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가이드와의 여행에서 딸의 한 마디

by 마음상담사 Uni

< 제4장 > 겪어야 알겠지만 미리 알려주기


어른들이 엄마에게도 말해 줬는데 꼭 지나 봐야 그 말의 의미를 알더라. 어린아이 키울 때가 좋은 거라 했는데, 그때는 그 말을 믿지 않았거든. 지금은 어린아이들만 보면 너 키울 때가 행복했던 거라는 걸 이제 실감하고 있어. 사람은 어쩔 수 없나 봐. 아무리 어른들이 자신이 경험한 걸 이렇다고 알려줘도 겪어봐야 진가를 깨닫더라. 너도 그렇겠지만, 엄마가 알려 주고 싶어서, 들어봐 줄래?


1. 초보가이드와의 여행에서 얻은 것

딸아, 우리가 외가댁 식구들과 중국 여행을 할 때였어. 일정 중, 이틀 동안은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서 보내기로 했어. 중국 지리도 모르고, 중국말도 모르니 할머니, 할아버지도 계시고, 돌 지난 사촌동생도 있으니, 12명의 대 식구가 움직이기에는 가이드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했지. 보통 가이드 분을 처음 만나면 연세가 어느 정도 있으시고, 쾌활하시고, 센스가 빠른 분이란 생각을 했었어. 사람들과도 빨리 친해지고, 여행 분위기도 띄워 주시니 유머감각과 리더 쉽이 탁월해야 하지.


우리가 중국 여행에서 만난 가이드 분은 20대 젊은 여성이었어. 처음에는 양손을 흔들며 환한 미소로 맞아주셔서 밝고 유쾌하고, 생활력도 강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인사 후에 공항을 빠져나가기 위해 긴 걸음을 옮길 때부터 약간 이상하다 싶었지. 말씀도 별로 없고, 한참 앞으로 걸어가면서 중간에 우리가 잘 오고 있는지만 힐끔 보실 뿐 길을 가시더라. 한국말은 잘하셨고, 처음에는 유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하시는가 싶기도 했어. 가이드 경험이 초보이신지 조금 긴장되어 보이기도 했고. 사람을 조금만 겪어봐도 사회생활을 20년 가까이 한 어른들은 어떠신지 짐작이 가더라. 여행을 위해 거금을 투자해서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왔는데 가이드분이 어떻게 해 주시느냐가 관건이 되니, 불안하긴 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다 생각하고 마음을 달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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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역시나. 시간이 지날수록 일처리에서 불평이 생겼어. 우리는 막내 이모가 바리스 타니까 중국 상해의 유명한 커피전문점을 가기로 했어. 숙소에서 짐을 풀고 차로 이동해서 분명히 도로에 내렸는데 그 커피전문점까지 20분 넘게 걸어갔어. 이게 말이 되나? 그곳이 어디 외딴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데 중국 도로의 사정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차로 내려서도 12명의 인원이 그 시간을 걸어가야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더라. 가이드 분은 핸드폰의 지도에 의지하면서 길을 찾아가는데 우리가 먼저 도착 장소를 발견하는 상황까지 되었단다. 불안한 짐작은 왜 한 번도 지나치질 않는지 불평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지.


저녁에 유람선을 타는 일정도 마찬가지였어. 오늘은 탈 수 없는 날이라며 취소해야 한다고 하시더니, 본사에서는 예약을 했다고 문자가 와 있고, 혼선이 일어나니 신뢰도도 떨어지는 거야. 탈 수 있는 것이 맞았고, 미리 예매한 표를 찾는데 만도 10분이 넘게 걸리니 어른들은 기분이 안 좋아졌어. 다음날은 일정도 빡빡한데 오늘 같은 상황이라면 내일까지 맡겨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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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을 타는 동안 가이드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데 너만은 달랐지.

“난 그분 좋은데.”

“엄마도 사람으로선 너무 좋은데, 가이드로서의 역할에는 문제가 있다는 거지.”

