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4년차의 호기로운 드림
몇 년 전에 뉴스를 검색하던 중, 대기업의 직장인 갑질 횡포 사건 기사를 읽었다. 학교 폭력과 같은 일들이 학교뿐만 아니라 군대, 기업 등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고 있는 상황이 참 안타까웠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네이버, 카카오톡 같은 대기업에 가서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문화를 바꿔보자!!!’
그리고, 기사와 함께 나의 포부를 SNS에 올렸다. 이제 강사 4년 차인 내가 감히 벌써 대기업의 강사를 꿈꾼다니,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한심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가감 없이 올렸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내 마음속에서 올라온 생각에 힘을 주고, 쐐기를 박기 위해서였다.
꿈이 크든 작든,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사람들에게 선포하듯 올렸다. 이렇게라도 이야기를 해 두어야 나도 지레 포기하지 않고, 남들에게 말을 했으니 무라도 잘라야 한다는 의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꿈을 저장하고, 서서히 잊혀 갈 때쯤 밑미 대표님이 연락을 주셨다. 며칠 후에 네이버 본사에서 시연강의 의뢰가 들어왔는데 가능한 지 물어보는 연락이었다. 단숨에 가능하다 오케이를 했지만, 답을 하고 나니 잠시 멍해졌다.
‘정말 네이버? 네이버에서?’
시연강의일지라도 내가 호언장담하며 가서 강의하겠다던 그곳에서 강의를 하게 됐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시연강의를 준비했고, 며칠 뒤 분당으로 가서 네이버의 시그니처 초록색 건물 앞에서는 심장이 빨리 뛰고, 사진을 찍고, 혼자 막 설레며 한참을 바라보았다. 비록 오늘 한 번일지라도 내가 원했던 순간이 이루어졌으니, 아이처럼 막 신났었다.
시연강의를 하고, 준비했던 강의의 취지와 맞지 않아 새로운 주제 아이디어를 내어서 온라인으로 시연 강의를 한 번 더 했다. 그 후로 소식이 없어서 무산되는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었지만 다행히 두 달 뒤 네이버와 강의 계약이 되었다는 대표님의 메일을 받았다.
메일을 읽고 기쁨도 잠시, 불안함이 엄습했다. 강의 장소는 분당이 아닌 춘천이었고, 스케줄도 고정된 시간이 아니라 매달 신청하는 팀에 의해 요일과 시간이 정해진다는 부분 때문이었다. 나 역시 매달 변경되는 강의, 상담 프로그램들로 시간이 굉장히 유동적인 편인데, 오고 가는 시간만 5시간을 잡아야 하는 강의를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지 눈앞이 깜깜해졌다.
하지만, 이미 계약이 되었고, 벌써 첫 번째 강의가 잡혔다. 이제 와서 못 하겠다고 돌아갈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이번 일은 나의 꿈이 아니었던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위가 쪼여드는 통증에 시달릴 정도로 힘들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결국 고심한 끝에 전반적인 운영과 진행은 내가 맡고, 믿을 수 있는 강사님과 스케줄을 나눠가며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되어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100여 개 이상의 팀과 1,400명이 넘는 직원분들을 만났고, MBTI와 강점발견이라는 주제로 존중 문화를 열심히 전해왔다. 기업 강의 자체가 타의로 들어야 하는 분들을 상대로 하기에 늘 부담을 갖고 시작하지만, 중간중간 호응해 주시는 리액션과 ‘감동이었다’, ‘재밌었다’고 건네주시는 선물 같은 한 마디에서 기분 좋게 마치고 왔었다.
힘든 시간들이 분명 있었지만 돌아보면 나의 꿈이었기에 감당하고, 감사하며 지내올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면 괴로웠을 것 같다. 한 번은 다른 강의를 하는 강사님과 화장실에서 만난 적이 있었는데, 너무 힘들다며 처음 본 나에게까지 하소연을 하셨다. 어떤 마음인지 알기에 공감은 되었지만, 나는 꿈이었기에 불평을 할 수 없었다. 내가 원했던 꿈이었기에.
네이버 강의를 하면서 꿈도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록 정해야 하겠지만, 반대로 꿈으로 선택했으니 어려움도 감내하며 이뤄갈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쪽이든 내가 선택하면 된다. 힘들지라도 간절히 원한다면 가 봐야 하지 않을까. 이룬 순간의 달콤함들이 훨씬 강력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