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네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렴
딸아, 지금 코로나 시대에는 상상도 못 할 시간들이 기억났어. 네가 4학년 때부터 6학년까지 합창단을 한 덕분에 엄마도 합창대회도 참석했잖아. 그때는 주말 저녁 시간 교통 체증을 뚫고 가야 하는 수고로움에 투덜댔는데, 이제는 너무도 그립고 그리운 순간이야.
합창대회는 우승 여부를 떠나 학생들의 멋진 하모니를 듣는다는 건 아름다운 시간이었어. 10팀 정도 나오잖아. 무대만 보면 너무도 평화롭게 노래도 잘하고, 안무도 멋있게 해내니 잘한다 정도지만, 그게 다가 아니지. 이 무대에 서기까지 시간 내서 모여 연습하고, 때로는 혼나가며, 마음 졸여가며 지루할 수 있는 연습을 반복했을지 상상이 되더라. 엄마도 열심히 하는 너를 지켜봤으니까 감정이입이 먼저 되는 것 같아. 초등학생들이 의젓하게 해내니 엄마는 무대를 보며 감동받고 진짜 마음이 따듯해지고 깨끗해지는 기분이었어.
6학년 마지막 합창대회가 생각난다. 10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 노래는 다 잘하는데 비슷비슷하다는 걸 느꼈어. 안무를 멋지게 해 내도 시대의 유행에 맞게 비슷하게 한다는 느낌이 들더라. 그러니까 끝난 후에도 저 팀이 어떤 노래 불렀는지 생각이 잘 안 났어. 물론 엄마의 점점 기억력이 나빠지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1, 2등 상을 받은 팀은 노래도 잘했지만, ‘아, 그 노래 불렀던 팀!’ 생각이 딱 나는 팀이었어.
딸아, 네가 잘하는 것을 찾으렴. 그곳에 승부를 두라는 이야기야. 1등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너를 부각하고, 알리라는 거야. 그것이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어. 사회는 기득권이 잣대를 정해놓고 그것을 잘하는 것만이 유능하고 잘한다고 하지만, 그 말은 믿을 말이 아니야. 그럼 어떻게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까?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것을 중심에 두었으면 좋겠어.
아프리카에는 ‘우분투’라는 말이 있단다. 어떤 인류학자가 실험을 위해 12명의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저기 있는 나무까지 1등으로 달려가는 사람에게 사과가 한가득 들어있는 바구니는 선물로 준다고 했어. 준비, 땅 했는데 인류학자의 예상과는 달리 아이들이 모두 손을 잡고 함께 달려가는 거야. 1등한테만 사과를 주겠다고 했는데 왜 같이 달리는지 묻자, 아이들은 어떻게 한 명만 행복할 수 있냐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어.
온라인, 원격 수업으로 학교 교육이 확 바뀌었지만, 엄마 세대와 기존의 정치, 사회는 여전히 1등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어. 엄마가 살아보니 그 답이 맞지 않더라. 학교 다닐 때 1등 했던 친구들이 모두 성공하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공부를 못했던 친구들이 모두 불행하고, 실패하는 것이 아니야. 이 말은 1등과 1등이 아닌 삶이 확신이 없다는 거지. 진짜 인생의 답은 내가 좋아하고, 마음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을 중심에 두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생각하는 거야. 사람마다 태어날 때부터 기질이 다르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모두 다르단다. 어떤 일부 사람들이 자기들 멋대로 정해놓은 기준에 절대 기죽지 말고, 네가 가장 빛날 수 있는 것을 찾으렴.
미우치 스즈에 작가는 <유리가면> 중에 이런 말을 했어.
“재능이란 건, 믿는 거란다. 자기 자신을 믿는 것, 그렇게만 하면 넌 빛날 거야. 인간이란 말이야, 누구라도 반드시 빛나는 순간이 있단다.”
누구라도 반드시 빛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믿자. 남들이 정한 기준, 절대 아니고, 네 안에서 찾아야 해. 너의 빛을 찾으면 다른 사람들의 빛나는 모습에도 기뻐하고, 박수를 쳐 줄 수 있단다. 합창대회에서도 비슷비슷한 팀보다 자기만의 모습과 생각을 확실히 보여주는 팀이 파워가 강력하더라.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에 소신이 있으면 그 길을 집중적으로 팔 수 있고, 아무도 경험하지 못했던 창의성이 나온단다. 그 모습에 우리는 감동하지.
작년 합창대회 이후, 불과 1년 만에 우리는 코로나와 함께 가는 시대가 되었어. 다시 예전 같은 날이 돌아오길 바라지만, 이제는 욕심인 듯해. 우리는 다가올 시대에 라이프 스타일을 다시 적응해야 하지. 싫어도, 미련을 가져도 이제는 덧없는 일이구나. 코로나와 함께 할 시대는 엄마도 100% 알 수 없지만, 이 확신은 들어. 단순 학업성적과 좋은 대학이 승패가 아님을 말이야. 치열하게 나 자신을 드러내고 보여야 한다는 것을. 내 안의 것을 찾고, 다듬고, 세상에 내보일 용기를 지닐 때, 앞으로의 세상에 발 붙이고 안전하게 갈 수 있을 거야.
딸아, 우리는 그런 길을 걸어왔지. 적어도,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추려 하지 않았고, 너와 엄마의 삶을 살아왔어. 지금까지 처럼 가보자. 엄마도 요즘, 엄마의 삶을 정립하느라 너희에게 신경을 못 썼지. 미안하지만, 한편으론 엄마가 삶에 대응하며 나아가는 모습을 보아 주렴. 균형감을 갖고 안전하게 가도 좋지만, 잠시 위태로워도 집중해서 폭발적으로 파보아야 할 때도 있어. 엄마가 그런 때인 듯 해. 줌 강의로 온라인 세상을 개척해 가고, 인스타도 새로 파고 있고, 유튜브도 영상 올려 업그레이드하고, 망설이던 것들을 도전하느라 시간도 엄청 쓰이고, 좌충우돌이야. 하지만, 엄마가 맨 땅에 헤딩하며 머리를 쥐어짜고, 짜내고 하니까, 뭔가 보이는 것 같아. 엄마 안의 팔딱팔딱 살아 숨 쉬는 무언가가. 엄마가 이제야 진짜 살아있는 것 같아. 엄마의 이런 모습 기억해 줄 거지?
네가 무엇을 원하든, 어떤 길을 가던지 딸아, 너 자신을 믿고 가렴. 네 안에서 답을 찾아가렴. 이제 그런 시대가 이미 왔구나. 좋다고만 할 수 없지만, 즐기며 가보자. 언제나 너로 빛남을 믿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