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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Jun 29. 2020

딱 10년, 엄마로 산 선물

2주는 쉬고, 1주일은 학교를 가는

중 1 첫째 딸이 방금 거실에서 재잘재잘 대다가

방으로 들어갔어요.

학교 가기 너무 싫다며,

수행평가도 재미없다며,

2주 만에 간 학교생활을 토로합니다.


중학생이 되어 교복 입고 학교 간 지,

어언 6일째 되는 날이지요.


'이런 날에 감사한 줄 알아야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 올랐지만,

"그럴 수 있지... 학교가 재밌으면 좋을 텐데, 아쉽다"

라는 말로 그 맘에 동승합니다.

이제 잔소리할 기력도 없나봅니다.

코로나에 지친 너도, 나도

조금씩 무기력 너울에 살아가네요~^^


문득, 우리 딸이 만 10세 생일에

제게 해 준 이벤트가 생각났어요.

요즘 딸과의 사춘기 전쟁으로 힘들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듣고 있거든요.

저희 첫째와 그 전쟁이 시작되기 전,

아주 고요하고 평화로웠던 어느 날의 이벤트로

잠시 마음을 적셔 봅니다...




오늘은 큰 딸, 예쁨 이의 생일입니다.
4학년이니까 오늘이
태어난 지 딱 10년 되는 날입니다.
제가 진짜 엄마가 된지도
딱 10년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며칠 전부터 아이의 생일 이야기를 하며
10년 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왔나
돌아보게 되더군요.
마침 올해 엄마의 삶을 주제로
책을 준비하고 있고,
제게 늘 '엄마'가 화두이기도 하고요.

결론은 "잘 살아왔다"이지요.
과정 과정마다 녹록하지 않은 날도 있었지만
지금 남편과 두 딸이
함께 웃으며 지난날을 돌아볼 수 있다는 자체로
행복입니다.
그 안에서 제가 오롯이 성장했고요.
지금의 저에게 만족하고,
아끼고, 귀히 여길 수 있다는 것 만으로
감사한 기적입니다.

이 순간들로도 감사한데,
우리 딸이 또 저를 감동시킵니다.

어제, 일이 늦게 끝나 밤 10시가 다 되어
집에 들어갔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아빠의 발을 닦아주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웬일이지? 했더니
딸이 아빠 수고했다며 10년 기념으로
스파 서비스하는 거래요.
그러더니, 저도 빨리 오라고 합니다.


난생처음 저도 발 케어를 받아봅니다.
편안히 누워 아이들이 제 발을 정성스럽게 닦아주고
허브 스프레이도 머리 위에서 날려주고
아빠가 아껴두는 비싼 로션도
아웅다웅 다퉈가며
제 발에 발라줍니다.

"엄마, 나는 엄마가 나를 낳느라 그렇게 고생한 줄 몰랐어요.
엄마가 나 낳을 때 쓴 책 읽었는데
그거보고, 엄마가 이렇게 힘들게 나를 낳았구나 알았어.
고마워요~~"

감정표현이 서툰 저는
이제야 글을 쓰면서
마음이 짠해집니다.
아직도 나는 내가 그런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해 주지 못하고 있었는데
딸이 저에게 알려주네요.

아이 한 명, 한 명 낳고 키우는 게
누구나 하는 일이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
대단한 일임을,
자부심을 가질 일임을
아이가 알려줬습니다.

오늘 아침, 맛있게 끓인 미역국을
딸과 내가 마주 앉아 먹었습니다.
십 년 전에는 내가 열심히 먹고
아이에게 젖을 물려주느라
고생했었는데
이젠 나보다 더 건강한 아이와
나란히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또 놀라게 합니다.
아직 자고 있는 동생에게 전해 주라며
편지와 선물을,

현관문에 숨겨놓았던 선물을

또 제게 주고 갔습니다.

얘가 오늘 왜 이러는 걸까요?

사춘기 시작이라 흐림과 맑음을

쉴 새 없이 오가는 딸이지만

이렇게 화창해도 되나요?


'예쁨아, 언제나 엄마에게 가장 큰 선물은 너란다.'


너의 생일은 엄마가 축복받은 날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구나.

엄마란 이름으로 너의 곁에서

살게 해 줘서 고마워~



며칠 전, 딸에게 마상을 크게 준 날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저보다 더 거뜬히 이겨내는

딸이,

오늘 너무 고마워서, 기특해서,

또, 그런 딸 잘 키운 저를 맘껏 토닥여봅니다.


육아하며 뿌듯한 순간, 돌아보는 날도 있어야죠.

그쵸~~


대한민국, 아니 세상의 모든 지친 부모님들께

진짜 애쓰셨다고,

잘 가고 있다고 박수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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