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

by 정아라
가르치지 않는 교육에 참여자로, 진행자로 함께 하며, '몸으로 배운' 것들을 하나씩 기록합니다.

말로 가르친 것은 금방 잊혀집니다. 학교 수업 시간에 내내 느꼈습니다. 관객이 되어 쳐다 보았다고 자기 것이 되지도 않습니다. 수영하는 것을 보았다고 수영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수영하려면 몸을 물에 담궈야 합니다. 수영하려면 물에 담긴 채, 팔을 돌리고 다리를 움직이고, 자신의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자기 몸으로 직접 배운것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오래 기억됩니다. 때로는 잊을래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몸이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삼각형 활동'입니다.


오늘은 '삼각형 활동'입니다.


모든 참여자들은 커다란 원을 만들어 서 있습니다. 참여자들과 섞여 있는 서 있는 진행자가 안내해 줍니다.


"삼각형 활동은 아주 간단합니다. 정삼각형을 각자 허나씩 만들면 됩니다.

삼각형은 세 사람으로 만들어집니다. 삼각형이니 세 개의 꼭지점이 필요합니다. 그 중 하나의 꼭지점은 나입니다. 나 자신을 하나의 꼭지점으로 하고 나 외의 두 사람을 두 개의 꼭지점으로 합니다. 세 사람이 정삼각형이 되도록 나 자신의 위치를 이동하면 됩니다. 위치를 이동하여 세 사람이 정삼각형을 이루면 멈추어 서면 됩니다. 모든 사람이 멈추어 서면 활동이 끝납니다. 정삼각형을 만드는 방법은 다른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이아니고 나 자신의 위치를 이동하는 것입니다. 두 개의 꼭지점이 정해져 있으니 오직 내가 움직여서 정삼각형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활동에서 지켜야 할 규칙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규칙은, 각자 두 개의 다른 꼭지점을 정할 때 누구를 두 개의 꼭지점으로 정했는지 아무도 모르게 하는 것입니다. 꼭지점으로 정한 사람의 눈을 보거나 얼굴을 보고 움직이면 금방 들통납니다. 그러니 살짝살짝 몰래 몰래 두 사람의 발끝만 보면서 정삼각형을 만들도록 권장됩니다.

두 번째 규칙은 말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누구로 정했는지 내 꼭지점이 되는 사람들에게 묻거나 답할 수 없습니다. 꼭지점으로 정한 사람에게 어떤 지시나 요청을 하지 않습니다. 혹은 다른 사람에게 누구로 정했는지 묻거나 답하지 않습니다.


이제 진행자는 나의 정삼각형을 완성해 줄 두 사람의 꼭지점을 정하도록 시간을 줍니다. 모든 참여자들은 조용히 서서 나 이외의 두 사람, 내 정삼각형을 완성해 줄 두 명의 꼭지점이 되어줄 사람을 정합니다.


삼각형 활동은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모두 움직임을 멈추면 그 시점에 끝이 납니다.


이제 스타트!

사람들은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정삼각형을 만들려면 두 개의 꼭지점과의 거리가 중요합니다. 두 사람의 발끝의 위치를 눈으로 살짝 살짝 확인하면서 삼각형을 만듭니다. 조용히 스르르 나를 움직여 이동시킵니다. 단번에 만들어질 거라 여겼는데, 앗. 또 움직이네요.


모두가 조용히 움직여 자신의 정삼각형을 만들고 있습니다. 멈추는가 싶으면 또 누군가가 움직이고 멈추는가 싶으면 또 누군가가 움직입니다. 기껏 움직여 위치를 맞추어 놓았는데 나의 꼭지점이 또 움직이네요. 나도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멈출 듯 멈추지 않는 움직임.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합니다. ㅎㅎㅎ 이제 멈추려나 싶으면 또 누군가 움직이고 그를 따라 또 누군가가 움직입니다. 이제 멈추려나 싶으면 내 꼭지점이 움직입니다. 내가 움직이면 또 누군가가 움직입니다.


드디어 멈췄습니다.

시간은 벌써 20분이 지나 있습니다.


모두가 동작을 멈추는 시점이 되자, 진행자가 참여자 스무 명 중 한 사람의 곁에서 말합니다.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지금 여기 계신 한 분, 멈추셨으니 제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 분이 앉으면 이 분을 꼭지점으로 생각한 분도 뒤따라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모두가 자신과 연결된 분이 앉으면 제자리에 앉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한 사람이 앉습니다. 그러자 두세 사람이 앉습니다. 누가 앉는지 차례를 매길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모두가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저는 처음 한 사람을 앉도록 했을 뿐인데, 연결된 분들께 앉으라 하니 결국 모두가 이제 앉아 계시네요."


진행자가 우리들의 소감을 묻습니다.

제가 무엇보다도 깜짝 놀란 것은, 생각보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세 명이 하나의 정삼각형을 완성하면 되는 것이라 여겼는데 각자가 정한 꼭지점이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으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데 미처 그리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또 소름 끼치도록 깨닫게 된 것은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우리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로부터 한 사람의 첫 세포가 만들어졌습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닙니다. 태어날 때는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동을 하려면 길이 있어야 하고 길은 내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인도도, 차도도, 누군가가 건설하였습니다. 심지어 산의 오솔길도 누군가 다녔기 때문에 길이 난 것이지 내가 만든 길이 아닙니다. 원하는 곳으로 가려면 지하철, 버스, 택시를 타야 하고 그것을 운전하는 분들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재료들, 우리가 키운 것이 아니고 누군가가 키운 것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입는 옷, 누군가가 만든 것을 샀습니다. 우리가 사는 집, 역시 내 손으로 직접 만든 것이 아닙니다. 내 돈 주고 샀나요? 그 돈도 다른 이들에게서 왔습니다. 부모가 주었다면 부모에게서 왔습니다. 또는 일을 해 벌었습니다. 회사에 속해 일을 했다면 당연히 혼자 한 일이 아닙니다. 나 혼자 사업을 했어도 나의 물건, 나의 서비스든 그것을 돈을 내고 사 준 사람이 있으니 돈이 생긴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다른 사람과의 연결로부터 유지됩니다. 이 모든 것 없이 맨 몸뚱이로 혼자 사는 삶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저의 눈으로 본 순간, 그 사실이 소름끼치도록 새롭게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머리로 알고 있던 사실이 온 몸의 감각으로 느껴졌습니다.



우리 인생에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추어진 연결고리가 있다. 사람과 사람은 서로의 인생 속으로 실 가닥처럼 얽혀 들어가며, 그것은 시간이 흘러도 결코 끊어지지 않는 무형의 지도로 남는다.

-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우리의 삶은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자궁에서 무덤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타인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사람들과도요. 우리가 저지르는 모든 악행과 우리가 베푸는 모든 선행이 우리의 미래를 탄생시킵니다.

- 데이비드 미첼, 『클라우드 아틀라스』




글에 들러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아라의 연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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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가르치지 않는 교육 https://brunch.co.kr/brunchbook/uneducated

일: 나의 일, 나의 삶 https://brunch.co.kr/brunchbook/workislife


[아라의 연재 완료 브런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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