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상담사 Uni Jan 20. 2022

세상 단 하나뿐인 초등학교 졸업 선물

사춘기가 두려운 부모에게 29

# 부모와 자녀 관계 좋아지는 팁 04


 첫째가 6학년 가을을 보내고 있을 즈음, 저는 고민이 생겼어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거나  서프라이즈 선물 주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첫째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자꾸만 마음이 갔어요. 아이가 어렸을 때 탈무드 등 유대인들의 지혜에 관한 책을 보며 13세라는 나이가 의미 있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유대인들은 13세 생일에 성인식을 해요. '바르미츠바'라고 불리는 날은 결혼식과 함께 일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날 중 하나입니다. 성인식에는 부모의 친구나 친척들을 초청하고, 그들이 낸 축의금을 모아서 종잣돈을 만들어서 아이의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 줍니다. 독립을 하게 되는 18세에 종잣돈으로 쓰일 수 있도록 하죠. 또, 신 앞에 책임감 있는 존재로 살아가도록 성경책과 약속을 잘 지키고 시간을 소중히 아껴 쓰도록 시계를 선물합니다. 형식적인 선물이 아니라 자녀의 삶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알려주고자 하는 마음이 제게도 울림이 되었던 거겠죠.

 저는 초등학교 졸업식 날을 의미 있게 기념하고 싶었어요. 꽃다발과 고가의 선물들도 좋지만, 아이의 기억에 평생 남을만한 것으로 무엇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책이 떠올랐어요. 아이의 13년을 담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단 한 권뿐인 책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는 13년의 시간 중에서도 아이의 빛나는 순간을 담고 싶었어요. 이제 중학생이 되면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인생공부를 하게 되잖아요.


'나는 누구지? 어떻게 살아가야 되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잘 지낼 수 있지?'


 아이만의 답을 찾아가야 하는 긴 여정 앞에, 자기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책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엄마인 제가 아이의 삶을 최전방으로 가장 옆에서 지켜봐 왔잖아요. 10대까지도 자신이 누구인지 객관적으로 알기가 어려워서 주변의 피드백이나 평가가 중요해요. 사진첩 앨범 보며 내가 어릴 때 이랬구나 되새기는 것처럼, 자기의 빛나는 순간들을 기억하고 살아가면 두고두고 힘이 되지 않을까요?또, 나를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길 바라면서요.


 가을부터 아무도 모르게 비밀 작업을 시작해서 겨울까지 채워갔어요. 아이가 빛났던 순간들, 내면에 갈고닦은 미덕과 힘, 엄마로서 미안했던 일, 인생 선배로서 알려주는 팁들을 썼어요. 거창하게 꾸며진 책은 아니지만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어요. 빛나는 순간들은 거창하지 않아요. 학교에서 상 받고, 1등 하고, 남들보다 뛰어난 것이 아니라 아이만의 빛이 나는 순간요.


 7살까지도 무서워서 못 탔던 그네를 열심히 연습해서 마스터하며 용기 냈던 순간, 4살 때 한 치마를 한 순간도 떼어놓지 않고 자신의 분신처럼 일 년 내내 입으며 목적의식을 발휘한 순간, 자원봉사를 하더라도 점수 따위 중요하지 않다며 열심히 봉사한 순간, 발레가 좋아서 6년을 다니고, 아이돌이 되고 싶어서 노래를 배워야겠다며 합창부에 들어가서 결석 한번 하지 않은 순간 등등요.


 드디어, 아이보다 더 고대하고 기다리던 졸업식이 왔어요. 코로나로 부모들은 식장에도 못 들어가고, 아이들도 각자의 교실에서 방송으로 진행된 졸업식에 맥은 풀렸지만, 13년이란 시간 동안 아이로서 빛난 순간들을 선물했어요. 아이가 책을 받고 훑어보더니 얼굴에 놀람과 미소가 가득하더라고요. 저도 그동안 애쓴 보람 한가득 채웠어요. 지금도 가끔씩 책을 읽어보고 거기에 적힌 추억들을 꺼내어 이야기한답니다. 이제, 앞으로는 아이가 스스로의 삶을 적어가겠죠.  


 남들이 한다니까 따라 하지 않고 엄마인 제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로 선택했어요. 수천 개의 수식어가 달린 엄마, 아빠가 존재하듯 아이들을 위한 마음 표현 방식도 다 다르겠죠. 여러분도, 우리 아이들도 수천, 수만 개의 수식어가 붙는 사람들 중의 유일한 존재입니다. 우리가 빛난 순간은 언제였나요? 아이들이 빛난 순간은요?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가족의 드림보드 있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