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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Jan 19. 2022

우리 가족의 드림보드 있나요?

사춘기가 두려운 부모에게 28

  저는 희망을 믿지 않았어요. 이 지구에 잘못 태어나서 사랑도 못 받고, 되는 일도 없고, 조금이라도 기대했다가 실망만 크니까 일말의 희망도 스스로 꺼 버렸어요. 그렇다고 제 삶이 엄청 우울하고, 불행 투성이도 아니었어요. 대학교 원서를 넣을 때 고 3 담임선생님이 제가 정한 곳에는 지원해도 안 된다고 하셨지만, 저희 때는 특차 제도가 있어서 소신 지원했어요. 제가 원했던 것은 그 학교가 아니라 심리학과였기 때문에 떨어져도 정시를 보겠다는 마음이었죠. 대입 제도가 막 변하기 시작하던 때라 가나다라 군 지원 속에 다들 멘붕이었고, 제가 지원한 곳은 인원 미달로 마감이 됐어요. 다음 날, 저희 반에서 제일 먼저 합격 소식을 알리고, 감사하게도 심리학과에 입학해서 지금까지 상담사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운이 좋았던 일도 많은데, 이런 때는 어쩌다 그랬을 뿐이라며 쓱 흘려보내요. 제가 실망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일들만 꽉 붙잡고 있었던 거죠. 불행만을 잡고 있던 프로세스 덕분에 우울한 시간을 보내왔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지금은 뭐라고 하고 다니는지 들려드릴게요.


"우주는 내 편이니까!!!"

 지구에 잘못 태어났다더니 우주를 믿게 되었어요. 제 삶에 대한 신뢰가 생긴 거죠. 어떤 일이든 뜻이 있고, 의미가 있고, 결국은 내가 마음속에 품고, 바라던 대로 삶이 흘러간다는 것을요. 이렇게 180도 달라진 바탕색이 채색된 데는 감사일기와 드림보드의 힘이 컸어요.


 20대는 그나마 나라는 존재로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려 했었는데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면서 다시 우울해졌어요. 아이에게 목숨을 건 사람처럼 한글을 빨리 읽히고, 집을 책장으로 도배하고, 남들에게 좋은 엄마라고 인정받으려고만 하니 결국은 아이도 저도 기쁘지 않았어요. 좋은 엄마의 기준이 아이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다행히 아이가 제가 원하는 대로 끌려 오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버텨준 덕분에 낙심하고 좌절했지만, 거기에서 다시 제 길을 찾을 수 있었어요.


 인생 중 가장 어두웠던 시간에 감사를 만나면서 하루 세 가지씩의 감사를 꾸준히 찾았더니 부정만을 쫓던 마음의 조명이 다른 곳을 비추더라고요. 억지로 긍정으로 만들지 않아도 이미 내가 갖고 있는 즐거움, 사랑, 행복, 감사들을 보물찾기 하듯 발견하게 됐어요. 얼마 전에는 주먹밥집에서 메뉴를 고르는데 멸치, 참치 두 가지가 다 먹고 싶더라고요. 둘 다 먹기에는 너무 배부르고, 고심 끝에 참치 주먹밥을 주문했어요. 맛있게 먹고 있는데 주먹밥에서 멸치 한 개가 나온 거예요.


"와, 감사합니다. 제가 먹고 싶어 했던 멸치네요!!!"

그 순간 위생상태 엉망이라는 소리보다 내가 원했던 것을 얻었다며 감사를 외쳤어요. 정말 내가 많이 변했구나 실감했던 날이랍니다. 삶에는 희로애락이 있듯 너무도 당연히 아픔도 있고, 기쁨도 있어요. 다가오는 것들과의 조합을 수용하다 보니 이제는 제가 운전하는 커다란 배 위에 희망과 감사를 깃발로 꽂고 가게 되네요.


 또 한 가지, 드림보드를 빼먹을 수 없는데요. 이지성 작가의 '꿈꾸는 다락방'에서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문장을 읽으면서 전율이 느껴졌어요. 내가 원하는 꿈이 있다면 이미지로 만들어 보고, 장소에도 직접 가 보고, 이루어진 장면을 상상하면서 가보라는 거예요. 그러면 이루어질 거라고요. 100%가 아니라 1%라도 희망을 걸었어요. 살고 싶은 곳, 집 근처 도서관 들어오기, 00마트 문화센터 강의, 제가 일하고 싶은 심리상담센터, 상담사로서 바라는 이미지, 라디오 DJ의 꿈 등등 언제든 기회만 생기면 원하는 것들을 꿈꿨어요. 한 문장으로 만들어서 시간 날 때마다 된다고 말해주고, 꿈과 비슷한 사진이나 그림 이미지를 출력해서 드림보드를 만들었어요. 저는 캔버스에 이미지를 붙이고, 계속 첨가해 가고 있답니다. 갤러리의 작품처럼 거실의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어서 오가며 마음속에 저장해 줘요.


