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자와 인형
가르치지 않는 교육에 참여자로, 진행자로 함께 하며, '몸으로 배운' 것들을 하나씩 기록합니다.
말로 가르친 것은 금방 잊혀집니다. 학교 수업 시간에 내내 느꼈습니다.
관객이 되어 쳐다 보았다고 자기 것이 되지도 않습니다. 수영하는 것을 보았다고 수영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수영하려면 몸을 물에 담궈야 합니다.
수영하려면 물에 담긴 채, 팔을 돌리고 다리를 움직이고, 자신의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자기 몸으로 직접 배운것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오래 기억됩니다. 때로는 잊을래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몸이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인형극 활동'입니다.
인형극 활동을 시작할 때는 두 명씩 짝이 됩니다.
한 사람은 인형을 조종하는 '조종자' 역할을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인형'이 됩니다.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섭니다.
조종자는 손바닥을 펴서 '인형'의 이마와 10cm 거리에 놓습니다.
손바닥과 이마는 보이지 않는 단단한 막대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조종자는 손바닥을 펼친 채 자유롭게 움직입니다.
조종자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인형'은 10cm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유일한 역할입니다. 인형은 조종자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짧은 시간 활동을 진행하고 나서, 진행자가 묻습니다.
"지금 어떤 느낌이나 생각이 떠오르나요?"
활동 직후 느낀 것들을 잠깐 인터뷰합니다.
잊혀지기 전에 조종자가 되었던 순간의 느낌이나 떠오른 생각, 인형이 되었던 순간의 느낌과 생각들을 공유합니다. 모든 참여자들은 각각 조종자 또는 인형이 되었을 때의 최초의 감각을 애써 기억해 둡니다.
이제 두 사람은 짝을 바꾸어 같은 활동을 반복합니다.
조종자일 때 보지 못했던 풍경이 인형이 되고 나서야 보입니다.
인형이 되었을 때 보지 못했던 풍경, 느끼지 못했던 감각은 조종자가 되었을 때 느껴집니다.
아무도 가르치지 않습니다.
참여자들이 이야기합니다. 각자 본 것, 들은 것, 관찰한 것을 이야기합니다. 느낀 것, 생각한 것을 말합니다.
'인형'으로 참여하면 짧은 시간도 상대적으로 길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같은 시간이 다른 감각을 불려왔네요.
조종자로 참여하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고, 쾌감이 느껴진다고도 합니다. 상대가 나를 따라오는 것이 쾌감이 느껴지는 일이군요. 이것이 '조종'과 '권력'의 맛일까요?
조종자 역할이 불편한 분들도 있습니다. '인형'이 편안히 따라오도록 하기 위해 천천히 움직이기 위해 '배려'했다고 합니다. 이 장면에서 '배려'는 조종자가 하는 것이군요. '배려'는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인형이 되었을 때 힘들었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오직 조종자의 손바닥에 집중해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다니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무엇이 힘든 것일까요? 집중이 힘든 것일까요? 조종자를 따라 다니는 게 힘들었을까요? 따라다니는 게 힘든 걸까요?
인형이 되었을 때 더 편안했던 분들도 있습니다. '인형'이 편안히 따라오는지 확인하면서 조종하는 역할이 스트레스였다고 합니다. 나 자신에 대해 조종이 익숙한가요? 인형이 익숙한가요? 사회적 역할, 일 등에 대해 조종이 익숙한가요? 인형이 익숙한가요?
활동을 할 때는 주로
더 큰 세상, 우리가 속한 사회의 제도와 질서, 문화라는 '조종자'와 '인형'인 나를 생각해 왔습니다. 여전히 잊지는 않습니다만,
오늘은 내 인생의 '조종자'인 나와 내 인생의 '인형'인 나를 생각합니다.
전에는 늘 내 인생의 '조종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때로는 '조종자'가 되고 싶고 때로는 '인형'이 되고도 싶은 저를 발견합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 대로 살고 싶어서 제 삶의 '조종자'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언제 인형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무엇의 '인형'이 되고 싶을까요?
제 꿈이 제 인생을 끌고 갈 수 있도록 ''인형'이 되고 싶기도 합니다.
저를 조종하는 좋은 습관들,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의 '인형'이 되고 싶기도 합니다.
(1년이 지나도 아직 습관이 안 되네요 ㅎㅎㅎ)
저는 어떤 때 무엇의 '조종자'가 될까요?
저는 언제 무엇의 '인형'이 될까요?
오늘의 화두입니다.
글에 들러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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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가르치지 않는 교육 https://brunch.co.kr/brunchbook/uneduc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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