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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Jun 06. 2020

마음 설거지

'나'를 만나는 시간

 저는 집안 살림은 젬병이에요. 흥미도 없고, 꼼꼼히 하지도 못하고, 음식도 매일 하는데 늘 낯설어요. 그래도, 그중에 가장 좋아하는 일이 있어요. 설거지요!!!  아무리 그릇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어도, 저는 설거지 할 때가 좋아요.  식기세척기를 절대 들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설거지는 즐기는 시간이에요. 싱크대 앞에 서서 그릇들을 한번 쫙 스캔하고, 숨을 한번 가다듬고, 수도꼭지를 틀어요. 이제 시작합니다!!!

  음식 찌꺼기가 묻은 그릇들을 먼저 물로 헹구고, 불려야 하는 그릇들은 물을 담가 둡니다. 시간이 필요한 아이들이죠. 세제를 수세미에 묻혀 폼폼 거품을 내고, 이제 그릇을 잡아 구석구석 닦아주고, 한쪽에 쌓아두어요. 물로 거품을 싹싹 씻어내 주고 개수대에 차곡차곡 정리하면 끝이죠. 싱크대 여기저기 묻은 거품들 정리하고, 음식쓰레기까지 비워내고, 손의 물기도 탁탁 털면 끝!!!


 설거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시간이 제 마음도 씻어내는 느낌이 들거든요. 하루 동안 마음속에 쌓였던 찌꺼기들도 그릇처럼 씻어내주고, 보듬어 주며 시간을 보내요. 매번은 못하지만, 여유가 있을 때는 호흡에 집중하면서 행위 하나하나에 제 마음을 담아요. 아이들에게 핀잔주었던 말들, 밖에서 마음 상했던 일들, 괜히 말했나 싶은 후회되는 일들, 등등 떠오르면 거품 흘려보낼 때 같이 씻어 보냅니다.  온전히 해소되지는 않아도 내 마음을 보듬어 주는 시간이 제게는 매일 필요해요. 밥을 먹어서 영양분을 보충하듯이, 마음을 들여다보고 버릴 건 비우고, 기억할 건 담는 시간이 당연한 거죠. 저는 설거지가 매일 마음 돌보기 수행 습관이에요.




  오랜만에 끌림으로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봤어요. 역시 봤던 거라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죠. 지금 제게 또 필요한 장면들이 쏙쏙 들어오더라고요. 줄리아 로버츠가 남편과의 이혼, 새 남자 친구와의 헤어짐 끝에 택한 일 년간의 여행 속 나를 만나는 이야기예요. 이탈리아, 인도에 이어 도착한 발리에서 1년 전 만났던 유명한 치유사 '케투'를 만났을 때 나누는 대화예요.


https://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70999&imageNid=6212357

 "아침엔 인도처럼 명상해. 심각하고 진지하게. 낮엔 신나게 놀고. 오후엔 나 보러 오고. 하루가 끝나면 또 명상을 시작하고  앉아서 조용히 웃는 거야."


"균형이 느껴져요."


"쉬운 건 아니야. 얼굴도 웃고, 마음도 웃고, 몸속의 간도 웃고. 나중에 보자고."


 여러분은 '나'를 만나는 시간이 있나요? 하루 1분이어도 좋아요. 저처럼 설거지 하는 시간도 좋고요. 잠시, 내 마음을 보아주고, 평온히 흘러가게 해 주고, 이 세상 유일무이한 진짜 '나'의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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