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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라 Mar 08. 2022

집안일 누가누가 많이 하나 배틀

집안일 목록이 이렇게 많은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다른 부부들, 특히 먼저 결혼한 선배 부부들에게 집안일을 분담해하고 있는지, 하고 있다면 어떻게 분담하고 있는지 종종 물어보곤 했다. 어떤 부부는 재활용 쓰레기만 남편이 버리고 몽땅 여성이 하고 있다고도 했고 어떤 집은 남편이 청소와 빨래를 담당하고 요리와 설거지는 여성이 담당한다고 하기도 했다. 나름 선배 부부들의 기준에 따라 잘 분배한 것 같은데 자꾸만 싸움이 일어났다.


여기에 숨은 비밀이 있다는 것을 집안일 배틀(?)을 통해 알게 되었다.

결혼 초, 남편과 집안일, 특히 설거지를 둘러싼 갈등을 겪으며 각자가 수행한 집안일과 시간을 종이에 적어 누가누가 더 집안일을 많이 하는지 배틀을 한 적이 있다고 쓴 적이 있다. 이때 사실 이 배틀 자체가 엄청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하게 된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이 조금 더 많은 집안일을 한들 어떠랴. 둘이 잘 협력하고 함께 수행해 가고자 하는 마음이 충만했다면 집안일을 둘러싼 갈등은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두 가지의 내 요청사항을 거부하면서 남편이 자신이 절반의 집안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부부싸움을 벌이다가 홧김에 "그래? 그럼 어디 한 번 증명해 봐!" 하고 배틀을 벌이게 된 것이었다.

종이에 각자가 한 집안일과 시간을 적는 집안일 배틀 결과 첫 번째로 알게 된 것은 집안일의 80프로를 내가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8:2로 압승을 거둔 집안일 배틀을 통해 알게 된 것이 두 가지가 더 있다. 그중 하나는 우리가 주로 분담했던 요리, 설거지, 청소, 빨래를 뜯어보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숨겨진 일들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정말 예전엔 몰랐다. 이 네댓 가지 속에 숨어 있는 일이 이렇게나 많다니.


한 번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번째 요리. 요리를 하려면 일단 어떤 음식을 먹을지 메뉴를 결정해야 한다. 먹고 싶은 메뉴 정하면 되니까   아니라고 생각하는  계실까 모르겠다. 하루  ,  주일에 스무 끼의 메뉴를 정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직장생활을 해서 다행이지, 집에서 요리를 정말 스무 끼씩 맡았다면 가출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영양사도 아닌데 탄단지(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골고루 들어 있을까 고려하게 되고 야채나 과일은 무얼 추가할까 고민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메뉴 정하는  젤로 고민이 많았다.   지나면 맨날 그게 그거 같고  먹을지 정말 머리 쥐어뜯게 고민이 되었다. 주메뉴는 뭐로  것인지, 국은 끓일 것인지, 밑반찬은 무엇을 먹을지 등등 말이다. 암튼 각설하고 메뉴를 정했다면 해당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가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장을 봐야 한다. 장을 보려면   작은 슈퍼마켓만 가면 있는 것인지, 대형 마트에 가야 하는지, 유기농 매장엘 가야 하는지   장소도 정해야 한다. 그리고 나면 거기로 이동해 가야 한다. 장보기에는 주재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해당 메뉴 주재료뿐 아니라 부수적으로 필요로 하는 앙념류가 있다면 이것들이 집에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양념류가 떨어지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이게 장보기이다. 그뿐인가? 마트에 가게 된다면 식재료만 달랑  갖고 와서는  된다. 혹시 비누, 샴푸, 치약, 칫솔, 휴지, 물티슈 등등 각종 생필품  떨어진 것은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왜냐. 마트에  김에 한꺼번에  오지 않으면  번을 되풀이해 가게와 마트를 오가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각각은 그냥 아무거나 사면 되는  아니다. 어떤 종류의 어떤 제품을  개나 살지에 대한 결정이 포함된다. 여기까지만 하겠다.

 번째 설거지. 그릇만 씻으면 간단할지도 모른다. 설거지하려면 식기건조대에 말려져 있는 그릇들을 먼저 정리해야 하고, 상을 닦고 싱크대나 조리대, 가스레인지 등에 대한 청소와 정리가 뒤따라 온다. 전기밥솥, 전자레인지나 오븐 등의 주방용 전자제품을 사용했다면 닦아두어야 하고 남은 음식도 담아 상하지 않도록 보관해야 하며 상을 닦은 행주도 빨아 널어야 한다. 음식 쓰레기가 나왔다면 처리해야 한다. 보통 ‘설거지라고   방금 먹은 그릇을 닦는 것만 생각하는 분이라면   다른 부대 업무는  배우자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나마 설거지는 지금 검토 중인  분야 중에서는 가장 간단한 축에 속하기는 하는  같다.

