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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Apr 06. 2020

엄마가 미쳐간다.  '미치지 않으려면 미쳐야 해'

코로나 19 바이러스 덕분에 2020년은 1월부터 쭈욱~~~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원래 방학마다 '1달만 버티자'하며 하루하루 보내는데 어느덧 4월 초가 되었네요. 온라인 개학이 예정되어 있는 초등학교 3학년, 중학교 1학년 두 딸과 앞으로도 3주를 있어야 해요. 저는 그래도 두 아이 모두 커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어요. 어느 정도는 커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니,  저도 일하고, 제 시간을 갖는 데 큰 무리는 없어요. 어린 영유아 자녀들과 몇 달째 가정에서 돌보는 부모님들께 진심으로 존경심이 들어요.

제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버텼을지 상상도 못 한답니다. 극한의 시간을 현명하게 혹은 저의 예상처럼 힘들지만 버텨내고 계신 부모님들께 지지와 박수를 보냅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 대단한 일을 하고 계신 겁니다. 우리, 조금만 더 힘을 내어 보아요!!!

올해 초, BTS의 정규앨범이 나왔죠. 광팬은 아니지만, 세계적인 그룹이다 보니 노래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타이틀 곡 'ON'을 듣는데 저는 이 구절이 머릿속에 맴돌았어요.


'Hey, Na Na Na, 미치지 않으려면 미쳐야 해'

 

제가 이 심정이어서 그랬을까요... 미치지 않으려면 미쳐야 한다는 말이 머릿속에 박히더니 저도 드디어 미쳐가나 봅니다. 평상시 저는 조용하고, 무난한 분위기의 상담사 엄마인데 말이죠. 딸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한없이 늘어나니 평소 하지 않던 일을 시작합니다. 둘째가 저의 머리를 손질하고 싶대요. 인형머리 만지는 것처럼 제 머리를 자꾸 손대더니 이제는 아예 바닥에 앉힙니다. 본격적으로 헤어디자이너 실습을 시작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양호하죠. 둘째 딸이 저를 위해 보라색 꽃삔 5개를 만들고, 제 머리를 멋지게 만들어줬어요. 다 0소 가서 야심 차게 사온 하얀색 헤어피스도 붙여주고, 만화에서 본 아이돌 언니들처럼 머리라도 만들어보고 싶은 거죠. 왜 저희도 어릴 때 이럴 때 있잖아요. 머리 긴 사람들만 보면 어떻게 해 보고 싶은... 제 머리가 길다 보니, 딸에게 기쁜 마음으로 내어줬습니다.


다음 날 저녁이 되자, 둘째가 이번에도 앉아보라고 하네요. 빵 포장용 리본을 가져와서 보라색 꽃삔과 함께 예쁘게 만들어 줬어요. 앞모습도 예쁘게 찍어준다며 꽃 화관 스티커도 해 주네요. 저는 사진 찍으면 얼어붙는 사람인데 참... 요즘 사진 많이 찍힙니다. 아이들과 오래오래 있으니 맞춰줘야지요.


 둘째까지는 괜찮았는데요... 이제 중학교 1학년이 되었지만, 아직 교실에도 가보지 못한 첫째 딸이 방에서 웃으며 나옵니다.  동생의 머리를 해 준다 하고 쪼르르 달려갔다가 단박에 거절당했어요. 둘째 머리카락이 엄청 길거든요. 예상했다는 듯이 별로 상처 받지도 않고 저에게 와서는 제 머리를 해 준다네요. 시크하고, 개인적인 시간을 즐기는 딸도 이런 날이 있으리라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얼떨결에 허락했죠. 사실, 저는 딸이 두 명이지만, 아침마다 머리를 묶어주거나 예쁘게 꾸며주는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첫째는 2학년 때부터 제가 머리 묶어주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며 자기가 혼자 묶고 다녔어요. 둘째는 항상 머리를 묶지 않고 푸르는 것을 좋아해서 묶을 일이 없었어요. 이제는 딸들이 저의 머리를 매만져 주니 기분이 색다르고, 추억이 생겼어요. 코로나 아니었음 이럴 시간도 없었겠죠^^

딸은 잘한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했어요. 저는 미치지 않으려면 미쳐야 하는 심정인 듯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조금씩 즐기게 됩니다. ㅎㅎㅎ

그러더니 이번에는 양쪽으로 묶어요. 발랄하게 해 준다며 40넘은 엄마의 머리를 귀엽게 해 줍니다 ㅠㅠ 그래도 사진 찍는 걸 보니 저도 싫지만은 않나 봐요. 언제 또 이런 사진 찍겠어요. 글로까지 포스팅하는 것을 보니, 저는 확실히 미친 것이 맞습니다^^

똘똘똘 돌려주면 더 귀엽다며 끝판왕으로 한 번 더 귀염 컨셉 도장을 찍네요. ㅎㅎㅎ


어색하고, 부끄럽지만 혹시 한 번씩 웃으실 분들 계실까 해서 올려봅니다. 유니도 코로나 극복을 위해 이 한 몸 던져봅니다. 여러분, 미치지 않으려면 미쳐야 한대요~ 잠깐 나와 다른 모습도 만나보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저를 놓아주기도 하는 거죠. 진정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네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일상이 지치고, 두렵기도 하고, 불안할 때도 있죠. 어떻게 보면 아이들에게는 학교도, 학원도 가지 않고 맘껏 늘어질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축복일지도 모르겠어요. 이 시국에서 삶을 바라보는 두 개의 마음입니다.  


 그래도, 엄마로 힘들긴 하네요.  지금까지 살기 위해 미쳐가는 Uni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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