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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Apr 04. 2020

'지금', '여기' 그리고 '알아차림'

저는 게슈탈트 심리학자이며, 게슈탈트 지도자 과정을 마치고, 게슈탈트 심리상담 전문가 수련 중입니다. 정신분석, 인지치료 등과 같이 심리상담에는 여러 방법들이 있지만 그중, 아직 대중에게는 생소한 게슈탈트 심리상담 이론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게슈탈트 심리상담은 정신분석을 비롯하여 실존철학, 동양 사상 등의 광범위한 영향을 독자적인 관점으로 통합하여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한 이론입니다.

     

게슈탈트(Gestalt)란 말은 ‘전체’ ‘형태’ ‘모습’ 등의 뜻을 지닌 독일어입니다. 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유기체 욕구나 감정을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여 하나의 의미 있는 행동 동기로 조직화하여 지각한 것을 말하지요. 우리는 하루에도 수시로 '게슈탈트'를 형성합니다. 우리의 욕구나 감정을 유의미한 행동으로 만들어서 실행하고, 완결 짓기 위해서입니다. '게슈탈트'는 아주 잠시 올라온 욕구부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까지 다양하게 형성됩니다. 예를 들어, 목이 마른 욕구를 알아차리고, 부엌으로 가서 물을 마시면 이 게슈탈트는 해소가 됩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감정이 올라오고 아이와 좋은 관계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의 마음도 하나의 게슈탈트입니다. 아이의 실수로 짜증 나는 감정, 엄마가 자녀들과 떨어져 자신만의 휴식시간을 갖고 싶은 욕구, 자녀를 잘 키워서 좋은 어머니로 평가받고 싶은 욕구 등이 있어요.


 처음 시작은 조금 학문적으로 딱딱하게 했지만, 오늘 드리고 싶었던 이야기는 '알아차림'입니다. 저는 2000년 말, 대학교 3학년 종강 날 휴학을 결심하고 있었습니다. 상담사로 길은 정했지만, 분야가 워낙 넓었기에 저의 길을 확고히 정하고자 시간을 더 갖기로 했습니다. 그날, 학생생활연구소에 붙은 게슈탈트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학생의 입장에서 비싼 금액이었지만, 왠지 나를 부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 바로 덜컥 신청을 하고, 그 이후, 저는 게슈탈트심리학에 푹 빠져 지내왔습니다.


 요즘은 '지금, 여기'가 굉장히 흔한 말이 될 정도로 사람들에게 지금, 여기에 집중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20년 전에 들은 게슈탈트 상담에서는 '지금, 여기'가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이었습니다.  지금 여기에서의 기분, 욕구를 알아차리며 생생하게 자신을 만나는 것에 집중합니다.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지금 웃고 계시네요.

지금 눈물이 올라오네요. 어떤 감정인가요?

지금 당신은 무엇을 느끼고 있나요?

지금 무엇을 경험하고 계세요?"

...


제가 상담을 받고, 내담자를 상담하면서도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집중하면 놀라운 일들이 일어납니다. 지금 여기에서 떠오른 과거의 나, 그 이야기를 하면서 느끼는 나의 감정, 욕구를 알아차리고, 그 때에 해결되지 못했던 미해결 과제들을 이야기합니다. 과거가 어찌됐건 내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 내가 느끼는 것을 온전히 인정하고 지지해줍니다. 제가 게슈탈트 심리상담을 알게 된  2000년, 3학년 종강 날, 그 선택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음을 감사합니다.


 정말 중요한 핵심은 '지금, 여기'에만 그치면 안 됩니다. 모호한 느낌이 들어요.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하라는 거지? 한발 더 나아가서 '알아차림'이 필요합니다.


" 알아차림(awareness)은 우리가 욕구나 감정을 지각한 다음 게슈탈트로 형성하여 관심의 초점으로 떠올리는 행위입니다. 우리의 마음속에서 물방울처럼 떠오른 게슈탈트를 선명하게 알아차리는 것이죠. 누구나 자연적으로 갖춘 능력이지만,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알아차림이 차단되고, 게슈탈트 형성에 실패할 때가 생겨요. 눈앞에 일어나는 현상들, 즉 보이는 것, 냄새 맡는 것, 들리는 것들부터 상대방과 나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생각해 보는 것도 알아차림입니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 내가 필요로하는 욕구, 나의 상태, 내 옆 사람들의 기분, 우리의 관계들을 알아차려 보세요. 이 때, 나의 선입견이나 그릇된 생각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의 기분과 생각대로 타인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타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나의 행동과 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알아차림은 안경과 같아요. 시력이 좋지 않으면 온전한 사물도 흐릿하고 뿌옇게 보이잖아요. 이 때 시력검사를 해서 선명하고 환하게 볼 수 있는 안경을 맞추죠. 그런 안경을 쓴 것처럼 있는 그대로 지금, 이순간 여기에서 일어나는 과정들을 선명하게 알아차려 보세요.  


 명상마다 방법이 다르지만, 제가 즐겨하는 마음챙김 명상에서도 '지금, 여기에서 나의 마음을 알아차려 보세요.'라는 리드멘트가 자주 사용됩니다. 게슈탈트 상담, 마음챙김 명상 등을 모두 떠나 인생을 살며 '지금, 여기에서 알아차림'이 중요함을 깨닫습니다. 예전의 나를 후회하기보다, 미래의 나를 불안해하기보다 지금의 나를 알아차리고 보다 나은 길로 선택하기.


 오늘은 너무도 방대한 양의 이론 내용을 단박에 앞뒤 자르고 전했습니다. 앞으로 이 쪽으로 계속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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