셋째, 청소는 어떤가? 방과 거실에 청소기를 돌리면 청소  했다고 생각하시는  ! 이런 분은 청소를 했다기보다는 그냥 청소기를 돌린 것이다. 청소기를 제대로 돌리려고만 생각해도 바닥에 어질러진 물건들을 먼저 치워야 한다. 그리고 청소라는 개념에는 각종 물건들의 정리정돈 개념도 포함된다. 책상 , 식탁 , 화장대 , 소파 , 컴퓨터 테이블 등에 어질러진 물건들은 없는지 살펴서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으면 버려야 하고 물건들이 나와 있으면 정리정돈을 해야 한다. 아이 장난감 무덤,  무덤 등도 치워야 한다. 각종 정리정돈을 해야 청소기 돌리는 청소가 의미가 있어지는 것이다. 청소기를 돌렸으면 걸레질도 해야 한다. 각종 가구나 가전제품에도 먼지 제거나 걸레질을 해야 하고, 바닥도 걸레질을 해야 하고 마지막에는 청소기 먼지통을 비우고 걸레를 빨아 너는 것도 청소의 과정에 포함된다. 그뿐인가? 청소할 곳은 아직도 많다. 청소 담당할  화장실과 현관 청소도 함께 맡고 있는지 궁금하다. 화장실 청소는 난이도가  높다. 거울, 세면대, 욕조 또는 샤워부스, 변기, 바닥 등을 각기 다른 청소도구로 청소해야 한다. 변기솔로는 변기만 닦아야 하니 다양한 청소 도구가 필요하다. 현관도 일정한 주기로  번씩 청소해 주어야 하는 곳이다. 베란다나 다용도실도 매일은 아니지만  1~ 1회는 해야 한다. 계절에  번쯤 하는 창틀, 창고, 유리창 등도 만만한 청소는 아니다. 청소로 분류하는  맞는지 햇갈리지만 고난이도에 속하는 냉장고 청소도 있다. 청소를 담당한다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남편분들, 이걸  하고서 청소 담당한다고 하시는 건지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빨래. 빨래는 보통 세탁기가 하니까 주로 널기와 걷기, 개기를 주로 하리라고 본다. 설마 빨래 돌려 널기만 하고 빨래 담당자라고 하시는  아니겠지? 이것을 정말 온전하게  맡고 있는가? 그렇다면 운동화도 빨고 있는지? 부엌이나 욕실 앞의 발매트는? 이불과 베갯잇을 빨고 침구를 가는 일은? 세탁조 청소는? 세제 관리는? 세탁소 맡길 옷들은? 양말이나 속옷 등을 살펴 떨어진 것은 버리거나 수선하고 새로 사는 일은 누가 하고 있는가? 옷장 정리는? 계절  정리는? 옷과 관련된 일들만도 정말 많다. 빨래해 널기만 하면 다가 아니란 말이다.


부부만의 요리, 설거지, 청소, 빨래도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여기에 만약 아이가 있다면 일을 몇 배로 늘어난다. 아기 분유나 이유식 등을 별도로 준비해야 하고 분유라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어른과 같은 밥을 먹을 수 없는 영유아가 있다면 반찬도 따로 해야 한다. 매운 것을 못 먹는 아가를 위해서 말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장보는 것도 몇 배의 노력이 든다. 아기 기저귀를 사이즈에 맞춰 적정 기간 동안 소비할 양에 맞추어 구매해야 한다. 남편분들, 분유와 기저귀에 단계가 있다는 것을 아는지 궁금하다. 지금 쓰는 단계의 기저귀를 다음 달에도 쓸 수 있을 것인지도 계산해야 적정한 구매를 할 수 있다. 아기 전용 세탁기와 세제도 별도로 관리해야 하고 어른 빨래와 따로 빨아야 한다. 아기 장난감, 유해 물질 없는 걸로 찾고 찾아 구입해야 하지만 구입하면 오염 물질 없는지 닦아 줘야 하고 물고 빨고 기어다니면 쫓아다니면서 바닥 걸레질 해야 한다.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아기가 있을 때의 집안일 목록은 이만 줄인다.



세상의 남편님들은  위의 요리에 해당하는 목록을  하고 있지 않다면 요리는  내가 한다고 말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있는 재료로 오늘 저녁은 내가 차렸다고 정직하게 과장되지 않게 말해야 한다.  위의 청소 목록을  하고 있지 않다면 청소는  내가 맡아 한다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그냥 청소기만 내가 돌린다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그리고  외에는 모두 배우자가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결혼 전까지이  일의 대부분을 우리 집안의 어머님 또는 다른 여성이  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면  수고로움에 고마운 마음을 가질  있었으면 한다. 집안일이 여성에게만 의무처럼 지워지는 것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차리고 기꺼이 먼저 마음을 내어 분담하고자 하는 남편들이  명이라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집에서 노는  뭐가 힘드냐는 막말은 절대 해서는  되는 말이라는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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