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열쇠를 열어야 할 용기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 중에 '아이콘택트'가 있어요. 이야기 나누고 싶은 상대를 눈 맞춤 방에 초대하여 5분간 눈을 마주치며 시작합니다. 아무 말 없이요. 삶을 사는 중에 이런 순간이 얼마나 될까요. 눈만 마주 보며, 5분의 시간을 보내요. 낯간지럽고 서먹하니 몸이 비비 꼬여지기도 하고, 멋쩍게 웃기만 하고, 어느 순간 마주친 눈에 진심이 전달되기도 합니다. 서로 말은 못 했지만, 알고 싶었던 상대의 마음을 묻고 나눠요.
어제는 홍석천 씨와 입양한 딸인 조카와의 사연이었어요. 딸은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적어 서운했어요. 심지어 대학교 이름도 잘 모르고, 입학식, 졸업식에도 오지 않았대요. 함께 찍은 사진도 어렸을 적 한 장이 전부예요. 아빠는 머뭇거리다 말해요.
"삼촌이 너 어렸을 때 입학식, 졸업식에 왜 안 간 건지는 알아?.... 음... 삼촌은 무슨 생각을 했냐면,... 삼촌이 갖고 있는 어떤, 뭐라고 할까, 약간, 삼촌의 성 정체성 이런 것 때문에.. 친구들한테 놀림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사람들이 너희의 삼촌이라는 걸 모르게 해야겠단 생각을 한 거지..."
"삼촌 혼자 걱정한 것 같아. 나는 오히려 너무 당당하게 얘기해."
서로가 갖고 있는 마음을 나누기만 했다면, 딸이 어려서부터 성장하는 과정들에 함께 나누고 기억할 순간들이 훨씬 더 많았을지도 몰라요. 남들의 고민은 다 들어주지만, 정작 자기 속마음은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는 홍석천 씨 이야기에 안타까웠어요. 딸이, 엄마가, 아빠가 '걱정할까 봐' 전하지 못한 진심에 정작 자기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나 때문에 걱정하면 마음이 아프죠. 하지만, 또 그 걱정을 덜어주고, 해결해 가는 과정들에서 기쁨이 커지고, 연결되어 있는 마음을 듬뿍 느낄 거예요. 이 지구별에서 가장 의지할 가족들 사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