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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Jan 17. 2022

아이의 고집을 꺾으면 될 것 같죠

사춘기가 두려운 부모에게 25

 사춘기가 되면 가장 고역이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어렸을 땐 무섭게도 하고, 약간의 협박도 하면 아이가 움직였는데, 이젠 덩치도 엄마, 아빠 만해지고, 움직이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면 그때부터 너무너무 힘들어져요. 방은 점점 발 디딜 곳도 없어지고, 머리카락은 점점 기름이 반지르르하거나 가족들 밖에서 애가 타는데 샤워만 1시간이고, 손에 접착제를 붙여놨는지 스마트폰은 떨어지질 않아요. 이런 모습들 보면 소리도 지르고, 잔소리 폭탄을 투하하고, 하다 하다 감정에 호소하기도 해요. 이 정도까지는 그래도 참아줄 수 있어요.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잊을 수 있는데, 학원은 물론이고, 학교도 가지 않겠다는 아이를 보면 그때부턴 머릿속이 하얘지고 애가 타기 시작해요.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는 나와야 뭐라도 하고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해지고, 아이 마음을 어떻게든 돌려야 할 것 같아요.

 먼 나라 다른 집 이야기인 것만 같지만, 사실 상담실에서 뵙게 되는 부모님들의 이야기이고, 주변까지 갈 필요 없이 저의 집에서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중학생인 첫째는 담임 선생님, 친구들과의 관계가 다 좋아서 수업 듣는 건 싫지만 학교를 가는 건 좋아했어요. 5학년인 둘째는 매일 아침 학교 갈 때마다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울상을 하고 등교를 합니다. 학교 가기 싫다며 하도 저랑 실랑이를 해서 폭우가 쏟아지던 날은 학교 앞에서 아이도 울고, 뒤돌아선 저도 눈물을 쏟아냈었죠. 상담실에 오신 부모님들도 우리 아이가 이럴 줄 몰랐다고 하세요. 어려서부터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거역 한 번 한 적 없는 아이가 갑자기 이렇게 변해서 너무 당황스럽다고도 하시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부모님이 우울증까지도 겪게 되세요.


 또, 부모로 살며 생기는 고민이 아이의 행동에서 실수가 반복되거나 잘못을 했을 때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어렵다는 거예요. 무조건 혼을 내고, 소리를 지르고 윽박질러서 마음을 바꾸게 하는 것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부모님도 다 너 잘 되라는 뜻으로 하는 말인데, 결국 관계만 나빠지고, 아이도 반항심만 키우게 되죠.

 크고 작은 상황들에서 어떻게 해야 아이의 행동을 알려주고, 좋은 방향으로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요? 여기서, 마음을 바꾼다는 것은 고집을 꺾고,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따라오게 한다는 것이 아니에요. 아이의 마음이 건강해지고, 자신에게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부모님에게 마음을 열고 함께 간다는 뜻입니다. 지금, 아이가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있잖아요. 밖에서 들리는 천둥 번개에도 꿈쩍하지 않을 정도로 굳게 걸어 잠그고, 그 안에서 자기도 무서워서 떨고 있잖아요. 또, 행동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잘 되지 않으니 제일 답답한 것도 아이예요.


 우리, 이 사실부터 새기고 가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한 사람의 마음은 쉽게 바뀌지 않아요. 누군가의 진심이 열쇠가 되었을 때, 문은 자동으로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정성을 들이고, 진심을 전달할 수 있을까요?


 먼저, 언어 습관부터 점검해 보세요. 평상시에 아이를 부를 때 어떻게 부르시나요?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더 챙겨 본다는 '금쪽같은 내 새끼' 육아 프로그램 중에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을 다룬 편을 봤어요. 어머님께서 온라인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야, 게임 그만해, 몇 시간 째야?"라고 말씀하셨어요. 얼마 전에 중학교에 강의하러 방문했다가 복도에서 깜짝 놀랐어요. 선생님께서 학생에게 "야, 너 누가 핸드폰을 쓰래? 반납 안 해?"라며 갑자기 소리를 지르셨는데, 그 소리가 한 층 전체에 울릴 정도였습니다. 여러분이 아이의 입장이라면 이 말을 듣고 어떠신가요? "야"라는 말에서부터 놀라고, 불쾌하고, 뒤에 어떤 말이 붙든 잘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아이의 마음이 먼저 얼어붙게 되면, 뒤에 들리는 말에 집중도도 떨어지고, 이런 상황을 부정적인 기분과 연결 지어 기억하게 됩니다. 기분이 상해서 고치게 된 행동은 잘 하게 되어도 성취감이 아닌 복수심이 드는 것 같아요.


