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네 마음의 목소리를 따라 가렴
딸아, 6학년 1년 동안은 주말마다 학원을 많이 다녔어. 초등학생들이 주말에 학원 다니는 일이 요즘은 별 거 아닌 시대이지만 엄마는 특별하게 느껴진단다. 너는 원래 4학년 때까지도 절대 주말은 학원에 가지 않는다고 엄마에게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했었거든. 주말에 하는 수업들 좋은 거 생기면 하자 해도 너는 주말은 쉬어야 한다고, 놀아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잖아. 엄마는 이럴 때 너의 마음을 바꾸기 참 어렵더라. 그랬던 네가 5학년 때부터 조금씩 마음을 바꿨지.
트와이스 언니들을 좋아하면서 아이돌이 되고 싶다며 노래 연습을 목표로 4학년 때는 합창부를 들어갔고, 5학년이 돼서는 댄스를 배우고 싶다고 하도 졸라서 댄스학원을 알아봤어. 다행히 가까운 곳에 전문 방송 댄스 학원이 있는데 주말반만 시간이 맞는 거야. 네가 주말에는 안 다니는 것을 아니까 어떨까 싶었는데 바로 하겠다고 하네. 참, 신기했어. 역시 사람은 마음을 움직이는 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어야 하는구나 깨달았어.
그러다가, 6학년이 되어서 1학년부터 다니고 있는 발레학원 원장 선생님께 전화를 받았어. 내년에 중학생이 되기 전에 오랫동안 발레를 해 왔으니 작품을 하나 해 보는 건 어떻냐고 하셨어. 너에게도 말했을 때 호의적이셨다고. 엄마는 원장 선생님이 돈이나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이런 제의를 하시는 분이 아니란 걸 알기에 심각하게 생각을 해 보았지. 발레학원은 전공이나 작품을 권하시고, 하게 되면 돈이 몇 백만 원 드는 건 기본이라고 하니 부모로서 쉬운 결정은 아니라고 주변에서 익히 들어 알고 있었거든. 실제 그런 상황이 되니 엄마도 어찌해야 할지 고민되더라. 전공이라 하기에는 힘들게 하고 있지 않고, 취미라 하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을 들이고 있으니 약간 애매한 상황에서 결단이 필요했지.
엄마가 원장 선생님을 신뢰하듯 금액도 터무니없이 비싸지 않고, 최대한 편의를 봐주시는 점들이 있어서 일단 너의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어. 원장 선생님께서 이야기를 하셔서 알고 있었는데도, 이야기를 듣자마자 너의 표정이 웃는 쪽으로 바뀌더라. 이 모습만 보고도 딱 캐치했지. ‘너도 하고 싶구나’. 너도 마음은 있었는데 엄마에게 쉽게 말을 못 꺼냈던 거지. 큰돈이 들어가니 엄마가 부담될 거 같아서 먼저 못 물어봤다고 했잖아. 동고동락하듯 몇 년을 함께 발레 배운 언니가 먼저 작품에 들어가서 더 하고 싶었을 텐데 너도 마음속에서 고민하고 있었겠다.
그럼, 엄마, 아빠의 선택이 남았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순간들에 ‘어떻게’가 중요해. 첫 단추가 내 마음의 목소리이고, 두 번째 단추가 ‘어떻게 할까?’야. 내 마음에서 하고 싶다는 움직임을 포착하는 거지. 유명한 교육 전문 선생님이 강의에서 이런 말을 하더라. 요즘 효자, 효녀가 누구냐면,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꿈이 있는 사람들이래. 자기가 하고 싶은 일로 스스로 꿈을 찾고, 길을 찾아가면 부모님은 정말 감사하다는 거야. 어렸을 때 하도 부모님께서 하라는 대로만 하던 것이 익숙해져서, 커서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마음의 목소리 듣는 방법을 까먹은 거지. 어찌 보면 어른들이 파놓은 함정인 거지. 그 함정에 자녀들이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도 불행한 현실이고. 듣기만 해도 안타깝더라. 실제로 상담실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들어.
“무엇을 해야 할지,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어요. 부모님이 원해서 한 일인데 저는 너무 힘들어요. 힘들다고 하면 늘 조금만 더 참으라고 하세요”
그저 속상한 마음에 하는 말이 아니란다. 고통의 눈물을 흘리며,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절규하는 목소리지. 앞길은 구만리 같은데 지금 한 발자국도 내 힘으로 나가지 못하는 때에 느끼는 두려움은 한 발자국도 꼼짝 못 하게 만들어 버린단다. 이런 분들을 만나면서 마음속 이야기를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네가 최애로 좋아하는 프로그램의 유재석 씨 알지? 그분이 이적이란 가수와 만든 노래가 있단다. ‘말하는 대로’란 노래야. 서로의 20대를 돌아보며 쓴 노래인데 가사가 정말 예술이야.
‘멈추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 너의 길을 가. 주변에서 하는 수많은 이야기.
그러나 정말 들어야 하는 건 내 마음속 작은 이야기. 지금 바로 내 마음속에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될 수 있다고 그대 믿는다면’
될 수 있다고 믿고, 너의 마음속에서 하는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할까’로 일단 한번 가보는 거야. 주변에서는 말이 정말 많을 거야. 안 될 거라고, 힘들 거라고, 네가 그걸 할 수 있겠냐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거 같냐고 등등 너를 위한다며 흔드는 이야기들. 하지만, 정말 귀 기울여야 하는 건, 뭐다? 내 마음속 이야기라고. 귀에 딱지 앉겠다. 마음이 정해져도 지금 당장 못 할 때도 있어. 그렇다고 포기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꿈은 간직하고, 기회가 오리라 믿고 가는 거지.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꼭 기회가 오게 돼 있어. 기회가 왔을 때 바로 잡을 수 있거든. 기다리며 기회를 엿보던 사람만이 잡을 수 있어.
엄마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이 확실하고, 네가 열심히 하겠다고 눈빛이 말해 줘서 엄마도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봤어. 부담은 되지만 이 기회를 그냥 놓치면 엄마가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고, 딸이 하고 싶어 한다면 기쁜 마음으로 해 주리라 마음먹었지. 엄마가 더 열심히 일해서 그만큼 돈 벌 수 있다고 믿고 가 보는 거야.
너와 이야기도 했어. 우리 집이 현재 여유로운 건 아니지만 네가 원하는 일에 엄마, 아빠가 함께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해 보라고. 엄마, 아빠도 쉽게 내린 결정이 아님을 알려주고, 서로 마음을 모아 가보는 거야.
“엄마, 내가 더 열심히 할게요.”
이렇게 말해주는 딸이 어찌나 듬직하던지. 실제로도 불평 한 마디 없이, 주말마다 등교할 때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연습하고 오는 네가 참 대견했어. 좋아하는 일에 열정과 결의를 빛내는 너의 모습에 엄마가 더 신이 난다. 돌이켜보니, 네 살 때 그렇게 1년을 발레 치마만 입고 살더니, 발레 사랑이 진짜 대단하다!!!
네가 선택하고, 할 수 있다고 믿고, 방법을 찾아보며 나가보는 경험이 삶의 중요한 연습이 되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