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실수=배움, 직접 부딪혀보렴
딸아, 네가 아이돌 덕후를 하면서 경험하는 것이 참 많더라. 2년을 팬으로 살더니 팬클럽에 들겠다고 애원해서, 드디어 입문을 하게 되었지. 인터넷 가입하는 것을 모르니 엄마가 해 줬잖아. 초등학생 신분으로 하려니 법정 대리인으로서 해야 하는 것도 많고 복잡하더라. 엄마도 세세한 걸 잘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머리도 아프던데. 어떡하겠어, 딸이 원하니 해 줘야지.
뭐니 뭐니 해도 아빠가 제일 많이 나섰지. 팬클럽은 아이돌 팬 미팅 기회가 주어지더라. 엄마는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가수를 열정적으로 좋아한 적이 없어서 이런 문화는 잘 몰라. 좋아했던 팀이래야 전람회, 토이 쪽이라 팬클럽은 들 생각도 안 했지. 어쩌면 너의 삶에서 엄마보다 네가 더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 생긴 거야. 팬 미팅이 있다며 티켓 끊는 날을 아빠에게 알려줬어. 아빠도 딸이 하도 부탁을 하니 들어주려고 오후 8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컴퓨터 앞에 앉았지. 티켓 구매가 묘하게 사람을 긴장시키더라. 사람들이 정시에 몰릴 생각을 하니 정신없이 얼른 표를 잡아야 하잖아. 10분 전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티켓 구입해야 하는 사이트를 쳤는데. 오, 마이 갓. 팬클럽 아이디와 비번으로 입력해야 하는 거야. 엄마도 아빠도 네 아이디로 로그인해야 한다는 걸 전혀 생각 못한 거지. 너도 엄마, 아빠도 팬클럽은 처음이라 몰랐던 거야. 엄마가 네 팬클럽 아이디와 비번을 정했으니 적어놨어야 했는데 갑자기 생각하려니 멘붕이 됐어. 요즘 엄마 기억할 게 너무 많은지 기억이 안 나는 것들이 많잖아. 시간은 얼마 없는데 할 만한 것들로 입력해도 계속해서 실패만 되고, 결국에는 시간이 넘어버렸어. 팬 미팅이다 보니 자리가 많지는 않고, 금세 매진되더라. 서로 아무 말 못 하고, 우리 가족 모두 허무하게 끝난 날이었지.
하지만, 이 날을 배움 삼아 다음번부터는 아이디랑 비번은 꼭 중요한 곳에 적어두고, 먼저 확인해 두는 습관이 생겼단다. 다음에는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는 날이었지. 네가 알려준 날짜에 또 좋은 자리 구해 보겠다고 아빠는 카운트 다운을 기다리며 컴퓨터 앞에 앉아계셨어. 시간이 되기 얼마 전에 알았지. 팬클럽은 며칠 전에 기회가 주어진다는 걸. 팬클럽에게 먼저 기회를 주고, 그 후에 일반인들이 콘서트 티켓을 구하기 위해 총알이 날아가듯 순간적인 시간이 지나간다는 걸, 10분을 앞두고 알았단다. 너도 몰랐던 거지. 처음 팬클럽 들어봤으니까. 그리고, 너는 아직 초등학생이잖아. 이 곳의 시스템을 엄마도 어지럽던데, 처음 가입한 너도 헤맸을 거야.
팬 미팅에 이어 두 번째 아쉬움이 남지만 아빠의 좋은 자리를 구하겠다는 승부욕이 발동해서 이 자리, 저 자리 구하다가 딱 좋은 자리를 얻었지. 아빠도 좋은 자리 구하는 티켓 노하우가 엄청 쌓였겠어. 티켓 값이 워낙 비싸니까 너 혼자서 들어가기로 정한 터라 괜찮을까 싶으면서도 해 보겠다는 너를 말릴 수 없었어. 아빠가 콘서트 장까지 데려다주고, 그 거대한 콘서트홀에 초등학교 6학년인 네가 혼자 들어갔단다. 무슨 일이야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핸드폰을 들고 대기했는데 끝날 때 나오던 너는 세상 이런 행복이 없다며 날아갈 듯 흥분해서 나오더라.
