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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Aug 06. 2023

그 많던 꿈들은 어디로 갔을까?

 꿈꾸는 법을 까먹은 것 같다는 이야기는 슬프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했다. 너무나 수긍이 가는 말인데, 이 조차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 그러게, 어쩌다 우리는 당연한 것을 까먹게 됐을까? 대한민국처럼 똑똑한 사람들의 나라에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말이 있었다. 부모교육 강사님이 강의 시간에 요즘 효자, 효녀가 누군지 아냐고 질문을 했다. 자연스럽게 나온 대답들은 반에서 1등 하는 아이, 스카이 들어가는 아이였는데, 강사님의 대답은 의외였다.


 "꿈이 있는 아이예요."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더 이상 부모에게 기대지 않으며 독립하는 아이들이 효자, 효녀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그만큼 성인이 되어서도 자녀가 꿈을 찾지 못하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든 심리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일 거다. 아직도 동양 시대에서 효자, 효녀라는 단어를 운운하는 것이 시대에 맞지 않게 느껴지지만, 핵심은 각자의 꿈이 중요하다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이 또한 꿈이 없는 아이들의 탓일까? 부모님들이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획을 쭉 세워서 그대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 주고, 아이들도 부모의 원대한 스케줄에 맞춰 움직이다 보니 정작 어른이 되어서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고, 방황하다가 무기력해지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대학교만 가면 뭐든지 내 뜻대로 할 수 있고, 꿈같은 미래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 현실은 중, 고등학교와 크게 다르지도 않다. 대학교 수강신청할 때도 부모님이 해 줄 때도 있다고 한다.


 몇 년 전, 신발 매장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다들 신발 고르기에 여념이 없을 때, 저 멀리서 고등학생이 엄마에게 영상통화로 신발들을 보여주면서 어떤 것을 사야 할지 물어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매장 안은 시끄러웠지만, 그 학생의 이야기가 다소 충격적이었는지 너무도 크게 들려왔다.


"엄마, 어떤 신발이 나을까? 난 결정장애가 있잖아. 못 고르겠어. 엄마가 골라줘~"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학생의 모습을 보면서, 신발만이면 다행일 텐데 다른 것들의 선택권은 엄마에게 넘기지 말길 바랐다. 학업과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해 보고 싶은 것 등의 욕구와 관련해서도 우리는 많이 묻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 부모님께 많이 들었던 말을 떠올려 보면 이런 말들이다.


"안 돼, 하지 마, 어디서 말대답이야, 버릇없이, 시끄러워, 다 참고 살아, 네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없어!!!"


  물론, 과잉 일반화의 오류일 수 있고, 나만의 경험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여 년 상담실에서 내담자 분들과 나눴던 이야기들, 집단원으로 참여했던 여러 상담 시간들의 경험에서 비롯해 볼 때 가히 대한민국의 자연스러운 양육의 형태였다고 말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그 어린아이들이 뭐 얼마나 대단할 걸 하고 싶어 하고, 갖고 싶어 하고, 먹고 싶었을까 싶은데 안 되는 상황이라 해서 올망졸망한 욕구들을 완전 차단시켜 버렸을까 싶다. 부모들의 삶도 녹록지 않고, 어려웠으니 그랬다고 이해는 하지만 꼭 이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이런 경험들이 차곡차곡 내면의 프로그램에 쌓이면서, 우리는 어쩜 꿈꾸는 법을 까먹었을지 모르겠다.

 분명, 나의 꿈과 욕구들은 언제고 머릿속에서 팝콘처럼 튀어 오르고 있었을 텐데, 그 많던 꿈들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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