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지 않는 교육에 참여자로, 진행자로 함께 하며, '몸으로 배운' 것들을 하나씩 기록합니다.
말로 가르친 것은 금방 잊혀집니다. 학교 수업 시간에 내내 느꼈습니다. 관객이 되어 쳐다 보았다고 자기 것이 되지도 않습니다. 수영하는 것을 보았다고 수영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수영하려면 몸을 물에 담궈야 합니다. 수영하려면 물에 담긴 채, 팔을 돌리고 다리를 움직이고, 자신의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자기 몸으로 직접 배운것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오래 기억됩니다. 때로는 잊을래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몸이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스펙트럼 토론입니다. 스펙트럼 토론을 제가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활동입니다.
스무 명의 참여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눕니다.
열 명씩이 된 두 그룹은 서로 마주보고 한 줄로 길게 늘어서서 앉습니다. 교실 공간을 가정한다면 교실의 앞에서 뒤로 열 명이 두 줄로 앉아 있습니다. 앞에서 보면 2열 종대로 앉아 있는 모양이 됩니다.
진행자는 가볍게 참여자들이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한 문장을 제시합니다.
"건강을 위해 아침 식사는 꼭 하는 것이 좋다."
이 문장에 대한 다른 군더더기 설명은 붙이지 않습니다. 그냥 문장만을 제시합니다.
"이제 마음 속으로 이 명제애 대해 몇 퍼센트 동의하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0에서 100까지의 숫자 중 하나를 정하시면 됩니다. 10%, 50% 이런 식으로 정하셔도 되고 15%, 83% 일의 자리까지 세밀하게 정하셔도 됩니다. 자유롭게 정하시되 숫자로 표현하시면 됩니다."
이제 진행자는 일렬로 앉은 열 명의 사람들이 양 옆의 사람과 대화를 나누어 자리를 바꾸도록 안내합니다. 자신의 동의 수치에 따라 서로 자리를 바꾸게 됩니다.
왼쪽 줄은 교실의 맨 앞자리가 0, 맨 뒷자리가 100입니다.
오른 쪽 줄은 교실의 맨 앞자리가 100, 맨 뒷자리가 0입니다.
참여자들은 동의하는 만큼의 수치에 따라 서로 자리를 바꿉니다. 숫자만 확인하고 빠르게 빠르게 자리를 바꾸어 앉습니다. 모든 참여자가 수치에 맞는 위치로 자리를 바꾸어 모두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제 양 옆의 사람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어 주세요. 자신은 이 명제에 대해 몇 퍼센트 동의하는지 이야기 나누어 주시고 왜 그런 의견을 갖게 되었는지 이야기 나누어 주세요."
이제 참여자들은 양 옆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진행자는 몇 사람과 인터뷰를 해 봅니다. 몇 퍼센트 동의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이제 진행자는 참여자들에게 서로 마주보고 있는 사람들과 같은 이야기를 나누도록 안내합니다.
왼쪽 줄의 맨 앞 사람은 10명 중 가장 낮은 퍼센트로 동의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입니다.
오른쪽 줄의 맨 앞 사람은 10명 중 가장 높은 퍼센트로 동의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입니다.
왼쪽 줄은 앞쪽부터 0-100 순서로 앉아 있습니다.
오른쪽 줄은 앞쪽부터 100-0 순서로 앉아 있습니다.
그러니 마주보고 앉은 두 사람은 의견의 차이가 꽤 큰 사람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다른 분들도 모두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진행자는 몇 사람에게 인터뷰를 해 봅니다.
"왼쪽 줄 맨 앞쪽에 앉으셨네요. 몇 퍼센트 동의하시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10%입니다. 저는 아침을 먹지 않습니다. 대체로 건강에 좋겠지만 저는 아침을 먹지 않는 습관이 오래 되어서 아침을 먹으면 아침부터 속이 불편합니다. 그래서 아침을 먹지 않아요. 그래서 10%만 동의합니다."
"오른쪽 줄 맨 앞에 앉으셨네요. 몇 퍼센트 동의하시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95% 동의합니다. 아침은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고, 저는 아침 식사를 통해 하루의 초반에 쓸 에너지를 충전하거든요. 저는 건강을 위해 아침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두 분, 의견이 많이 다르신데요. 혹시 싸우셨나요?"
참여자들은 웃습니다. 아무도 싸우지 않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신기하지 않나요? ㅎㅎㅎㅎㅎ
"중간쯤에 앉아 계신데요. 몇 퍼센트 동의하시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70% 동의를 골랐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는 게 건강에는 좋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늦은 밤까지 일을 해야 할 때가 많거든요. 잠도 건강을 위해 소중하기 때문에 식사를 한 끼 건너뛰고 잠이 필요할 때도 있기 때문에 70% 정도 동의합니다."
이제 다른 주제를 제시합니다. 두 번째 주제는 더 무겁습니다. 교육 기획자들의 의도에 따라 때로는 심각한, 때로는 논란이 될 만한 주제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제 스펙트럼 토론을 다시 진행합니다. 논란이 될 만한 명제가 제시되었어도 참여자들은 언성을 높이지 않습니다. 서로의 의견을 묻고 서로의 의견에 귀기울입니다.
모든 활동 시간을 마쳤습니다. 이제 참여자들이 소감을 이야기하는 시간입니다.
"의견을 말한다고 하면 찬성과 반대를 묻고 말해 왔던 것 같습니다. 찬성과 반대 사이에 이렇게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해 보았습니다."
"저는 그동안 저와 의견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면 늘 화가 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까 싸웠냐고 물으실 때 웃었습니다. 싸우지 않고 다른 사람과 다른 의견을 나눈 경험이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찬성과 반대, 100%와 0% 사이에 너무나 다양한 생각이 있다는 것을 그 동안 피상적으로만 알아 왔던 것 같았습니다. 이제 조금 더 다양한 의견들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들이 서로를 설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로 그 의견들이 살아서 돌아다니며 나누어지고 풍부해질 수 있기를 희망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의견은 소중하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서 미니 플래카드를 한 장 선물 받았습니다. 작은 플래카드에 "모든 의견은 소중하다"고 써 있습니다. 그 누구와 대화를 나누고 그 누구와 의견을 나눌 때도 이것을 잘 기억하고 싶습니다. 왜 이렇게 자주 잊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이야기합니다. 잊지 마! 정신차려!!!! ^^
표지 이미지> Image by Stefan Schweihofer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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