팬클럽 2기 활동을 하면서 얻은 게 많지? 팬클럽 가입할 때 아이디랑 비번은 꼭 잘 기억해 둔다. 팬 미팅 날짜 챙겨두고, 콘서트 때는 미리 팬클럽 티켓 날짜로 알아두기 등등 한 번은 좌충우돌 실수가 필요함도 배웠어. 예상치 못한 실수를 겪으면 뇌의 생존본능이 발동해서 기억을 강력하게 해 놓는 거야. 그럼, 다음에는 잘 해내도록 신경 쓰고, 노하우가 생기는 거지.
요즘은 블로그, 인스타 그램, 페이스북 등 SNS가 참 많잖아.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자신의 실수담도 알려주면서 어쩌면 내가 실수하며 겪어야 할 시간들을 단축시켜 주기도 하고. 그래도 참 이상하지? 다른 사람들이 공유해 준 내용 보면서 아무리 준비를 해 가도 꼭 실수가 나오고,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들이 생기더라. 엄마는 이런 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이 경험한 대로만 따라가면 어려움 없이 성공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건 온전히 내 것이 안 되더라. 사람들의 소중한 정보는 일부만 받아들이고, 네가 새로 경험해 보기로 마음먹어 봐. 진짜 너만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거야.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의 류시화 작가님은 이런 말을 했어. 네팔의 랑탕 지역 트래킹을 계획하고, 등반 전문가인 네팔 친구에게 말했더니 약간 염려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대. 만만하게 보고 올라갔다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힘들었던 경험을 하셨대. 하지만, 그만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교류하게 되면서 새로운 트레킹 방식을 찾는 계기도 됐지. 다시 등반 전문가를 만났을 때 제대로 조언해 주지 않았는지 묻자 이렇게 말했대.
“직접 경험하는 것이 너에겐 더 좋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트레킹을 할 테니까 말이야. 도중에서 필요한 장비와 도구들을 구할 수 있으리란 걸 난 알고 있었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으리란 것도.”
이 등반 전문가의 말을 엄마가 되새겨야겠어. 엄마가 겪은 삶의 실수, 아픔만큼은 네가 겪지 않기를 바라며 길을 가르쳐 주려 하고, 미리 걱정하고, 행동을 제지할 때가 많아. 아플 거라고, 다칠 거라고 엄마가 지레짐작하며 네가 뻗어나가야 할 가지들을 쳐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는구나. 어쩌면 지금 쓰고 있는 이 책도 너에게 그런 불안에서 쓰는 건 아닌지도 말이야. 중요한 건, 엄마가 너에게 조언하고, 알려줘도 네가 인생을 한참 살아본 다음에야 진짜 뜻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단다. 엄마도 그랬거든. 나중에 알게 되더라도 엄마가 전해주고 싶은 말들이 너의 생명력을 넘지 않는 선으로 전달되기만을 바라며 쓰고 있단다.
다시 팬클럽 3기를 들겠다는 너의 말에 팬클럽 비용 3만 원을 받고, 엄마도 비번과 아이디만 확실히 적어서 넘겨주었다. 그랬더니, 이제 날짜 챙기는 것도 여유 있어 보이고, 혼자서 찾아보고, 정보 듣는 일들이 수월해졌더라. 2기 때처럼 어이없이 놓치는 날도 없고. 실수를 배움으로 만들어서 온전히 네 것으로 소화해 내는 모습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고, 책임감이 빛나는 걸.
SNS로 이벤트 응모하거나 검색해서 정보를 찾는 것들은 엄마보다도 빨라진 너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참 새롭다. 벌써 이렇게 컸구나. 엄마를 뛰어넘는구나. 앞으로도 열심히 부딪치며 직접 경험하며 가고 싶은 길을 가 보렴. 그것만이 정답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