윗집, 앞집, 아랫집까지 소리가 들릴까 조마조마해지고, 알람을 끄고 싶지만 방문을 잠그고 자는 딸의 방에까지 가는 것도 짜증이 나더라고요. 그래도 아이에게 잔소리로 들릴 까 봐, 등교시간의 전쟁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 꾹 참고 며칠을 보냈는데요. 갑자기 이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딸이 얼마나 일어나고 싶었으면 새벽 6시에 알람을 맞췄을까, 그리고, 얼마나 피곤하면 알람 소리도 못 들을까..'


 이 생각이 스치면서 아이에 대한 미움, 못마땅함, 짜증이 약해졌어요. 딸이 빛내고자 했던 열정과 결의, 도전하는 마음들이 기특했고, 알람 소리는 들을 수 있게 취침시간이나 알람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한 거죠.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책임감을 발휘하고, 아이가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저의 기지도 필요해요. 딸에게도 거짓말하거나 억지웃음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있었어요. 

 

 "딸아, 아침에 일어나려는 열정이 진짜 멋지다. 알람이 오래 울리면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될 수 있으니까 시간을 조금 바꾸면 어떨까? 어려우면 엄마가 그 시간에 깨워줄게."


 하마터면 꾹꾹 참아내다가 한 가지 실수에 폭탄을 던질 뻔했어요. 말로만 한다 하고, 약속도 못 지킨다며, 자존감에 스트래치 쭉 낼뻔했죠. 그런데, 이제는 아이에게도, 저도 후회하지 않도록 잡아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생겼어요. 


 그리고, 빛나고 필요한 모습을 찾을 때, 긍정언어, 아름다운 가치, 미덕 등의 단어로 찾아주세요. 그중에서도 세계적인 인성프로그램인 버츄프로젝트의 아름답고 갸륵한 덕행이라는 뜻(출처: 네이버 국어사전)인 52개 미덕의 어원은 Virtus, 힘이에요. 마음속 최상의 힘이라 할 수 있죠. 아이에게 피드백을 할 때, 막연하게 '잘했어, 최고야, 멋있다'라고 쓰면 와닿지 않고, 불분명할 수 있어요. 미덕의 단어를 써서 행동의 구체적인 반영을 해 주면 상대방도 자신에게 그 힘이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저장할 수 있어요.


출처: 한국 버츄프로젝트

  

 따듯한 시선을 장착하기 위해서는 부모님도 스스로를 따듯한 시선으로 보아주세요. 부모님들께서 보통 첫째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세요. 첫째는 뭐든 처음이다 보니 긴장되고, 불안해서겠죠. 아이를 차갑게 보고 있었다면, 나 역시 그렇게 보고 있었을 거예요. 내가 잘한 부분이 있으면 노력했다고, 잘했다고 인정해 주시고, 아쉽거나 후회되는 것들은 필요한 모습으로 선택합니다. 한 걸음씩 나아가 보면 잘해 낼 수 있을 거라고 자신을 믿어주세요.          

 우리의 겉모습은 작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있습니다. 무의식, 내면에 있는 힘이지요. 단순히 지금 보이는 행동들로 판단하기에는 사람의 힘을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평강공주가 바보온달을 장군 온달로 변화시켰듯이 어떻게 바라보고, 믿어주느냐가 중요합니다.     


 아이도, 부모님도 우리의 내면에는 각자의 씨앗이 들어있고, 자라는 중이에요. 그 씨앗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지지와 응원, 신뢰가 필요합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한 햇살처럼 따듯한 시선으로 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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