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보러 가고 싶었지만, 두 눈 질끈 감기

by 마음상담사 Uni

6. 욕구의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때


딸아, 엄마가 너를 키우며 힘든 순간이 여럿 있었지만, 기대했던 일이 되지 않았을 때 너의 반응이었어. 조금이라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그 자리가 어디건 울고, 불고, 마음을 달래기가 여간 쉽지 않았지.

세상사, 일이 뜻대로 안 될 때가 많더라. 요즘만 봐도 그렇지? 코로나로 인해 학교도 못 가게 될 줄이야.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우리에겐 닥친단다. 될 거라 믿었던 일도 안 되고, 어른인 엄마도 속이 상하고, 짜증이 나는데 어린 너는 감정의 휘몰아침이 더 컸을 거야. 충격적이었을 수도 있고, 모든 게 원망스러울 수도 있고. 사건의 경중을 떠나서 어떤 상황이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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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외출을 나갔다가 무엇을 먹을지 메뉴를 정하다가 너는 돈가스를 먹고 싶어 했어. 돈가스가 먹고 싶어 져서 음식점을 찾아다녔는데도 돈가스를 먹지 못했을 때. 어린 너는 다른 메뉴로 마음을 바꾸기까지는 시간이 한참 걸린단다. 너의 마음을 홀릴 수 있는 다른 것을 대어 주기도 하고, 우는 너에게 화를 내며, 그만 하라고도 하지. 그제야 마음을 고쳐먹고 당장 먹을 수 있는 메뉴로 골라 먹고 끝이 나지만, 너는 집에 와서도, 며칠이 지나서도 돈가스를 먹고 싶었는데 못 먹었다며 언제 또 먹을 수 있냐고 묻는단다. 엄마는 속으로 참 징하다 생각하며 네가 바라는 욕구를 어디까지 채워줘야 할지 고민을 하지.


다른 분들도 이런 이유로 고민을 많이 하시더라. 아이들이 표현하는 욕구를 어디까지 들어주고, 어느 선까지 공감해 주어야 할지 모르겠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버릇이 나빠지지 않을까. 자기가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가족들과는 그나마 괜찮지만, 사회에서 배척당하지 않을까. 너무 공감만 해주면 늘 감정에만 기대어 스스로 어려움도 개척하지 못하고, 나약해지지 않을까. 여러 걱정들 때문에 아이가 원하는 것들을 단칼에 자르거나, 안 된다고 못을 박아버리는 행동들을 하게 될 수도 있단다.


엄마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 결과가 안 좋게 될까 봐 미리 걱정하며, 아이의 마음을 무 자르듯이 잘라버리면, 그 관계는 단절된다고 생각해. 잘라진 욕구가 뿅 하고 사라지면 괜찮은데, 마음에 계속 남는단다. 묵살당한 나의 욕구, 거부당한 존재감으로 인식할 수도 있고. 아무리 그 아이의 미래를 위한다지만 미래의 성과보다 현재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믿었지. 관계를 중시 여기면서도 욕구를 현명하게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 있잖아.


상대방이 표현하는 욕구는 그 자체로 먼저 인정해 주는 거야. 예를 들어서, 스마트 폰을 갖고 싶다거나, 친구들과 파자마 파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그렇구나’ 하면서 옳다고 인정해 주기. 그건 진짜 마음에서 올라온 생각이니까. 그다음은, 누구나 알다시피 세상이 모두 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거야.


스마트 폰이 갖고 싶다고 했을 때 어떤 마음에서 갖고 싶어 졌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거지. 친구들이 다 갖고 있으니까 갖고 싶다거나, 나도 게임이나 웹툰을 보고 싶어서인지 등의 이유를 들어보고, 엄마도 현재의 상황 중에 적절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거야. 그러면, 너는 또 그 판단을 듣고 의견을 표현할 거고. 현명하게 조율한다는 건 이런 것 아닐까?


무조건 안 된다고, 한쪽의 입장에 따라서 욕구가 재단되고, 당연히 받아들이라 하지만 마음이 참 쓰라리단다. 모든 일에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시간을 들여서라도 꼭 자리 잡아야 하는 가치 있는 일이야.


엄마도 현명하지 못할 때가 많아 너와 참 많이도 싸우고, 울었다. 네가 자기는 꼭 갖겠다고 난리 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울음소리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흥분해서 날뛰는 모습을 볼 때는 엄마도 멘붕 상태가 되더라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고, 정답이 없는 어둠 속을 헤매는 것만 같고. 그런 시간이 지나면서 지혜를 쌓아가고, 현명함을 키워가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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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때의 너의 모습이 엄마는 마음에 남는다.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갔더니 왠지 힘없는 네 모습이 평소와 달라 보이더라. 저녁도 일찍 먹고 배고플 시간인데 힘이 없다고 하면서 일찍 잠자리에 들길래 정말 몸이 안 좋은가 했어. 이틀 후에 너와 이야기하면서 그 날의 이유를 알았지. 담임선생님께서 반 전체에게 대학로로 연극을 보러 가자고 하셨고, 마침 너희 반 여학생들이 모두 가게 된 거지.


너는 그 주에 발레 시험을 앞두고 있고, 지난주에 여행으로 일주일 모두 빠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차마 또 수업을 빠지겠다는 말을 엄마에게 못 꺼낸 거지. 혼자 서운한 마음을 삭혔더구나. 너는 아니라고 하는데 엄마는 보면 알 수 있지. 그 날 얼마나 가고 싶었을까. 올해는 특히 반 행사하고 인연이 계속 안 닿아서 참여를 못 했으니 더 혼자 속상하면서도 상황에 적절하게 판단했던 거잖아. 꼭 가고 싶어 했을 너인데 이번에는 자체 포기인지 몰라도 엄마는 놀랐어. 안 된다는 걸 알고, 스스로 유연성을 깨워가는 모습에 빛나는 보석을 보게 되어 감사하면서도, 마음이 안쓰럽기도 하고. 엄마 같았어도 발레 수업보다 연극 보러 친구들이랑 가고 싶었을 것 같아. 엄마 마음은 이래도, 저래도 걱정이 되는구나. 우리, 소중한 딸이라 그렇겠지?


딸아, 많이 컸구나. 자기 마음의 욕구도 챙겨주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또 중요한 목적을 위해 담담히 욕구를 조절하다니. 어른이 되어도 네 안의 욕구도 중요해. 밸런스를 맞추면 되니까 너의 목소리도 귀 기울여 주렴. 너는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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