  그 소망들이 과연 어떻게 됐을까요? 108동 필로티 2층을 꿈꿨던 저는 103동 필로티 2층에 살고 있어요. 아파트 바로 앞 오래된 청소년 독서실은 서울시립 도서관으로 선정되었고요. 집 앞 00 마트의 다른 지점에서 문화센터 강의 의뢰가 들어왔고, 잘 마쳤어요. 일하고 싶었던 심리상담센터에서 6년 동안 좋은 경험 쌓고 작년에 새로운 길을 위해 퇴사를 했습니다. 작년부터 진행한 팟캐스트가 어느덧 1년이 되었고요. 이뤄진 것들을 쭉 나열하니까 저도 신기하네요. 물론, 안 이뤄진 것도 많고, 실패하고 좌절한 일들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받아들이냐면요.


 '이번에는 안 됐지만, 다음에 더 좋은 일로 올 거야!!!'

 이렇게 생각하며 제가 저를 위로하고 지지해 준답니다. 우주가 저와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요. 이제는 저뿐만이 아니라 가족의 꿈도 소중하게 바라봐요. 아이들이 작게 원하는 것부터 미래의 꿈들을 말하면 절대 흘려듣지 않아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이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응원해 줘요.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이룰 수 있다고 믿도록요. 헬조선 아니라 4차원 거대한 메타버스처럼 꿈꾸는 우주가 되도록요.


 아이들의 꿈은 정말 다양해요. 트와이스의 최애 아이돌 포카를 다 모으는 것, 트와이스 콘서트에 가 보는 것, 뽑기에서 원하는 이어폰을 갖는 것, 아직까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상장을 받는 것, 예고에 입학하는 것, 전교 100등 안에 드는 것, 춤으로 직업을 갖는 것, 운동으로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금메달을 따는 것 등등요. 허무맹랑하고 가치가 없는 꿈은 어디에도 없어요. 마음속에 올라온 욕구와 목적은 분명 이유가 있을 거예요. 그 꿈들 소중하게 보아주고, 이뤄낼 때 축하하고 함께 기뻐하고, 좌절될 때 옆에서 있어 주는 것. 그래서, 아이가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날 때 손 잡아주는 것까지가 부모의 몫인 것 같아요.


 작년에 난독증이 있는 둘째가 상장은 어떻게 받느냐고 물었어요. 학교에서 상장을 받아본 적이 없었거든요. 친구들이 받는 걸 보면서 궁금했다는데, 자기도 받고 싶었던 마음이구나 생각하니 짠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목표를 세웠어요. 꿈을 이룰 수 있도록요. 온라인 게임 68일 출석한 일로 끈기와 목적의식을 높이 평가하여 제가 상장을 만들어서 주기도 했고요. 부모도 참여가능한 교내 표어 만드는 대회에도 지원했다가 떨어지기도 했어요. 얼마 전,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운동을 열심히 해내더니 우연히 나가게 된 대회에서 3등을 했어요. 상장을 받고 메달을 목에 거는데 저 혼자 가슴이 찡하더라고요. 학교에서 자기만 못한다고 속상할 때도 많았을 텐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꿈을 이뤄가는 모습이 너무도 대견했어요.


 아이들과 부모가 서로의 꿈을 알아주고, 이뤄갈 수 있도록 함께 가면 어떨까요? 가족캠프 강의하면서 가족의 드림보드를 만들었어요. 사춘기 자녀와 부모님이 각자가 원하는 꿈 이미지를 찾고 하나의 캔버스에 붙이면서 꿈을 소개하고 나누는 시간이었어요. 소감을 물어보니, 엄마 아빠가 이런 꿈을 갖고 있는 줄 몰랐는데 알게 되니까 좋았대요. 아이들의 꿈만 소중한가요? 부모님의 꿈도 중요하죠. 또, 아이들의 꿈에 부모님이 관여하지 않아도 충분히 자기 길을 찾아갈 거예요. 우리, 함께 꿈꾸며 가봐요. 내가 원하는 꿈들 이루며 살기도 짧은 세상이잖아요. 지금 주어진 삶 속에서 꿈이라는 이정표를 갖고, 응원하는 가족의 사랑이 있다면,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겠죠.


우리, 두려움 에너지 대신에 사랑 에너지 선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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