“사회초년생인데 처음에는 누구나 저런 시절이 있겠지. 이번에 좋은 경험을 하면 되잖아. 그럼 더 잘할 수 있는 거고, 우리가 좋은 지지가 될 수 있잖아.”


아, 너의 이 말을 듣는데 어른으로서 짧은 생각이 참 부끄럽더라. 누구에게나 초년생의 시절이 있지. 실수와 부족을 알기에 어른들은 으레 고객의 입장이라면 피하고 싶은데, 또 이런 시기를 누구든 피할 수는 없어. 엄마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고, 우리 딸에게도 거쳐야 할 시간일 거야.


엄마가 다른 모임에서 알게 된 20대 분도 학교 졸업하고, 부푼 꿈을 안고 입사한 첫 직장에서 1년 동안 트라우마라고 생각될 정도로 힘든 일이 많았대. 힘들다고 하면 누구나 다들 그런 시기 있는데 약한 소리 하지 말라고 하니 어디 가서 말도 못 하고 혼자 끙끙 앓고, 상사나 고객들의 비난과 평가에 자존감은 바닥을 치는 거지. 그렇게 살다가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그만두고 나왔는데 다른 직장에 가는 것도 겁이 나서, 자신을 돌보는 중이라고 했어. 초년생, 첫 직장에서의 경험들이 너의 말대로 지지가 되고, 배움의 순간이 되고, 세상이 따듯하고 살만한 곳이라고 알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면서 막상 내가 피해받는 상황이 되니까 이기적으로만 생각했어. 엄마의 이중적인 면을 알게 해 줘서 고마워.


유람선이 끝나고 어른들은 무거운 마음으로 가이드 분과 약속한 장소에 갔는데 가이드 분이 첫 만남 때처럼 양손을 흔들며 해맑게 우리를 또 맞아주는 거야. 다들 그 모습에 마음이 흔들렸어. 그분도 우리가 자신에 대해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 텐데도 속이 없으신 건지, 발랄하기만 한 건지 헷갈렸어. 잠시 후, 진심을 알았지. 차에 타서 숙소로 이동하는데 일어나서 마이크를 집고 얘기하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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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오늘 여러 번 미숙했던 것, 너무 죄송해요. 저 때문에 많이 걷고, 기다리시는 시간도 많았죠. 오늘 집에 가서 힘들게 공부해 와서 내일은 여러분이 만족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 번만 더 믿어 주시기를 부탁드릴게요. 죄송하고, 잘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우리가 모두 손뼉 쳐 줬어. “괜찮아, 괜찮아”하면서. 본인의 미숙함을 인정하고, 다시 열심히 해 보겠다고 이야기하시는 모습, 불편한 마음에도 주눅 들지 않고, 우리에게 맡은 바 임무대로 웃으며 환히 맞아주신 모습들이 감동으로 다가오더라. 역시 우리 딸이 존중과 사랑의 마음으로 가이드 분을 잘 믿어준 덕분이라 생각해.


다음 날, 정말로 가이드분이 준비를 많이 하고 오신 듯 확실히 달라지셨더라. 장소 설명도 많이 해 주시고, 음식점에도 함께 가 주셔서 주문도 완벽히 도와주시고, 서로가 만족하는 여행을 마쳤어. 물론, 마지막에 가이드 분과 본사의 불화로 인해 우리가 마음 써야 할 상황은 생겼지만, 우리에게 피해가 된 건 아니니까 가이드 분도 본연의 역할을 완수했지. 마지막에 본사의 불합리한 처사에 대항해서 절대 굽히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는 모습은 사람을 다시 보게 되더라. 잘 몰라도 그분도 사회에서 자신이 역할에 대한 책임, 계약을 하기 전 고려해야 할 사항 등을 피부로 와 닿았을 것 같아.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가 없다. 아프면서, 세상을 배우는 일이 순리란다. 직접 겪으면서 배신도 당해보고, 어처구니없는 일도 당해보고, 후회와 자기 비난도 감수하면서 일을 배우지. 그때, 주변의 따듯한 마음과 격려가 있다면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겠지!!! 우리 딸, 주변에도 너 같은 좋은 사람들이 많길 바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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