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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Jan 18. 2022

아이의 마음 문을 열어 줄 마스터 키  

사춘기가 두려운 부모에게 26

 아이가 잘 모르고 있거나 실수가 반복되면서 행동을 교정해 줘야 할 때 부모는 정성을 들여야 해요. 앞에서 '인교감' 방법을 알려드렸는데요. 먼저, 아이 마음의 문이 열리도록 빛내고, 잘하고, 노력한 부분을 인정해주고, 교정해야 할 행동을 말해요. 마무리는 아이의 존재 자체로 감사하고, 이야기를 들어준 것에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어떻게 매번 이렇게 말할 수 있겠어요. 여러 번의 고민 끝에 아이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판단이 서면 시간을 들여 보세요. 아이가 행동을 바꾸기 위해 결심하고 노력할 수 있도록 정성을 들이고, 존중받는 시간으로 여기게 해 주세요.


 사람의 마음은 쉽게 바꿀 수가 없거든요. 타고난 기질, 성격유형이 누구나 다르기에 자신에게 편하지 않은 방식을 써야 한다면 다른 사람보다 노력이 더 필요합니다. 부모님도 결혼하고 제일 많이 부딪치는 부분이 일상에서 사소한 것들이잖아요. 음식물 쓰레기가 생기면 그날그날 바로 버리면 좋겠는데, 한쪽은 꽉 찰 때까지 모았다가 버리는 것이 더 좋대요. 아이들과 놀고 나면 어차피 다음 날 또 장난감을 꺼낼 거니까 대충 바닥에 두고 싶은데, 한쪽은 정리를 깔끔하게 하길 원해요. 어느 쪽이 맞다고 볼 수 없지만,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조율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른들도 자신이 살아온 방식을 바꾸는 것이 어려운데, 아이들도 당연하죠. 또, 뇌가 발달하는 중이고, 사춘기는 리모델링까지 하고 있어서 하기로 약속했던 것도 잘 까먹고, 순간적으로 행동이 나올 때도 많아요. 그래서, 행동을 바꾸기 위해 인교감으로 정성을 들이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햇살을 쬐어 주어야 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인교감이 오글거리고, 너무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어요. 저도 그랬고요. 앞에서 이야기한 방법들도 나한테는 어렵다 느끼신다면, 이제 가장 강력한 비밀 권법을 알려드릴게요. 펌프로 물을 길어 올릴 때 잘 나올 수 있도록 마중물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도 "고마워"라고 말해 주는 거예요. '애걔, 겨우?'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감사만 평상시에 꾸준히 표현해 줘도 아이의 마음이 마쉬멜로우처럼 말랑말랑해질 거예요.


 여러분은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평소에 자주 해 주셨나요? 아이가 식사 후에 그릇을 치우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싱크대에 놓아주는 순간을 포착하세요. 반려동물과 산책하고 돌아올 때, 식사 준비를 말없이 도와줄 때, 장을 본 짐을 들어줄 때, 택배를 찾아와 줄 때, 엄마랑 가벼운 데이트 나간다 할 때 이 순간에 전해 주세요.


"딸, 그릇을 치워줬네, 고마워~"  

"아들, 산책 다녀온 거야? 고마워~"

"엄마랑 웬일로 데이트를 다 가주고, 고마워~"


 고맙다는 말은 존재 자체로 인정받는 말이에요. 로마의 철학자인 키케로는 '감사하는 마음이 최고의 미덕이자, 모든 미덕의 어버이이다'라고 말했어요. 부모님이 최고의 미덕을 자신에게 발휘해 주는 순간, 아이는 누구보다 자신을 뿌듯하게 여기고, 존중감을 느끼게 됩니다. 또, 아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 주다 보면 제가 감동할 때가 있어요. 운전을 하고 가다가 음악 소리를 줄여 줄 수 있냐고 부탁을 했어요. 멀미가 나는지 머리가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걱정되는 마음에 얼른 볼륨을 줄였죠. 그랬더니 딸이 한 마디를 했어요.


"엄마, 고마워~"

 너무나도 당연히 해야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사춘기 딸의 입에서 나온 고맙다는 말은 심장에 전율이 일어난다고 할까요. 으례적인 말일지라도 그 한마디를 표현해 주는 아이가 기특하고, 저도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 서로에게 명령하고 당연히 해야 한다는 것이 없어지고, 먼저 물어보게 되고, 부탁하고, 어렵다고 거절의 표현을 해도 이해하는 마음이 커져요. 고맙다는 말이 오가면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 존중이라는 울타리가 튼튼하게 세워지고 있어요.


 집단상담에 참여한 어머님께서 얼굴 표정이 어두우셨어요. 중학생 아들이 등교를 거부하면서 방 안에만 들어가 있었대요. 얼굴 보면 속이 터지고 싸우기만 하니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앉아 있으시대요. 상담 과정 중에 눈물도 흘리고, 마음의 원리를 알게 되면서 아이에게 적용을 열심히 하셨어요. 아이를 이해하려 해 보고, 마음에 안 드는 행동에도 허벅지 꼬집으며, 일단은 말을 안 하고 참고 대신에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셨어요. 마지막 회기 날, 어머님께서 다른 날보다 얼굴이 환해지셨는데 좋은 소식이 있다며 제일 먼저 말해 주셨어요. 아들이 스스로 학교에 다시 가겠다며 교복을 입고 방에서 나왔대요. 저희 다 같이 환호했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 선생님들도 애써 주셨고,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노력하신 덕분이었어요. 학교에 가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죠. 어머니께서는 아이가 고민의 순간에 스스로를 위해 선택하고, 용기를 냈다는 것에 고맙고, 이제야 아들을 믿어줄 수 있는 엄마가 되었다고 눈물도 흘리셨어요.        

 고맙다는 말도 잘 안 나오고, 도무지 무엇이 고마운지 못 찾겠다 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렇다면 하루에 감사한 일 찾기를 해 보세요. 하루에 한 가지라도 좋아요. 자기 전이나 아침에 일정한 시간을 정해 두고, 나에게 일어난 감사를 떠올려 보세요. 억지로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삶에 있는 것들 중에 중요한 것을 간직하고, 조명을 비춰주는 거예요. 하루 한 가지씩 찾다 보면 감사를 발견하는 시력이 좋아지실 거예요. 늘 마음에 안 들고, 도대체 왜 저럴까 하는 시선으로만 아이가 보였다면, 조금씩 지각변동이 일어날 거예요. 우리 아이들은 분명 좋은 사람이니까요. 자기만의 힘을 갖고 태어난 아이들이니까요.


 얼마 전, MBTI 교육 듣게 됐는데 강사님이 초등학교 선생님이셨어요. 학생들을 MBTI라는 도구를 통해 있는 그대로 보아주고, 존중해 주시는 마음이 느껴져 존경스러웠는데요. 폴란드 의사이자 고아원의 원장님이었던 아뉴슈 코르착의 정신을 가슴에 새기고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며, 강의 마지막에 올려주신 글이에요. 남들 다 말하는 정답을 찾기 이전에 우리,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여러분,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아요.  

  

어린이는 한 장의 양피지 같아서

작은 상형문자로 가득 채울 수 있지만

그중에서 당신이 해독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해야

그 중 몇 개를 지우고

그 자리에 무언가를 보태는 것이지요.

이것은 자연의 법칙입니다.

얼마나 놀라운지요!


-아뉴슈 코르착의 '아이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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