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큰 딸, 예쁨 이의 생일입니다. 4학년이니까 오늘이 태어난 지 딱 10년 되는 날입니다. 제가 진짜 엄마가 된지도 딱 10년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며칠 전부터 아이의 생일 이야기를 하며 10년 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왔나 돌아보게 되더군요. 마침 올해 엄마의 삶을 주제로 책을 준비하고 있고, 제게 늘 '엄마'가 화두이기도 하고요.
결론은 "잘 살아왔다"이지요. 과정 과정마다 녹록하지 않은 날도 있었지만 지금 남편과 두 딸이 함께 웃으며 지난날을 돌아볼 수 있다는 자체로 행복입니다. 그 안에서 제가 오롯이 성장했고요. 지금의 저에게 만족하고, 아끼고, 귀히 여길 수 있다는 것 만으로 감사한 기적입니다.
이 순간들로도 감사한데, 우리 딸이 또 저를 감동시킵니다.
어제, 일이 늦게 끝나 밤 10시가 다 되어 집에 들어갔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아빠의 발을 닦아주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웬일이지? 했더니 딸이 아빠 수고했다며 10년 기념으로 스파 서비스하는 거래요. 그러더니, 저도 빨리 오라고 합니다.
난생처음 저도 발 케어를 받아봅니다. 편안히 누워 아이들이 제 발을 정성스럽게 닦아주고 허브 스프레이도 머리 위에서 날려주고 아빠가 아껴두는 비싼 로션도 아웅다웅 다퉈가며 제 발에 발라줍니다.
"엄마, 나는 엄마가 나를 낳느라 그렇게 고생한 줄 몰랐어요. 엄마가 나 낳을 때 쓴 책 읽었는데 그거보고, 엄마가 이렇게 힘들게 나를 낳았구나 알았어. 고마워요~~"
감정표현이 서툰 저는 이제야 글을 쓰면서 마음이 짠해집니다. 아직도 나는 내가 그런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해 주지 못하고 있었는데 딸이 저에게 알려주네요.
아이 한 명, 한 명 낳고 키우는 게 누구나 하는 일이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 대단한 일임을, 자부심을 가질 일임을 아이가 알려줬습니다.
오늘 아침, 맛있게 끓인 미역국을 딸과 내가 마주 앉아 먹었습니다. 십 년 전에는 내가 열심히 먹고 아이에게 젖을 물려주느라 고생했었는데 이젠 나보다 더 건강한 아이와 나란히 먹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