 아이에게 기분이 나쁜 상태로 부르게 된다면, 차라리 "야", "너"라는 표현을 빼고 말씀해 보세요. 아이가 보아야 될 행동만을 알려 주세요.  예를 들어서, 식사 후에 식탁에 그릇이 그대로 있다면 "밥 먹은 그릇이 그대로 있네."라고만 말하는 거죠. 빨래가 바닥에 그대로 있다면 "옷이 바닥에 있네. 빨래통에 갖다 넣어줄래?" 하는 거예요. 아이의 마음이 닫히지 않은 상태에서 상황을 인지해야 여유를 갖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행동을 움직였을 때도 포착해서 바로 인정해 주세요. "자리를 잘 정리해 줬구나. 애썼어!!!", "빨래통에 잘 넣어줬네. 다음에도 옷을 벗으면 빨래통에 넣어주자. 수고했어!!!" 우리의 목적은 아이가 잘 해내나, 못 하나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성취해 갈 수 있다고 믿고 안내해 주는 것이니까요.

 몇 번을 이야기해도 행동이 바뀌지 않을 때는 조금 더 정성을 들여 주세요. 세계적인 인성프로그램인 버츄프로젝트의 내용 중에 '인교감 기법'이 있어요. 한 사람의 행동을 교정해 주어야 할 때, '인정+교정+감사'로 적용해 볼 수 있어요. 어떤 행동에서든 그 사람이 빛냈거나 노력했던 모습을 인정해 주고, 바뀌어야 하거나 필요한 행동을 알려주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음에 감사를 전하는 과정입니다. 빛나고, 필요하고, 감사를 전한다는 의미로 '빛필고'라고도 말해요. 이렇게 이야기한다는 것이 오글거리기도 하고, 바쁜 사람들인데 언제 이렇게 시간을 들이냐라고도 하실 거예요. 그래서,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말씀드렸었답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시간과 마음을 썼을 때 역으로 훗날 서로가 편해질 수 있습니다. 정성으로 존재에 대한 존중감을 받은 아이는 스스로 마음을 움직입니다. 부모님이 지적하거나 잔소리하지 않아도 스스로의 삶을 지켜갑니다.


 한 어머님께서 고민상담을 해 오셨어요. 중학생 딸이 사고 싶은 물건이 생겼다며 십만 원의 돈을 열심히 모았는데, 학원에서 잃어버렸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화가 나고 속상해서 아이한테 소리칠 뻔했는데 강의 때 들은 말이 생각나서 참으셨대요. 잠시 방에 들어가서 아이에게 어떻게 말해주면 좋을지 생각해 보고, 누구보다 속상했을 딸에게 말해 주셨어요.


"딸아, 그동안 돈 모은다고 먹고 싶은 것도 참고, 목표를 정해서 노력해 왔잖아. 엄마는 그 모습에 우리 딸이 이만큼 컸구나 하면서 놀라고, 기특하고, 대견했어. 돈을 잃어버려서 제일 속상한 게 우리 딸이지. 다음에는 돈을 모으고, 관리도 잘해 보자. 현금으로 들고 다니면 위험하니까 통장이랑 체크카드 만들어서 안전하게 관리하자. 엄마한테 혼날까 봐 솔직하게 말하기 힘들었을 텐데 용기 내서 말해 줘서 고마워!!!"


 이 말을 전하니까 딸이 펑펑 울었대요. 돈 잃어버린 것보다도 엄마에게 혼날까 봐 겁먹고 있었는데 엄마가 자기를 위로해 주고, 따듯하게 말해주니까 긴장했던 마음이 다 녹아내린 거죠. 그날 밤에 치킨 파티하면서 딸의 마음을 더 다독여 주셨답니다. 딸은 이 날을 두고두고 기억할 거예요. 엄마가 자신을 존중하며 믿고 전해 준 마음을 확인했으니까요. 자신이 소중한 존재인지를 확실히 믿게 되었으니까요.

 잘했을 때 칭찬받는 것도 좋지만, 실수하고 실패한 순간 존중받을 때 자존감은 몇 배로 올라갑니다. 아이들의 행동이 잘못되었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존중받는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정성을 들여 보세요. 인교감으로 말하는 것이 정말 오글거릴 때는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정리하고, 조금 더 편하게 다가가셔도 좋아요. 말보다도 진심이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제부턴, 아이의 실수나 실패를 보면 바로 떠올려 보세요.


'지금이 우리 아이 자존감 높여 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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